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討論'을 읽으면 '토론'이다.

'議論'은? '의논'이다.

다음 한자들의 독음은 어떻게 될까.

'萬難, 困難, 論難','忿怒, 大怒, 喜怒哀樂','承諾, 應諾, 受諾, 許諾, 快諾' 몇 개를 맞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단어들 사이에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우선 討論은 '토론'으로 대부분 읽고 적을 수 있을 것이다.

'議論'은 '의논'이지만 의외로 '의론'으로 적는 사람도 꽤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익힌 두음법칙에 따르면 이 말은 '의론'으로 적어야 할 텐데 왜 '의논'이 됐을까.

여기에 두음법칙의 함정이 있다.

그것은 '속음'이란 함정이다.

'속음'은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습관음으로,'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는 맞춤법의 기본정신에 따라 인정되는 것이다.

예컨대 불교용어인 '보시(布施),도량(道場),초파일(初八日)'을 비롯 '모란(牧丹),통찰(洞察),모과(木瓜),사탕(砂糖),시댁(媤宅)' 등을 본음과 달리 적는 것은 속음으로 언중에 굳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은 몇 개 외워두면 그만인데 '본음/속음'의 관계에 있는 말 가운데 'ㄴ,ㄹ' 발음의 경우는 비슷한 형태의 말들이 함께 쓰이기 때문에 정확히 알아두지 않으면 잘못 표기하기 십상이다.

앞의 예들을 '본음/속음'에 따라 적으면 '토론/의논','만난/곤란,논란','분노/대로,희로애락','승낙,응낙/수락,허락,쾌락'이 된다.

이 밖에 '安寧, 武寧王陵'은 '안녕/무령왕릉'이다.

속음으로 굳은 말에는 일관된 공통점이 보이지는 않지만 대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날 때는 속음으로 발음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 가운데 자주 틀리는 말로는 '곤란'과 '의논','대로,희로애락'이다.

이들을 '곤난''의론''대노,희노애락'으로 적기 쉬운데 이들은 모두 속음 표기가 맞는 말이다.

반대로 '승낙,응낙'의 경우는 정상적으로 본음에 따라 적는 것인데,이를 '수락,허락' 등과 같이 속음으로 쓰는 말에 이끌려 '승락,응락'이라 잘못 적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