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홍콩의 주권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지 꼭 10년째 되는 해다.
강산이 변할 시점이지만 ‘특별행정구’(Speciall Administrative Region)란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어 그런지 홍콩에서 중국의 그림자를 발견하기란 여전히 쉽지 않다.
빅토리아만의 영국군 사령부 건물이 ‘중국 인민해방군 홍콩 주둔부대’란 간판으로 바뀐 것을 빼면 별로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홍콩,특히 홍콩 경제는 지금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거대한 몸집의 중국 경제가 뜀박질치면서 홍콩 경제는 상대적으로 왜소해지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의 여파로 경기하강에 직면했던 홍콩을 중국 본토 관광객들이 살려낸 이후,홍콩 경제는 이제 본토와의 비즈니스 없이는 독자적인 생존이 불가능해 보일 정도다.
작년 중국 공상은행이 홍콩 증시에 세계 최대 규모로 기업공개(IPO)와 상장을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연초에 홍콩 경제에 급물살을 흐르게 한 '사건'도 불거졌다.
국가 경제력의 상징인 통화가치에서 홍콩달러 가치가 중국 위안화보다 더 싸진 것이다.
지난 11일 홍콩에선 중국 위안화 환율이 사상 처음으로 미화 1달러당 7.8위안 밑으로 내려가는 강세를 보이면서 위안화 가치가 13년 만에 홍콩달러(미화 1달러당 7.80홍콩달러)를 추월했다.
이날 중국 인민은행(중앙은행)은 외환시장 기준환율(중간가격)을 달러당 7.7977위안으로 고시했다.
기준환율이 7.8위안 밑으로 내려온 것은 2005년 7월 21일 단행된 변동환율제 개혁 이래 처음이다.
위안화 가치는 계속 올라(환율은 내려) 지난 16일에는 달러당 7.7880까지 상승했다.
반면 홍콩달러는 달러당 7.7992로 미끄러져 그 간극이 더 벌어지고 있다.
기자가 홍콩을 찾은 것은 지난 8일. 위안화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려고 홍콩의 고급 쇼핑가인 퍼시픽 플레이스 더 몰(The Mall)을 찾았다.
구치 샤넬 루이뷔통 등 명품이 즐비하게 들어선 이 상가에 중국 본토에서 온 쇼핑객들이 삼삼오오 쇼핑에 여념이 없었다.
설까지 이어지는 바겐세일 기간에 맞춰 본토 중국인들이 몰려들지만 올해는 거의 '싹쓸이 쇼핑' 수준이라고 상가 관계자들은 전했다.
살바토레 페라가모 매장 관계자는 "중국 본토 쇼핑객들이 전체 고객의 40% 정도를 차지한다"며 "이전에는 일본과 한국인 관광객이 많았는데 이제는 역전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중국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는 영향도 있겠지만 최근 위안화 강세로 본토 쇼핑객이 1년 전에 비해 30%가량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 매장에선 본토 쇼핑객 한 명이 평균 1만홍콩달러(약 120만원)어치를 구매한다.
워낙 구매력이 크다 보니 예전에는 받지 않던 위안화도 이제는 기꺼이 받고 있다.
"위안화 손님이 몰려들어야 홍콩 사람들이 먹고 산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9일 홍콩 국제완구박람회에 참가한 홍콩의 한 완구업체 사장은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인건비가 높아져 중국 현지공장에서 완구를 바로 수출한다"며 "하지만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마진이 줄어 걱정"이라고 한숨지었다.
홍콩인들은 그동안 홍콩 경제와 홍콩달러의 위세로 중국 본토에서 큰소리를 쳐왔지만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홍콩인들 사이에 위안화 거래를 선호하는 현상이 일면서 홍콩 경제가 '위안화 경제권'으로 빠르게 편입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중국 본토에서 홍콩달러가 문전박대받고 있다.
홍콩달러를 쓰려면 제품의 정상가격보다 더 비싸게 지불해야 하는 실정이다.
강봉주 우리은행 홍콩지점 차장은 "아예 중국 내 골프장에선 환율을 1(위안화) 대 1.05(홍콩달러)로 못박아 받고 있어 홍콩 사람들이 자존심에 상처를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자존심은 한번 참으면 되지만 위안화의 위세가 커지면서 그나마 홍콩으로 향하던 외국인 투자가 중국으로 방향을 틀지 않을지 홍콩 기업인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통화가치의 역전이 몰고올 홍콩 경제의 변화와 중국 본토와의 새로운 관계 설정,경제통합 등이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다.
장규호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danielc@hankyung.com
< 위안화 강세 올해도 계속될 듯 >
중국의 무역흑자 급증으로 위안화 절상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홍콩달러에 대한 위안화 가치의 우위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은 올해 위안화 가치가 3%,골드만삭스는 6% 상승할 것으로 각각 내다봤다.
홍콩 정부의 싱크탱크인 국가정보센터(SIC)도 올해 중국 본토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위안화 가치가 3~4% 더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위안화 강세는 홍콩 산업계에 그림자를 드리울 전망이다.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의 수석 외환투자전략가인 데이비드 만은 "중국에서 제품을 수입하는 홍콩 기업들은 수익성에 타격을 받겠지만 중국 쪽으로 투자에 나선 홍콩 기업은 환투자 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 부문별로는 "항만 등 물류산업과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에선 홍콩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원자재를 중국에서 들여오는 회사는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은 "오는 4월로 예정된 국제통화기금(IMF) 총회 겸 선진 7개국(G7) 회의를 전후해 작년의 위안화 절상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미국 달러에 고정돼 있는 홍콩달러가 위안화 페그(연동)로 바뀔 가능성은 아직은 없다"며 "특별행정구라는 특수성을 버려야 하기 때문에 조만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강산이 변할 시점이지만 ‘특별행정구’(Speciall Administrative Region)란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어 그런지 홍콩에서 중국의 그림자를 발견하기란 여전히 쉽지 않다.
빅토리아만의 영국군 사령부 건물이 ‘중국 인민해방군 홍콩 주둔부대’란 간판으로 바뀐 것을 빼면 별로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홍콩,특히 홍콩 경제는 지금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거대한 몸집의 중국 경제가 뜀박질치면서 홍콩 경제는 상대적으로 왜소해지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의 여파로 경기하강에 직면했던 홍콩을 중국 본토 관광객들이 살려낸 이후,홍콩 경제는 이제 본토와의 비즈니스 없이는 독자적인 생존이 불가능해 보일 정도다.
작년 중국 공상은행이 홍콩 증시에 세계 최대 규모로 기업공개(IPO)와 상장을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연초에 홍콩 경제에 급물살을 흐르게 한 '사건'도 불거졌다.
국가 경제력의 상징인 통화가치에서 홍콩달러 가치가 중국 위안화보다 더 싸진 것이다.
지난 11일 홍콩에선 중국 위안화 환율이 사상 처음으로 미화 1달러당 7.8위안 밑으로 내려가는 강세를 보이면서 위안화 가치가 13년 만에 홍콩달러(미화 1달러당 7.80홍콩달러)를 추월했다.
이날 중국 인민은행(중앙은행)은 외환시장 기준환율(중간가격)을 달러당 7.7977위안으로 고시했다.
기준환율이 7.8위안 밑으로 내려온 것은 2005년 7월 21일 단행된 변동환율제 개혁 이래 처음이다.
위안화 가치는 계속 올라(환율은 내려) 지난 16일에는 달러당 7.7880까지 상승했다.
반면 홍콩달러는 달러당 7.7992로 미끄러져 그 간극이 더 벌어지고 있다.
기자가 홍콩을 찾은 것은 지난 8일. 위안화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려고 홍콩의 고급 쇼핑가인 퍼시픽 플레이스 더 몰(The Mall)을 찾았다.
구치 샤넬 루이뷔통 등 명품이 즐비하게 들어선 이 상가에 중국 본토에서 온 쇼핑객들이 삼삼오오 쇼핑에 여념이 없었다.
설까지 이어지는 바겐세일 기간에 맞춰 본토 중국인들이 몰려들지만 올해는 거의 '싹쓸이 쇼핑' 수준이라고 상가 관계자들은 전했다.
살바토레 페라가모 매장 관계자는 "중국 본토 쇼핑객들이 전체 고객의 40% 정도를 차지한다"며 "이전에는 일본과 한국인 관광객이 많았는데 이제는 역전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중국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는 영향도 있겠지만 최근 위안화 강세로 본토 쇼핑객이 1년 전에 비해 30%가량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 매장에선 본토 쇼핑객 한 명이 평균 1만홍콩달러(약 120만원)어치를 구매한다.
워낙 구매력이 크다 보니 예전에는 받지 않던 위안화도 이제는 기꺼이 받고 있다.
"위안화 손님이 몰려들어야 홍콩 사람들이 먹고 산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9일 홍콩 국제완구박람회에 참가한 홍콩의 한 완구업체 사장은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인건비가 높아져 중국 현지공장에서 완구를 바로 수출한다"며 "하지만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마진이 줄어 걱정"이라고 한숨지었다.
홍콩인들은 그동안 홍콩 경제와 홍콩달러의 위세로 중국 본토에서 큰소리를 쳐왔지만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홍콩인들 사이에 위안화 거래를 선호하는 현상이 일면서 홍콩 경제가 '위안화 경제권'으로 빠르게 편입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중국 본토에서 홍콩달러가 문전박대받고 있다.
홍콩달러를 쓰려면 제품의 정상가격보다 더 비싸게 지불해야 하는 실정이다.
강봉주 우리은행 홍콩지점 차장은 "아예 중국 내 골프장에선 환율을 1(위안화) 대 1.05(홍콩달러)로 못박아 받고 있어 홍콩 사람들이 자존심에 상처를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자존심은 한번 참으면 되지만 위안화의 위세가 커지면서 그나마 홍콩으로 향하던 외국인 투자가 중국으로 방향을 틀지 않을지 홍콩 기업인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통화가치의 역전이 몰고올 홍콩 경제의 변화와 중국 본토와의 새로운 관계 설정,경제통합 등이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다.
장규호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danielc@hankyung.com
< 위안화 강세 올해도 계속될 듯 >
중국의 무역흑자 급증으로 위안화 절상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홍콩달러에 대한 위안화 가치의 우위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은 올해 위안화 가치가 3%,골드만삭스는 6% 상승할 것으로 각각 내다봤다.
홍콩 정부의 싱크탱크인 국가정보센터(SIC)도 올해 중국 본토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위안화 가치가 3~4% 더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위안화 강세는 홍콩 산업계에 그림자를 드리울 전망이다.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의 수석 외환투자전략가인 데이비드 만은 "중국에서 제품을 수입하는 홍콩 기업들은 수익성에 타격을 받겠지만 중국 쪽으로 투자에 나선 홍콩 기업은 환투자 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 부문별로는 "항만 등 물류산업과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에선 홍콩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원자재를 중국에서 들여오는 회사는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은 "오는 4월로 예정된 국제통화기금(IMF) 총회 겸 선진 7개국(G7) 회의를 전후해 작년의 위안화 절상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미국 달러에 고정돼 있는 홍콩달러가 위안화 페그(연동)로 바뀔 가능성은 아직은 없다"며 "특별행정구라는 특수성을 버려야 하기 때문에 조만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