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어로 연결해야 문장이 자연스럽다

[돋보기 졸보기] 29. 명사의 남용
(가)올바른 투자문화를 '조기 정착시키기' 위해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주식투자 교육내용을 포함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나)그는 "주식시장의 안정을 위해 기업연금제 '조기 도입을’'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각급 학교에서 신문을 활용해 학습효과를 높이는 NIE(Newspaper In Education)가 활성화되면서 신문에서 쓰는 어법의 중요성도 더해지고 있다.

하지만 신문의 어법은 전통적으로 형성돼온 문체(style) 등으로 인해 규범에 입각한 학교 문법과는 다소 차이 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선별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예문에서 보이는 것처럼 명사와 명사를 겹쳐 쓰는 방식도 그 중의 하나다.

(가)와 (나)를 비교하면 같은 '조기'가 쓰였지만 통사적으론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에서 '명사+명사'로 연결된 '조기 도입'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가)와 같이 명사와 동사가 어울린 '조기 정착시키기'는 어딘지 어색하다.

어색한 이유는 한 가지다.

조사를 생략한 채 명사를 부사처럼 쓰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집중 투자하는, 강력 제재할, 전격 투입했다, 적극 추진하겠다고' 식으로 '명사가 동사를 꾸며주는 형태'가 그런 것들이다.

이 같은 용법은 최근 여러 신문들에서 급속히 늘어나는 특이한 어법인데 규범적으로 치면 모두 잘못된 표현들이다.

다만 신문에서 간결하고 긴밀한 문장의 흐름을 추구하다 보니 생겨난 '신문의 문법'인 셈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글쓰기에서는 이를 모방할 필요는 없으며,원칙에 맞게 '조기에 정착시키기,집중적으로 투자하는,강력히 제재할…' 등과 같이 부사어 꼴로 써야 문장의 흐름이 자연스러워진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