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면 어머니들은 겨우내 식구들이 먹을 김장을 담그느라 바쁘시다.

또 대입 수험생을 둔 부모들은 자식이 시험을 잘 치르기를 빌며 가슴 졸인다.

'김장김치를 담궜다.' '시험을 잘 치뤘다.' 이런 말을 흔히 쓰는데 여기에는 공통적인 오류가 있다.

'담궜다' '치뤘다'의 기본형 '담그다' '치르다' 같은 말을 '으'불규칙 동사라고 한다.

활용할 때 '담그면 담그니 담가서 담가라'처럼 불규칙하게 어간의 '으'가 떨어져 나간다.

'담그다'가 변신하는 모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말의 특성 중 하나인 모음조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는 어간의 끝음절 모음이 양성('아,오')이냐 음성(그 외 '애,어,우,으,이' 따위)이냐에 따라 뒤에 붙는 어미도 양성(아)이나 음성(어)을 일치시키는 것을 말한다.

'담그다'의 경우 어간의 모음이 음성이므로 활용할 때 1차로 '담그+어'의 형태가 된다.

그러나 이 말은 '으'가 탈락하는 불규칙 동사이므로 '담거'를 거쳐 잇따라 일어나는 모음조화로 인해 어미 '어'가 '아'로 바뀌어 결국 '담가'가 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우'가 개입할 이유가 없으므로 과거형도 '담갔다'이지 '담궜다'가 될 수 없다.

'(시험을)치르다'나 '(자물쇠를)잠그다'도 마찬가지다.

'치르+었다->치렀다' '잠그+어주세요->잠거주세요->(모음조화)잠가주세요'라고 써야 한다.

이를 '치뤘다' '잠궈주세요'라고 하는 것은 무심코 입에 굳은 대로 불필요한 '우'를 개입시킨 오류다.

'(꿈을)꾸다'도 그 자체로 완전한 동사이므로 "어젯밤에 꿈을 꾸웠는데…"와 같이 적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꾸었는데'가 맞는 말이다.

'부르다'의 피동형 '불리다' 역시 "가요계의 산증인으로 불리우던…"식으로 쓰기 쉬우나 '불리던'이 바른 표기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