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펀더멘털 관련 사실확인땐 더 올라

증시에는 갖가지 투자속설이나 대체로 이럴 것이라는 투자상식들이 많다.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장기투자하면 무조건 좋다’,‘기업성장이 둔화되면 주가도 좋지 않다’와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실제로는 반드시 그렇지 않거나, 심지어 아예 잘못된 상식들도 적지 않다.

그 중 몇가지를 소개해보자.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

주식 투자를 해본 사람은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말이다.

사실 증시에는 갖가지 풍문이 나돈다.

가령 A기업이 B기업을 인수합병(M&A)하기로 했다더라,C기업이 엄청난 신기술을 개발했다더라,D기업이 대규모 수출계약을 따냈다더라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소문이 돌 때(일부 사람만 알 때)는 주가도 오름세를 탄다.

하지만 소문이 사실로 확인돼 신문에 기사화되는 시점(모두가 알게 된 때)에는 정작 주가가 하락하기 십상이다.

흔히 쓰는 말로 '재료 노출 효과'라고 한다.

하지만 모든 경우가 다 그럴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게 과거 통계치가 입증해주고 있다.

실제 과거 통계로 보면 기업의 펀더멘털(내재가치)과 관련된 소문은 나중에 사실로 확인될 경우 오히려 주가 상승폭이 커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 가장 민감한 뉴스 중 하나인 분기별 '어닝시즌(실적 발표 기간)'을 예로 들어보자.

실적 발표일에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좋은 실적을 발표하는 경우가 종종 나온다.

이른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실적) 기업들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당초 A기업의 4분기 영업이익을 평균 1000억원대로 예상하고 잘 나올 경우 1300억원까지도 늘어날 것으로 점쳤는데,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최고 예상치인 1300억원 수준의 이익을 낸 경우다.

이런 경우 A기업의 주가는 그 이후부터 강한 상승세를 탄다.

실적 발표 전에 미리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돌기는 했으나,주가에는 별다른 반응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가 실제 결과가 나온 뒤부터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과거 어닝시즌에 깜짝실적을 내놓았던 대다수 기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이로부터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다음과 같다.

증시에서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는 격언이 들어맞는 경우는 대부분 이벤트 성격이 강한 뉴스일 때가 많고,이 같은 격언이 들어맞지 않는 경우는 기업의 영업실적 등 펀더멘털과 관련된 뉴스일 때라는 것이다.

따라서 깜짝실적을 기록한 기업은 사실을 확인한 후 매수해도 손실을 볼 위험이 낮다는 것이다.

◆장기투자는 무조건 좋다?

이 말도 주식시장에서는 상식처럼 통한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만약 투자자 10명이 지금부터 17년 전인 1990년 당시 가장 우량주라고 볼 수 있는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을 한 개씩 매입해 17년간 장기 보유했다고 가정해 보자.10명 모두가 대박을 터뜨렸을까.

물론 삼성전자를 산 투자자는 원금의 20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수익을 거뒀을 것이다.

하지만 10명 중 4명은 깡통이 돼버렸다.

해당 종목이 상장폐지 등으로 증시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결론은 간단하다.

무조건 장기 투자가 해결책이 아니라,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 주식에 장기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가 100년이 넘은 미국 증시에서도 지난 100년 동안 증시에서 살아남은 주식은 GE가 유일하다.

◆기업 성장이 둔화되면 주식시장에도 안 좋다?

"기업 성장이 둔화되면 주가도 하락하지 않을까?" 이런 의문을 가진 투자자들이 많다.

사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은 매출이나 이익 증가율이 과거보다는 큰 폭으로 둔화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기업 성장은 둔화되는데 오히려 주가는 꾸준히 오르는 종목이 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주식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불확실성이다.

기업 성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평균적인 성장성은 높았지만 해마다 이익이 아주 들쭉날쭉이었다.

삼성전자만 하더라도 1990년대 후반까지는 한 분기에 5000억원 이상 이익을 냈다가 다음 분기에 적자로 돌아서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성장률이 떨어진 반면 매년 안정적인 이익을 내는 구조가 정착돼 가면서 오히려 주가는 좋아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주가는 성장성보다는 이익의 안정성에 더 크게 좌우된다.

따라서 종목을 고를 때도 성장성이 높다고 알려진 기업보다는 매년 큰 기복 없이 꾸준히 이익을 내는 기업을 고르는 게 유리하다.

정종태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jtchung@hankyung.com

------------------------------------------------------------------

채권 10배> 주식 8.5배> 부동산5배

■ 지난 20년간 수익률 비교

현재 시점에서 최고 투자 대상 두 가지를 꼽으라면 주식과 부동산을 들 수 있다.

이 중 어느 것이 더 낫냐고 물으면 아마도 국민 10명 중 8~9명은 부동산이 더 낫다고 대답할 것이다.

사실 주식은 잘못 되면 원금도 못 건지고 쪽박을 찰 수 있지만,부동산은 '불패신화'의 대명사로 불려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서울 여의도 증권가의 한 투자전략가가 다음과 같은 분석을 시도해봤다.

실제 지난 20년 동안 주식과 부동산,채권의 투자수익률이 어땠는지를 비교해 본 것이다.

여기서 부동산은 물론 국내 최고 노른자인 서울 강남 아파트를 말한다.

분석 결과,놀랍게도 수익률이 제일 좋은 것은 바로 가장 보수적인 투자 수단으로 알려진 채권으로 나타났다.

20년 전 채권에 돈을 묻어둔 투자자는 현재 원금의 10배로 돈이 불어났고,주식은 그보다 약간 낮은 8.5배의 수익을 냈다.

이에 비해 부동산 투자수익률은 채권의 절반인 5배에 불과했다.

물론 채권 수익률이 주식보다 높은 것은 과거 외환위기 당시 금리가 두 자릿수로 높았던 데다,이자에 다시 이자가 붙는 복리 효과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저금리 시대에는 장기 투자 대상으로 채권보다 주식이 더 매력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주식 채권 등 증권투자 수익률이 장기적으로 보면 부동산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