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걸' 키우는 엄마

올해 고교 2학년생이 되는 박정진 양(17·자양고)은 지난해 남학생 32명,여학생 8명인 학급에서 최상위권의 성적을 냈다.

남학생들이 훨씬 많았지만 이들과 경쟁하는 데 두려움은 없었다.

정진이는 "부모님은 '넌 여자니까'라는 식의 얘기를 한 번도 하신 적이 없다"며 "오히려 '남자들과 겨뤄도 절대 밀리지 않으니 자신감을 가지라'고 격려해 주신다"고 말한다.

학업과 각종 과외활동,인간관계 및 리더십 등에서 자신감과 탁월한 능력을 보이며 남성을 압도하는 '알파걸'들은 가정에서부터 키워진다.

특히 엄마들이 바로 알파걸들을 키워내고 있다.

알파걸의 엄마들은 지금보다 남녀차별이 훨씬 심했던 1960~198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이들이 결혼 후 낳은 자녀수는 고작 1~2명. 게다가 생활도 풍요로워졌다.

때문에 딸 아들 구별 없이 자원을 총 동원하다시피 하며 자녀들을 키워낸다.

정진이의 엄마 김희숙 씨(49)도 "오빠나 남동생을 위해 대학을 포기하거나 집안 일을 거드는 게 당연하던 시절은 이제 TV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현상에 대해 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연구센터의 이성은 박사(38)는 "일하는 엄마를 둔 딸은 자신이 직업을 갖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전업주부 엄마를 둔 딸은 엄마의 보상심리 때문에 일찍부터 경제적 자립의 중요성을 교육받는다"고 설명했다.

가장의 권위를 벗어던지고 자녀와의 관계를 서구식 아버지상(象)으로 재정립하고 있는 아버지들도 알파걸을 키우는데 큰 역할을 한다.

친근한 아버지와의 관계를 통해 알파걸들은 자신감과 도전정신,강한 의지력과 추진력 등 남성적인 삶의 방식을 전수받는다.

한편 일정 연령대까지는 남성보다 여성들이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는 능력이 더 우수하고, 그 때문에 특히 10대 여학생들의 학업 및 기타 활동 성과가 높아진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국내의 한 여성학자는 "보통 중·고교 때는 여학생들이 자기관리도 더 잘하고 부지런하다"며 "이미 10년 전부터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남학생들의 학업능력 저하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올 정도"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