[돋보기 졸보기] 33. '없음'과 '없슴'‥'없읍니다'란 말은 없다
'-습니다'는 존칭(합쇼할 자리)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다. 현재 계속되는 동작이나 상태를 있는 그대로 나타내는 구실을 한다.'좋습니다, 먹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처럼 쓰인다.

그런데 일부 사람에 따라 예전에 쓰던 '-읍니다'를 기억하고 잘못 쓰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과거에는 '-읍니다'와 '-습니다'를 구별해 받침에 'ㅅ'이 있는 경우에는 '했읍니다, 없읍니다, 먹었읍니다' 식으로 '읍니다'를, 그 밖의 경우에는 '같습니다, 많습니다, 먹습니다'와 같이 '습니다'를 써 왔다. 하지만 현행 맞춤법에서는 이를 '-습니다' 한 가지로 통일했다. 지금은 어떤 경우에도 '읍니다'를 쓰는 경우는 없다는 뜻이다.

현행 맞춤법에서 '-습니다' 한 가지만을 인정한 것은 표준어 규정에서 '비슷한 발음의 몇 가지 형태가 쓰일 경우, 그 의미에 아무런 차이가 없고 그 중 하나가 더 널리 쓰이면 그 하나만을 표준어로 삼는다'는 규칙에 따른 것이다. 또 역사적으로 '-습'이 우리 중세 국어에서 겸양을 나타내는 선어말 어미로 쓰였다는 근거도 크게 작용했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이 '-습니다'를 바로 알고 쓰는 사람들 가운데 동사나 형용사의 명사형을 만들 때까지 '먹었슴, 좋슴, 없슴'과 같이 쓰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이는 종결 어미인 '-습니다'에 익숙해진 나머지 오히려 이 형태에 이끌려서 비롯된 오류인 듯하다. 전 회에서도 말했듯이 명사형(동명사)을 만드는 접미사는 '-음/ㅁ'이다. 이것은 '-습니다'의 '습'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형태소이다.

'-ㅁ'은 '봄(보다)' '하늘을 낢'에서처럼 모음 또는 'ㄹ'받침으로 끝나는 말 뒤에서 그 말이 명사 구실을 하도록 만들며, 자음 뒤에 붙을 때에는 소리를 고르기 위해 조음소 '-으-'가 들어가 '-음'으로 쓴다. 따라서 '먹었슴, 좋슴, 없슴' 따위는 아무 근거가 없는, 잘못 쓰는 말이고 '먹었음, 좋음, 없음'이라고 적어야 바른 표기이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