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 한잔 하시죠!' 최근 한 주류업체에서 '대포'라는 상표의 술을 내놓아 화제가 되고 있다. 대폿잔,대폿술,대폿집,왕대포 따위로 쓰이는 이 '대포'는 한때 삶의 무게에 지친 서민들을 달래주던 술이다.
'대포'는 '큰 술잔 또는 큰 술잔으로 마시는 술'을 가리키는 말이다. 산업화가 일던,개발연대의 시절에 퇴근길 골목 한 귀퉁이 허름한 선술집에서 우리네 아버지들은 막걸리 한 사발,조금 나으면 청주 한 잔 받아놓고 일상의 애환을 털어냈다.
대개는 주발에다 막걸리를 받아먹었는데,요즘은 막걸리를 예전만큼 많이 찾지 않다 보니 자연스레 말의 세력도 사양길에 접어들던 단어다. '대포나 한잔하자'처럼 쓰이는 이 말은 우리가 흔히 아는 '대포(大砲)'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술을 가리키는 '대포'는 아직 어원이 분명히 드러나지 않아 한글로만 쓴다. 국어학자인 김민수 교수 등 일부에서는 이 '대포'의 어원을 '대포(大匏)'로 설명하기도 하지만 정설은 아니다. '포(匏)'는 박 또는 그것을 재료로 만든 바가지를 뜻한다.
무기의 일종인 '대포(大砲)'는 물론 한자어이다. 그러나 이때의 '대포'는 우리 일상 언어생활에선 '허풍' 또는 '거짓말'을 뜻하는 말로 더 많이 쓰인다. "그 양반은 대포(大砲)가 보통 센 게 아니야"처럼 말한다.
'대포(를) 놓다'라고 하면 '허풍을 치거나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하다'란 뜻의 관용구이다. 그런 사람을 '대포쟁이'라 하는데,이는 '허풍쟁이' 또는 '거짓말쟁이'를 빗대어 이르는 말이다.
북한에서는 이들 단어 말고도 '꽝포쟁이'라는 것도 많이 쓴다. 이는 남한에는 없는 말이다. 이때 '꽝'은 '이번 뽑기에서도 또 꽝이 나왔다'에서처럼 제비뽑기 따위에서 아무런 소득이 없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포'는 물론 한자어 '포(砲)'다. 결국 실제 내용 없이 빈 소리만 요란한 데서 '꽝포쟁이'란 말이 생겨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북한 속담에 '대포로 참새 쏘는 격'이라 하면 '보잘 것 없는 일로 엄청나게 큰 대책을 세우며 야단법석을 떠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흔히 하는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쓴다'라는 표현과도 비슷하다. '작은 일에 어울리지 않게 큰 도구를 쓴다'는 뜻을 담은 이 말은 논어의 '할계언용우도(割鷄焉用牛刀)'에서 온 것이다.
허풍이나 거짓말을 나타내는 '대포'는 비교적 생산성이 좋은 말이 아니어서 그동안 거의 다른 파생어를 만들지 않았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대포차'니,'대포통장'이니 하는 말들이 쓰이더니 '대포폰'까지 나왔다.
'대포차'란 자동차를 사고팔 때 명의이전 절차를 밟지 않아 자동차등록원부 상의 소유자와 실제 소유자,즉 서류상의 소유자와 실제 차량운행자가 다른 불법차량을 일컫는 속어다. 모든 차에는 '자동차등록증'이란 게 있는데,이것은 사람으로 치면 주민등록증 같은 것이다. 대포차 주인은 자기 이름의 자동차등록증이 없으므로 결국 그 차는 '무적차량'인 셈이다.
"그 사람,대포가 꽤 세"라고 할 때의 '대포'가 '근거 없는 거짓말이나 허풍'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서류상의 명의자와 실제 주인이 다른 것을 빗대 '대포차'니 '대포통장'이니 '대포폰'이니 하는 말이 만들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생긴 '대포차'는 이미 상당한 언어세력을 얻어 '금성판 훈민정음 국어사전'(2004년판)에 처음 표제어로 올려졌다. 정식으로 단어가 된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기자 hymt4@hankyung.com
'대포'는 '큰 술잔 또는 큰 술잔으로 마시는 술'을 가리키는 말이다. 산업화가 일던,개발연대의 시절에 퇴근길 골목 한 귀퉁이 허름한 선술집에서 우리네 아버지들은 막걸리 한 사발,조금 나으면 청주 한 잔 받아놓고 일상의 애환을 털어냈다.
대개는 주발에다 막걸리를 받아먹었는데,요즘은 막걸리를 예전만큼 많이 찾지 않다 보니 자연스레 말의 세력도 사양길에 접어들던 단어다. '대포나 한잔하자'처럼 쓰이는 이 말은 우리가 흔히 아는 '대포(大砲)'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술을 가리키는 '대포'는 아직 어원이 분명히 드러나지 않아 한글로만 쓴다. 국어학자인 김민수 교수 등 일부에서는 이 '대포'의 어원을 '대포(大匏)'로 설명하기도 하지만 정설은 아니다. '포(匏)'는 박 또는 그것을 재료로 만든 바가지를 뜻한다.
무기의 일종인 '대포(大砲)'는 물론 한자어이다. 그러나 이때의 '대포'는 우리 일상 언어생활에선 '허풍' 또는 '거짓말'을 뜻하는 말로 더 많이 쓰인다. "그 양반은 대포(大砲)가 보통 센 게 아니야"처럼 말한다.
'대포(를) 놓다'라고 하면 '허풍을 치거나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하다'란 뜻의 관용구이다. 그런 사람을 '대포쟁이'라 하는데,이는 '허풍쟁이' 또는 '거짓말쟁이'를 빗대어 이르는 말이다.
북한에서는 이들 단어 말고도 '꽝포쟁이'라는 것도 많이 쓴다. 이는 남한에는 없는 말이다. 이때 '꽝'은 '이번 뽑기에서도 또 꽝이 나왔다'에서처럼 제비뽑기 따위에서 아무런 소득이 없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포'는 물론 한자어 '포(砲)'다. 결국 실제 내용 없이 빈 소리만 요란한 데서 '꽝포쟁이'란 말이 생겨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북한 속담에 '대포로 참새 쏘는 격'이라 하면 '보잘 것 없는 일로 엄청나게 큰 대책을 세우며 야단법석을 떠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흔히 하는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쓴다'라는 표현과도 비슷하다. '작은 일에 어울리지 않게 큰 도구를 쓴다'는 뜻을 담은 이 말은 논어의 '할계언용우도(割鷄焉用牛刀)'에서 온 것이다.
허풍이나 거짓말을 나타내는 '대포'는 비교적 생산성이 좋은 말이 아니어서 그동안 거의 다른 파생어를 만들지 않았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대포차'니,'대포통장'이니 하는 말들이 쓰이더니 '대포폰'까지 나왔다.
'대포차'란 자동차를 사고팔 때 명의이전 절차를 밟지 않아 자동차등록원부 상의 소유자와 실제 소유자,즉 서류상의 소유자와 실제 차량운행자가 다른 불법차량을 일컫는 속어다. 모든 차에는 '자동차등록증'이란 게 있는데,이것은 사람으로 치면 주민등록증 같은 것이다. 대포차 주인은 자기 이름의 자동차등록증이 없으므로 결국 그 차는 '무적차량'인 셈이다.
"그 사람,대포가 꽤 세"라고 할 때의 '대포'가 '근거 없는 거짓말이나 허풍'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서류상의 명의자와 실제 주인이 다른 것을 빗대 '대포차'니 '대포통장'이니 '대포폰'이니 하는 말이 만들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생긴 '대포차'는 이미 상당한 언어세력을 얻어 '금성판 훈민정음 국어사전'(2004년판)에 처음 표제어로 올려졌다. 정식으로 단어가 된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