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행정고시 합격자 중 여성의 비중이 40%를 넘어서면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행정고시뿐만 아니라 사법고시와 다른 공무원 임용시험 등에서도 여풍(女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여러 언론에서는 여권이 신장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는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여러 문제에 부닥치고 있다.

문제는 비정규직으로 고용된 여성이 많은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여성노동자의 70%가 비정규직이다. 이는 준비가 덜된 여성들을 사회로 몰아 넣고, 여성들이 값싼 임금으로 노동을 제공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모씨(거제시 고현)는 "임시직으로라도 취직해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임금도 터무니 없이 낮고 근무시설도 좋지 않아 속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탁월한 능력을 가졌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승진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문모씨(부산 사상구)는 "승진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 유리천장(여성 직장인들의 승진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 때문에 제대로 승진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점들 때문에 여권신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여성의 권리가 조금씩 향상되고는 있지만 편협한 시선으로 여권이 신장되고 있다고 바라보는 경우도 있다. 여성이 고위직에 진출하는 것을 바로 여권이 신장되는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성이 사회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느냐 하는 것이 여권신장의 최고지표가 될 수도 있지만,사람마다 가치관이 모두 다르듯이 가정에서 남편을 내조하거나 아이들 교육을 위해 힘쓰는 것도 자신에게 최고의 가치지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사회는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여성이 올라야만 여권이 신장되는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극단적인 페미니스트는 이런 여성들을 여권신장을 방해하는 걸림돌로 여긴다.

진정한 여권신장이 이루어져야 하는 곳은 법조계 같은 곳이 아니라 여성의 권리를 박탈당한 여성들이 있는 곳이다. 아직도 시장에 나가면 상인 대부분을 구성하는 50대 이상의 할머니들이 새벽부터 일어나 일을 시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반면 할아버지들은 뒷짐만 진 채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 할머니의 뒤만 따르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띈다.

진정한 여권신장을 외친다면 고위직 여성의 숫자보다 여권을 박탈당하고 있는 분들의 권리를 신장시키는데 더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진정한 여권신장이 무엇인지 재조명해볼 때다.

구슬 생글기자(마산 성지여고 3년) happy278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