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서버러스 美3위 크라이슬러 인수…포드도 경영악화로 지분매각설

[Global Issue] 미국 자동차업계 또 구조조정 회오리
세계 자동차 업계에 일대 지각 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미국의 사모펀드인 서버러스캐피털이 최근 미국 3위 자동차업체인 크라이슬러를 매입한 데 이어, 2위인 포드도 지분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서버러스가 크라이슬러를 모회사인 다임러크라이슬러로부터 매입한 금액은 74억1000만달러. 이는 1998년 다임러가 크라이슬러를 인수할 당시 지불했던 360억달러에 비하면 5분의 1에 불과한 금액이다.

서버러스는 자회사를 통해 크라이슬러 지분의 80.1%를 인수하고 나머지 19.9%는 다임러크라이슬러가 보유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 최고 경영자(CEO)인 톰 라소다가 계속해서 크라이슬러 경영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제너럴모터스(GM) 금융 자회사인 GMAC의 지분 51%를 사들인 서버러스가 크라이슬러의 금융 자회사를 GMAC와 합병할 경우 상당한 수익을 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여러 개의 자동차 부품회사를 갖고 있는 것도 크라이슬러 인수의 한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구조조정 예상되는 크라이슬러

서버러스는 크라이슬러를 구조조정한 후 자동차 회사에 재매각할 것으로 예상돼 세계 자동차업계의 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버러스는 당장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할 전망이다.

직원 감축과 공장 폐쇄 및 이전, 연금·복지 혜택 축소 등이 예상된다.

필요할 경우 공장이나 설비도 인건비 부담이 덜한 아시아 지역 등으로 옮기거나 위탁 생산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다른 자동차 회사와 제휴를 맺거나 출자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한국 및 중국의 자동차 회사가 후보로 꼽히고 있다.

이와 관련, 요미우리신문은 한국의 현대자동차와 중국의 제일자동차 등이 장기적으로 크라이슬러와 제휴하거나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서버러스는 파산 직전의 회사를 인수해 이익이 나는 회사로 탈바꿈한 뒤 되파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이기 때문에 지분 매각이나 제휴는 불가피하다.

그 대상은 자동차 회사일 수밖에 없다.

미국 시장에서 단기간에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외국 회사는 크라이슬러와의 제휴나 지분 인수가 지름길이다.

따라서 서버러스가 크라이슬러를 다시 시장에 내놓을 시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 때 누가 손을 내미느냐에 따라 세계 자동차 업계의 판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포드도 지분 매각 검토

[Global Issue] 미국 자동차업계 또 구조조정 회오리
크라이슬러보다 더 큰 변수는 포드다.

1903년 설립된 포드는 지금까지 포드 가문이 대주주로 유지돼 왔다.

포드 가문의 보유 주식 수는 7100만주로 주식 수로는 전체의 4%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주식은 주주총회에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이 일반 주식의 10배인 차등의결권 주식이어서 실제 의결권은 40%에 이른다.

이런 포드 가문이 지난달 지분 매각을 논의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참석자 중 일부는 이 자리에 참석한 투자은행인 와인버그파트너스를 지분 매각을 위한 자문사로 선정하도록 요구했으나 받아 들여지지는 않았다.

포드 가문은 변호사를 통해 "지분 매각을 논의한 적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포드 가문의 지분 매각이 상당히 검토됐으며 매각 가능성은 여전히 꽤 있다고 보고 있다.

포드의 주가가 1999년 이후 74%나 하락한 상태에서 과연 계속 보유하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회의론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명분론을 앞세운 구세대의 목소리에 눌렸지만 포드의 경영 사정이 계속 악화될 경우 지분 매각은 언제든지 논의될 수 있다는 것이다.

포드는 지난해 127억달러라는 기록적인 적자를 냈다.

만일 포드 가문이 지분 매각에 나설 경우 이를 누가 인수하느냐가 세계 자동차시장 재편에 중요한 변수가 된다.

미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GM은 물론 도요타,혼다 등 일본 자동차업체들도 포드가 매물로 나오면 긴장할 수밖에 없다.

누가 인수하든 세계 자동차업계는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안정락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jran@hankyung.com

--------------------------------------------------------------

사모펀드 '서버러스캐피털'은?

크라이슬러를 인수한 사모펀드 서버러스캐피털은 미국 프린스턴대의 테니스 챔피언을 지낸 스티븐 파인버그에 의해 1992년 설립됐다.

서버러스는 지난해 제너럴모터스(GM) 금융 자회사인 GMAC의 지분 51%를 80억달러에 인수, 사모펀드계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블랙스톤, KKR, 칼라일 등과 함께 미국의 10대 사모펀드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현재 자동차 항공 군수 금융 건강 부동산 통신 등 다양한 업종에 걸쳐 38개 회사에 투자하고 있다.

이들 투자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600억달러에 달한다.

서버러스가 최근 들어 주력하는 분야는 자동차다.

렌터카 업체인 내셔널앤드알라모를 인수한 것을 비롯해 자동차 부품업체인 타워오토모티브를 작년에 인수했다.

작년엔 최대 자동차 부품회사인 델파이를 17억달러를 들여 인수하려다가 노조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번에 크라이슬러를 인수함으로써 자동차 부품회사, 렌터카 회사, 자동차 금융회사, 완성차 회사 등을 모두 거느리게 됐다.

서버러스(Cerberus)는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머리가 셋 달리고 꼬리가 뱀인 지옥을 지키는 개를 의미한다.

회사 측은 쓰러져 가는 회사를 사들여 회생시킴으로써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투자철학을 갖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 회사 측의 설명이고 파산 직전인 기업을 인수한 뒤 이익이 나는 회사로 탈바꿈해 되파는 사모펀드임은 부정할 수 없다.

본사는 뉴욕이고,애틀랜타 시카고 런던 프랑크푸르트 도쿄 타이베이 등 9개 지역에 지사를 거느리고 있다.

무서운 성장세 못지않게 서버러스가 눈길을 끄는 것은 화려한 인맥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에서 2대 재무장관을 지낸 존 스노를 지난해 10월 회장으로 영입했다.

아버지 부시 정권에서 부통령을 지낸 댄 퀘일도 영입해 국제 부문 회장직을 맡겼다.

이런 인맥을 바탕으로 각종 연기금 등에서 자금을 끌어 모으며 최근 빠른 속도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