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문제라면 법률구조공단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겁니다. 536-△△△△로 전화하시면 됩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지난 3월 일일상담원으로 나선 정상명 검찰총장이 검찰 민원상담센터로 걸려온 전화에 응답한 말이다.

얼마 전에는 제주시에서 공무원을 대상으로 가장 친절한 전화 인사말이 무엇인지 조사했다.

그 결과 맺음말로 "좋은 하루 되세요"가 단연 1위에 올랐다.

경남지방경찰청 역시 최근 전화를 통한 대민업무에서 끝 인사말로 "좋은 하루 되십시오"를 선정해 적극 사용키로 했다고 한다.

바른말 고운 말 사용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우리 주위에 널리 퍼진 말 가운데 하나가 '좋은 하루 되십시오'다.

방송에서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를 향해 쓰기도 하고 개인 사이에서도 흔히 주고받는다.

그런데 이 말은 가만 들여다보면 어딘지 아쉬운 데가 있다.

'좋은 하루(가) 되라'니? 누가,누구한테 무엇이 되라는 말일까? 일단 이 말은 말하는 사람이 듣는 이한테 '좋은 하루가 되라'고 하는 표현이다.

그런데 '되다'라는 말은 '물이 얼음이 되다''철수가 선생님이 되었다'처럼 쓰이는 말이다.

(동사 '되다'는 다른 용법도 많지만 이 표현이 가장 전형적인 쓰임새다.) 즉 'A가 B(가) 되다' 꼴인데 이런 문장 형태를 문법적으로는 보문이라 한다.

이때 B를 보어라 하고,A와 B는 동격 구조를 이룬다.

그렇다면 철수한테 '좋은 하루 되세요'라고 하면 '철수=좋은 하루'가 돼야 하는데 이런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이 표현이 어딘가 부족한 느낌을 주는 것은 여기에서 온다.

이는 '되다'란 단어를 무분별하게 남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말이란 항상 논리적으로만 따질 일은 아니다.

가령 '나는 냉면이 먹고 싶다'나 '나는 냉면을 먹고 싶다'나 모두 통용된다.

똑같은 상황에서 서로 다른 조사를 허용하는 표현이 존재한다.

또 '오늘 아침 사진을 찍었다''어제 사주를 봤다'란 말은 실제론 모두 '남에게 시킨' 것이지만 문장상으로는(영어에서와 달리) '내가 직접 한' 것처럼 나타난다.

그렇다고 이런 말을 잘못 알아듣지는 않는다.

이처럼 우리말에는 정상적인 어법이지만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좋은 하루 되세요'는 더 좋은,올바른 표현을 놔두고 쓰인다는 점에서 경우가 다르다.

가령 방송에서 이 말을 썼다면 이는 "시청자 여러분,오늘 하루가 (당신에게) 좋은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할 말을 푹 줄여 쓴 말일 것이다.

이처럼 '기원'의 의미를 담을 때에는 "좋은 하루(를) 보내십시오"라고 하면 그만이다.

입말에서 널리 쓰이는 "~말씀이 계시겠습니다"란 표현도 무심코 잘못 쓰는 경우다.

'있다'라는 말은 존재사로 분류되는 특이한 단어다.

동사성과 형용사성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을 존칭형으로 써보자.우선 "아버지께서는 지금 집에 있으십니다." 어딘가 이상하다.

"아버지께서는 지금 집에 계십니다"가 바른말이다.

'있다'가 존재를 나타낼 때는 '계시다'가 높임말이다.

그러면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계시겠습니다"는 어떨까? 이런 말을 많이 쓰지만 이 역시 틀린 것이다.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있겠습니다"라고 해야 하며 이보다는 주체를 살려 "교장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겠습니다"라고 하면 더 좋다.

'있다'가 어떤 상태를 나타낼 때의 존칭형은 '있으시다'이다.

헷갈리는 사람은 "아버지는 돈이 꽤 있지"를 높여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이를 "아버지께선 돈이 꽤 계시지"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아버지께선 돈이 꽤 있으시지." 이렇게 표현하는 게 맞는 말이다.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