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는 천국에 들어가기가 어려우니라. 다시 너희에게 말하노니 약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쉬우니라.' 성경의 마태복음 19장 24절에 나오는 말이다.

마가복음 10장 25절에도 비슷한 얘기가 있다.

'낙타가 바늘귀 들어가기보다 어렵다'란 말은 일상적으로 흔히 쓰는 표현이다.

이 말은 우리 고유의 것이 아니라 성경에서 온 말이다.

우리 말글살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와 자주 쓰이다 보니 일종의 격언처럼 굳어졌다.

바늘귀는 바늘의 위쪽에 있는, 실을 꿰기 위한 작은 구멍이다.

'바늘구멍'이라고도 하는데 요즘은 '바늘귀'보다는 '바늘구멍'을 더 많이 쓰는 것 같다.

바늘귀 또는 바늘구멍은 그 자체로 매우 작기 때문에 취업시험이나 대학입시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가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나타낼 때 흔히 쓰인다.

그런데 성경에 나오는 '약대'는 아무래도 낯설다.

성경을 자주 접하는 기독교인들에겐 익숙할지 몰라도 '약대'란 말은 요즘에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약대'라고 하면 최근엔 대부분 '약학대학'의 준말 정도로 알고 있겠지만 이는 '낙타(駱駝)'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사전에서는 낙타와 같은 말인 '약대'의 어원 정보를 한글만 써서 석보상절로 출전을 밝히고 있는 점으로 보아 아주 오래 전부터 쓰인 우리 고유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낙타'에 밀려 일반 언중들 사이에선 거의 쓰이지 않는, 사라져 가는 말이다.

낙타의 '낙(駱)'은 '약대 락'자이다.

타(駝)는 '약대 타'자로 자전에 올라 있다.

'곱사등이'라는 뜻도 갖고 있다.

고려사에 보면 '태조 5년 2월에 거란에서 낙타와 모직물을 보내왔다'란 기록이 있다고 하니 '낙타'라는 말 역시 우리나라에서 아주 오래 전부터 쓰인 한자어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바늘 하면 당연히 실이 딸려 오는 것인데 웬 느닷없는 낙타일까? 많고 많은 것 중에 하필이면 왜 낙타에 비유했을지 의아스럽다.

시중에는 이와 관련해 성경의 원전을 옮기는 과정에서 오류가 생긴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즉 '밧줄'(kamilon)'과 '낙타(kamelon)'는 철자 하나 차이인데, 밧줄을 낙타로 잘못 번역했다는 것이다.

그럴 듯한 얘기이지만 오랜 역사를 이어 오는 성경에 실제 번역상의 오류가 있었다면 진작 고쳐졌을 것이라는 점에서 신빙성은 없는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