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치~른 벌판으로 달려가자. 젊음~의 태양을 마시자….'

이 노랫말은 1980년대 대학가에서 히트한 가요 '젊은 그대'의 첫 부분이다. 2004~2005년에 걸쳐 한 보험회사에서 내보낸 광고에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영화배우 최민식이 축 처진 친구의 어깨를 치면서 힘내라고 불러주는 장면이 인상 깊은 광고다. 그런데 이 노랫말에는 옥에티가 있다. 그것은 바로 '거치른'이다. (여기에서 '옥에티'라 한 것은 순수하게 어법적 측면에서 봤을 때 그렇다는 뜻이다. 실제론 노랫말이나 시어 등 예술의 언어를 단순하게 어법의 잣대로 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음 예들에도 공통점이 있다. '정부가 내걸은 구호,녹슬은 기찻길,가난에 찌들은,헐은 위벽,곱게 물들은 단풍,공해에 절은,하늘을 날으는,낯설은 표정으로,실력이 늘은 사람,봉투에 들은 편지,명함을 내밀은 손.'

이들은 모두 기본형에 'ㄹ'받침을 갖고 있는 단어다. '내걸다,녹슬다,찌들다,헐다,물들다,절다,날다,낯설다,늘다,들다,내밀다'가 그것이다. 이들을 'ㄹ불규칙 용언'이라고 한다. 어간의 받침이 'ㄹ'로 끝나는 용언은 모두 이에 해당한다. 용언(用言)이란 동사와 형용사를 말한다. 이들은 말 그대로 문장 속에서 활용을 해 말을 이어주면서 여러 가지 뜻을 나타낸다. 활용할 때는 일정한 규칙에 따라 단어들이 변신을 하는데 일부 단어들은 불규칙적인 모습을 보인다.

가령 '내걸다'를 보면 '내걸어,내걸게,내걸지,내걸고,내걸면'처럼 바뀌는가 하면 '내건,내거네,내거오,내겁니다' 식으로 불규칙적으로 받침 'ㄹ'이 줄어든다. 이 경우 줄어진 말은 줄어진 채로 써야 하는데 이를 습관적으로 '내걸은'과 같이 '으'를 넣어 쓰는 경향이 많다. 이는 '으'가 통상 조음소로 쓰인다는 점에서 발음을 편하게 하기 위한 현상으로 보이지만 잘못된 것이다. 특히 관형어로 쓰일 때 많이 틀린다. 위의 예들을 어법에 맞게 바로 써보면 '거친,내건,녹슨,찌든,헌,물든,전,나는,낯선,는,든,내민'이 된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