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록의 파워 논술특강] 71. 논의의 구체성을 확보하라
논술에서는 구체적 사례를 들어 논의를 전개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논의의 구체성을 확보하고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지를 평가할 때 적절한 방식이기 때문에 문제에서 흔히 언급되는 유형이다.

이렇게 사례를 들어 논의를 전개할 때는 그 사례가 논의 내용에 잘 부합되는 구체적인 것이어야 하고 대표성을 지녀야 한다.

특히 사례를 들 때에는 유사성의 원리에 의해 공통적인 요소가 분명히 드러나는 것이어야 논의를 뒷받침해 줄 수 있다.

다음 글에 나타난 사회 현상을 분석하고, 우리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유사한 사례를 들어 대중 사회의 '소비주체'들이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논술하시오. (2005년 부산대)

튤립처럼 다양한 색깔을 띠는 식물도 드물다.

자연 상태에서는 단색으로 잎이 크고 줄기가 매우 길다.

재배하면 색깔이 더 보기 좋다.

꽃잎은 좀 더 또렷해지고 작아지며 색조도 다양해진다.

잎은 연두색을 띤다.

그러나 재배한 튤립은 너무 약하므로 이식하면 죽기 쉽다.

사람들은 손이 많이 가는 이 식물을 재배하는 데 열중했다.

어머니가 건강한 자식보다는 병약한 아이에게 신경을 더 쓰는 것과 비슷했다.

튤립에 대한 근거 없는 찬양도 점점 더해 갔다.

1634년 튤립을 소유하려는 네덜란드인들의 열망이 도를 넘어 다른 산업은 팽개치고 모든 사람이 튤립 거래에 나섰다.

이러한 광기(狂氣)가 지속되면서 값은 계속 올랐고 1635년에는 튤립 40뿌리에 10만 플로린을 주고 산 사람도 많았다.

10만 플로린이면 당시 네덜란드에서는 황소 830마리 정도를 살 수 있었다.

이렇게 고가가 되고 보니 곡식 알갱이보다 가벼운 페릿이란 중량 단위로 튤립을 사고 팔 필요가 생겼다.

1636년에 이르러 진귀한 튤립 품종에 대한 수요가 더욱 커져 튤립 거래 시장이 암스테르담 주식 시장과 로테르담,그리고 하알라엠에 세워졌다.

드디어 도박 현상이 나타났다.

투기를 노리는 주식 중개인들이 튤립 거래에 나섰고 가격 변동을 심하게 유도했다.

처음에는 누구나 가격이 오를 것을 자신했고 모두 큰 이익을 얻었다.

튤립 거래 중개인들은 가격의 급격한 등락 속에서 큰 이득을 보았다.

벼락 부자가 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황금이 눈앞에 어른거렸고 파리가 꿀 단지에 모여들 듯 사람들은 튤립 투기에 뛰어들었다.

모두가 튤립 호황이 영원할 것으로 착각했고 전 세계의 부(富)가 네덜란드로 몰려드는 듯했다.

귀족,도시민,농장주,기계공,선원,심지어 굴뚝 청소부까지 튤립 투기에 나섰다.

사람들은 집과 토지를 헐값에 처분하고 튤립을 샀다.

외국인들도 투기 열풍에 휩싸여 네덜란드에 와서 돈을 퍼부었다.

튤립 이외의 생필품들도 서서히 가격이 올랐다.

어떤 사람들은 이 광기가 오래 가지 못할 것을 감지했다.

일부 부유층은 자신들의 정원에 있는 튤립을 적은 이윤을 남기고 팔기 시작했다.

크게 손해 볼지 모른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그러자 튤립 값은 떨어지고 다시 오르지 않았다.

튤립 거래자들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구매를 계약한 사람들은 대금 인도일이 되자 몇 분의 1로 가격이 떨어진 튤립의 인수를 거절했다.

네덜란드 전국에 한숨이 울려 퍼졌다.

부자가 된 일부 사람들은 재산을 숨기고 영국에 투자했다.

많은 상인들은 무일푼이 되었고 채무자로 전락하는 귀족들이 속출했다.

사태가 여기에 이르자 몇몇 도시의 튤립 보유자들이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대표를 뽑아 정부와 협상하자는 결론이 났다.

하지만 정부는 개입을 거절하고 당사자들이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회의는 여러 차례 열렸으나 다툼만 심해졌다.

결국 튤립 투기가 절정이던 1636년 11월 이전의 계약은 모두 무효로 하고 그 후에 체결된 계약은 대금의 10%만 판매자에게 주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는 어느 쪽도 만족시킬 수 없었다.

사태는 그럭저럭 진정되었다.

완전한 해결책을 찾는 것은 정부로서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파산자도 많았고 큰 이익을 본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상업은 큰 타격을 입었고 회복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찰스 메케이, '대중의 미망과 광기')


튤립 투기장이었던 17세기 네덜란드 모델에서 부화뇌동하는 대중들의 광기 어린 불합리한 경제적 사회적 행위의 원인을 분석하고,현대의 우리 삶에서 유사한 경우들을 탐색한 다음,집단적 공동체 안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는 개인이 합리적이고 비판적 성찰 능력을 지키면서 어떻게 독자적인 의사 결정의 주체로 설 수 있는가를 논술문 안에 표현하도록 하고 있다.

우선 이런 상황에서 사용 가치,교환 가치를 넘어서서 이제 우리 삶의 보편적 양식으로 자리하게 된 상징 가치가 어떻게 버블화할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두 하는데 나라고 빠질 수 있는가' 하는 부화뇌동의 심리는 단순히 유행만이 아니라 광기 어린 대중 마취도 낳을 수 있다.

'묻지 마 열풍'에 휩쓸리는 대중 심리에만 그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니다.

대중들의 광기 어린 열정은 어떤 숨겨진 힘에 의해 자극되고 생산되고 부추겨지고 확대될 수 있다.

이전에는 학문과 예술이,현대에서는 특히 언론 매체의 상업 광고 등이 그런 힘들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이런 현상을 대중 소비 사회인 우리 삶의 주변에서 찾아내는 눈썰미를 가져야 한다.

다시 말해서 이런 시각을 현실에 적합하게 적용해 보는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여기서 구체적인 사례는 논의하고자 하는 핵심과 유사성을 지니는 것이어야 한다.

또한 이런 상황 안에서 자신을 현명한 비판적 성찰적 소비 주체로 정립시킬 수 있는 논리를 제시하고,그것으로 독자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stonelee@megastud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