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기에도 효율성의 원리가 있다

[돋보기 졸보기] 30. 얇다랗다 vs 얄따랗다
'얇다랗다, 넓다랗다, 넓직하다, 핥작거리다, 짧다랗다.' 이런 단어들을 접했을 때 사람에 따라 표기가 낯설다고 여길 수도 있고 이상하게 느끼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앞서 우리는 한글맞춤법을 이해하는 기본 열쇠로 '소리적기'와 '형태 밝혀 적기'를 다뤘다.

'소리적기'의 요체는 어떤 단어가 특별한 이유 없이 된소리로 나는 경우 소리대로 적는다는 것이다.

'얇다랗다'로 적지 않고 '얄따랗다'라고 하는 것은 이 소리적기를 응용한 것이다.

앞에 보인 말들은 본래 '얇다, 넓다, 핥다, 짧다'라는 겹받침 용언(형용사·동사)에서 파생된 것이다.

이들을 발음해 보면 [얄따, 널따, 할따, 짤따]로 겹받침의 끝소리가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은 활용할 때 [얄븐, 얄바, 얄브니] 식으로 끝소리가 살아나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원형은 모두 겹받침을 갖고 있다.

여기서 파생된 '얇다랗다…' 따위도 발음은 마찬가지다.

겹받침의 마지막 받침이 전혀 발음되지 않는다.

이때 파생어에서 겹받침의 끝소리가 드러나지 않는 것은 소리대로 적는다.

발음되지 않는 받침을 파생어에서까지 군더더기로 끌고 다니며 표기('얇다랗다, 넓다랗다…' 식으로)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 것이다.

이는 다른 말로 풀면 언어 표기에서도 효율성의 원리가 적용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얄따랗다, 널따랗다, 널찍하다, 할짝거리다, 짤따랗다'라고 적는 게 바른 표기이다.

반면에 '굵다랗다[국따라타], 긁적거리다[극쩍꺼리다], 늙수그레하다[늑쑤그레하다], 갉작갉작하다[각짝깍짜카다], 넓적하다[넙쩌카다], 읊조리다[읍쪼리다]'에서는 같은 겹받침 단어이지만 모두 마지막 받침이 발음되므로 원형을 밝혀 적는다.

한 가지 염두에 둘 것은 이런 원리는 용언의 경우에만 적용한다는 점이다.

같은 파생어인 '값지다, 넋두리'에서도 끝받침이 발음되지 않지만 이는 '명사에 접미사'가 붙은 경우이므로 그 원형을 밝혀 적는다.

같은 환경에서 태어난 '널찍하다'와 '넓적하다'의 경우 앞의 것은 끝받침이 발음되지 않지만 뒤의 것은 발음된다('널찍하다'는 '너르다'에서 온 말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 경우에도 현실의 발음에 따라 앞의 것은 소리나는 대로, 뒤의 것은 원형을 밝혀 적은 것이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