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은 음력으로 1월1일,설이었다.
'설'이란 새해의 첫날을 명절로 이르는 말이다.
새해 첫날을 나타내는 말로는 한자로 '으뜸 원(元)'이나 '머리 수(首)''처음 초(初)'자를 써서 '원단(元旦:설날 아침),원일(元日),신원(新元),세수(歲首),정초(正初)'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도 설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말은 '정월 초하루'일 것이다.
'정월(正月)'은 음력으로 한 해의 첫째 달이다.
그 첫째 달 첫날을 '정월 초하루'라고 한다.
이날은 웃어른께 세배를 올리며 흔히 떡국을 먹는데,우리 풍습에서는 이날 비로소 한 살을 더 먹는다고 했다.
설을 쇠는 것을 '과세(過歲)'라고 한다.
예전에 정부에서 양력 1월1일을 명절로 공식화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민간에서는 뿌리 깊은 전통에 따라 여전히 음력 1월1일에 설을 쇠었다.
그러다 보니 두 번에 걸쳐 설을 쇠는 꼴이 됐는데 양력의 것을 신정,음력의 것을 구정이라 해 구별했다.
이를 이중과세(二重過歲)라 한다.
물론 현재는 양력 1월1일은 새해 첫날의 의미만 갖고 명절로서는 인정받지 못하므로 음력 1월1일만을 설이라 한다.
따라서 요즘은 신정,구정이란 구별 자체가 적절치 않은 말이며 특히 설날을 구정이라 하는 것은 바른 표현이라 할 수 없다.
또 설 자체가 음력을 기준으로 하는 말이므로 '음력설'이란 것도 군더더기일 뿐이다.
우리말에서 1월부터 12월까지를 나타내는 전통적인 말은 '정월 이월 삼월 사월 오월 유월 칠월 팔월 구월 시월 동짓달 섣달'이다.
동지(冬至)는 24절기의 하나로 양력으로 치면 12월22일경이다.
음력으로는 11월 중에 들어 있다.
이 날은 일년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길다.
하지만 이 날을 기점으로 낮이 점점 길어지기 때문에 동지에는 음기가 극성한 가운데 양의 기운이 싹튼다고 보아 한 해의 시작으로 간주하기도 했다.
동지가 든 달이라고 해서 음력 11월을 동짓달이라 한다.
섣달이란 '설이 드는 달'이란 뜻에서 나온 말이다.
음력 12월을 가리킨다.
지금은 음력 1월1일,즉 새해 첫날을 설이라고 하지만 아주 오래 전에는 동짓달을 새해 첫 달로 잡은 적도 있고 음력 12월1일을 설로 쇤 적도 있다고 한다.
따라서 사람들은 음력 12월을 설이 드는 달이라는 의미에서 '설달'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이 '설달'이 '섣달'로 바뀐 것은 '이틀+날'이 '이튿날'이 되고 '술+가락'이 '숟가락'으로,'바느질+고리'가 '반짇고리'로 변한 것과 같은 이치다.
우리말에서 역사적으로 'ㄷ'과 'ㄹ'은 넘나드는 현상을 보여 'ㄹ'받침의 말이 딴말과 어울려 'ㄷ'으로 바뀐 사례는 많이 있다.
따라서 섣달이란 말은 음력 12월,즉 '한 해의 마지막 달'을 가리켜 부르는 말이지만 이 단어 속에는 아주 옛날 '한 해가 시작하는 달'로도 쓰였다는 사실이 화석처럼 남아 있는 것이다.
'섣달'은 한자로는 '랍(臘)'이다.
'옛 구(舊)'자를 써서 구랍(舊臘)이라 하면 '지난해 섣달'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자어를 많이 쓰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신문에서 흔히 볼 수 있던 단어다.
가령 '구랍 30일'이라 하면 새해 초에 '지난해 12월30일'을 나타내는 말로 쓰였다.
하지만 한자어 사용이 줄어들면서,또 그 자체로는 뜻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점차 단어로서의 생명력이 약해져 최근에는 잘 쓰이지 않는다.
'구랍'은 또 엄밀히 말해 섣달이 음력의 개념이란 점에서 '지난해 12월'을 가리키기에는 시간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단점도 갖고 있다.
하지만 정초니 섣달이니 하는 말을 최근에는 양력의 개념으로도 많이 쓰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들의 쓰임새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우리말에서 이 '랍'의 쓰임새는 매우 드물다.
참고로 이 말이 들어간 단어로 '법랍'과 '희랍'을 알아둘 만하다.
'법랍(法臘)'은 불교 용어로,승려가 된 뒤로부터 세는 나이를 말한다.
한자 '납'이 연말에 신에게 제사 지내는 것에서부터 세말(歲末)의 의미가 유래한 것처럼,불가에서 하안거(夏安居)의 수행을 마치면 한 살로 쳐 법랍을 헤아렸다.
'희랍(希臘)'은 글자의 뜻과는 상관없는 차음 표기이다.
그리스를 가리키는 말이다.
'희랍'이 그리스를 의미하게 된 까닭은 그리스의 본래 명칭이 '헬라스(Hellas,그리스는 영어식 표기)'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기자 hymt4@hankyung.com
'설'이란 새해의 첫날을 명절로 이르는 말이다.
새해 첫날을 나타내는 말로는 한자로 '으뜸 원(元)'이나 '머리 수(首)''처음 초(初)'자를 써서 '원단(元旦:설날 아침),원일(元日),신원(新元),세수(歲首),정초(正初)'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도 설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말은 '정월 초하루'일 것이다.
'정월(正月)'은 음력으로 한 해의 첫째 달이다.
그 첫째 달 첫날을 '정월 초하루'라고 한다.
이날은 웃어른께 세배를 올리며 흔히 떡국을 먹는데,우리 풍습에서는 이날 비로소 한 살을 더 먹는다고 했다.
설을 쇠는 것을 '과세(過歲)'라고 한다.
예전에 정부에서 양력 1월1일을 명절로 공식화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민간에서는 뿌리 깊은 전통에 따라 여전히 음력 1월1일에 설을 쇠었다.
그러다 보니 두 번에 걸쳐 설을 쇠는 꼴이 됐는데 양력의 것을 신정,음력의 것을 구정이라 해 구별했다.
이를 이중과세(二重過歲)라 한다.
물론 현재는 양력 1월1일은 새해 첫날의 의미만 갖고 명절로서는 인정받지 못하므로 음력 1월1일만을 설이라 한다.
따라서 요즘은 신정,구정이란 구별 자체가 적절치 않은 말이며 특히 설날을 구정이라 하는 것은 바른 표현이라 할 수 없다.
또 설 자체가 음력을 기준으로 하는 말이므로 '음력설'이란 것도 군더더기일 뿐이다.
우리말에서 1월부터 12월까지를 나타내는 전통적인 말은 '정월 이월 삼월 사월 오월 유월 칠월 팔월 구월 시월 동짓달 섣달'이다.
동지(冬至)는 24절기의 하나로 양력으로 치면 12월22일경이다.
음력으로는 11월 중에 들어 있다.
이 날은 일년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길다.
하지만 이 날을 기점으로 낮이 점점 길어지기 때문에 동지에는 음기가 극성한 가운데 양의 기운이 싹튼다고 보아 한 해의 시작으로 간주하기도 했다.
동지가 든 달이라고 해서 음력 11월을 동짓달이라 한다.
섣달이란 '설이 드는 달'이란 뜻에서 나온 말이다.
음력 12월을 가리킨다.
지금은 음력 1월1일,즉 새해 첫날을 설이라고 하지만 아주 오래 전에는 동짓달을 새해 첫 달로 잡은 적도 있고 음력 12월1일을 설로 쇤 적도 있다고 한다.
따라서 사람들은 음력 12월을 설이 드는 달이라는 의미에서 '설달'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이 '설달'이 '섣달'로 바뀐 것은 '이틀+날'이 '이튿날'이 되고 '술+가락'이 '숟가락'으로,'바느질+고리'가 '반짇고리'로 변한 것과 같은 이치다.
우리말에서 역사적으로 'ㄷ'과 'ㄹ'은 넘나드는 현상을 보여 'ㄹ'받침의 말이 딴말과 어울려 'ㄷ'으로 바뀐 사례는 많이 있다.
따라서 섣달이란 말은 음력 12월,즉 '한 해의 마지막 달'을 가리켜 부르는 말이지만 이 단어 속에는 아주 옛날 '한 해가 시작하는 달'로도 쓰였다는 사실이 화석처럼 남아 있는 것이다.
'섣달'은 한자로는 '랍(臘)'이다.
'옛 구(舊)'자를 써서 구랍(舊臘)이라 하면 '지난해 섣달'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자어를 많이 쓰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신문에서 흔히 볼 수 있던 단어다.
가령 '구랍 30일'이라 하면 새해 초에 '지난해 12월30일'을 나타내는 말로 쓰였다.
하지만 한자어 사용이 줄어들면서,또 그 자체로는 뜻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점차 단어로서의 생명력이 약해져 최근에는 잘 쓰이지 않는다.
'구랍'은 또 엄밀히 말해 섣달이 음력의 개념이란 점에서 '지난해 12월'을 가리키기에는 시간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단점도 갖고 있다.
하지만 정초니 섣달이니 하는 말을 최근에는 양력의 개념으로도 많이 쓰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들의 쓰임새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우리말에서 이 '랍'의 쓰임새는 매우 드물다.
참고로 이 말이 들어간 단어로 '법랍'과 '희랍'을 알아둘 만하다.
'법랍(法臘)'은 불교 용어로,승려가 된 뒤로부터 세는 나이를 말한다.
한자 '납'이 연말에 신에게 제사 지내는 것에서부터 세말(歲末)의 의미가 유래한 것처럼,불가에서 하안거(夏安居)의 수행을 마치면 한 살로 쳐 법랍을 헤아렸다.
'희랍(希臘)'은 글자의 뜻과는 상관없는 차음 표기이다.
그리스를 가리키는 말이다.
'희랍'이 그리스를 의미하게 된 까닭은 그리스의 본래 명칭이 '헬라스(Hellas,그리스는 영어식 표기)'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