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신문 10월28일자 A1면

[뉴스로 읽는 경제학] 방송-통신 통합위원회 만든다는데 …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가 통합된다. 또 문화관광부가 맡고 있는 게임 영상 등 콘텐츠 업무가 통합 기구로 넘어간다. 이에 따라 방송·통신·콘텐츠 관련 정책과 규제가 한 조직에서 이뤄져 방송·통신 빅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국무총리 자문기구인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융추위)는 27일 전체 회의에서 정통부와 방송위를 합쳐 새 기구를 만든다는 내용의 방통 융합안을 마련했다. 이 안은 연내 정부 개편안과 함께 법안으로 마련돼 국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통합기구 명칭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금융감독위원회처럼 '위원회'가 붙을 가능성이 크며 장관급 위원장 1명과 차관급 부위원장 2명을 두게 될 전망이다.

정통부는 당초 통합기구 명칭으로 '정보미디어부'를 희망했으나 채택되지 않았다. 이 밖에 정통부 산하 기관을 통합기구 산하에 넣되 우정 업무를 담당하는 우정사업본부는 우정청으로 떼 내는 방안을 마련했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IT부 기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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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가 방송과 통신 기능을 합친 통합위원회 신설을 골자로 하는 방송통신융합기구 개편안을 사실상 확정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방송통신 융합 논의가 본격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지난 2년 동안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가 방송이냐,통신이냐를 놓고 주도권 다툼을 벌여 온 점을 감안하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디지털미디어 분야가 황금알을 낳는 차세대 산업으로 부상하면서 방송과 통신 정책의 통합이 세계적 흐름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특히 기술 발달로 방송과 통신 간 경계가 사라지면서 정책과 규제를 담당하는 기구의 통합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정통부와 방송위의 통합이 이러한 추세를 감안한 것임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은 방통융합 시대에 대비해 오래 전 통신과 방송에 관한 정책 및 규제 기구를 하나로 통합했다.

이제 '공'은 정부와 국회로 넘어갔다.

정부는 여당과의 협의를 거쳐 통합안을 정부안으로 다듬어 내놓아야 하고,국회는 이를 입법화해야 한다.

10년 넘게 끌어온 방통융합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날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추진위,'정통부와 방송위 고유기능 최대한 보장'

이번에 마련된 안은 정통부와 방송위를 통합하면서도 고유 기능을 최대한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게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측의 설명이다.

새로 선보일 통합위원회는 정통부와 방송위 업무에다 문화부가 관할해 온 방송영상진흥 업무와 방송광고 정책까지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통신과 방송 영역의 모든 규제를 비롯 정책,진흥 업무를 총괄 수행하게 되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산업 진흥과 방송의 공익성 부문을 두 명의 부위원장이 분담함으로써 정통부와 방송위의 고유 기능이 최대한 보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방송위의 경우 종전 업무를 그대로 수행하면서 신분의 안정성을 보장받는 공무원 조직으로 탈바꿈한다.

정통부 또한 산업진흥 업무를 그대로 수행하면서 통합의 주도권까지 쥐게 된다.

게다가 부위원장들이 대립할 경우 위원장이 최종 결정을 내리도록 함으로써 방통융합 서비스를 둘러싼 갈등도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두 기관의 반발 무마용 방편' 의견도

사실 이번 조직 개편을 놓고 반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정통부와 방송위를 물리적으로 합친 데 불과하며,정책을 둘러싼 갈등을 '봉합'하려는 의도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두 조직의 통합은 어떤 원칙에서 나왔다기보다는 두 기관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방편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또 다시 주도권 싸움이 내부로 옮겨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특히 그동안 방송위의 경우 위원 임명에서부터 정치판으로 변질됨으로써 파행 운영돼 온 상황을 감안하면 통합위원회가 과연 제대로 구성될 수 있을지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게다가 규제와 정책,산업 진흥까지 다 합치는 게 과연 타당한지도 깊이 따져 봐야 할 사안이다.

정통부와 방송위뿐만 아니라 문화관광부(콘텐츠) 산업자원부(산업 진흥)까지 함께 놓고 조직을 개편하기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자칫하면 또 다시 조직개편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얘기다.

○통합 거대조직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 해결해야

하지만 방통 융합이란 세계적 추세를 감안하면 정통부와 방송위의 기능 통합보다 더 효과적인 방안을 찾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기술력을 확보하고도 영역 싸움으로 지난 10년간 허송 세월한 것을 생각하면 방통융합추진위가 불과 두 달 만에 기능 통합안을 내놓은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실제로 방통 융합이 실현될 경우 인터넷 TV(IPTV) 서비스가 가능해지고 장비,콘텐츠,서비스 등 관련 시장에도 빅뱅이 일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있다.

문제는 방통 융합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정통부가 지금도 진흥과 규제라는 칼을 양손에 쥐고 업계 위에 군림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실정이어서 앞으로 탄생할 거대 조직의 막강한 영향력과 정치적 중립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정부는 관계 부처 간 협의와 공청회 등을 통해 각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불필요한 조직과 기능을 없애거나 최소화하고 심의 기능 등을 과감하게 민간에 넘길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방송과 통신은 변화와 혁신이 빠른 분야인 만큼 정부는 업계가 이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고 지원하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hankyung.com


■ 용어풀이

◆방통융합=방송 서비스와 통신 기술이 융합(convergence)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예컨대 초고속 인터넷으로 TV를 시청하고 유선방송 사업자들이 케이블선을 통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와 인터넷 전화(VoIP)를 제공하는 것 등이다.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방송통신융합 환경에서의 정책방향 설정과 법,제도 정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7월28일 출범했다.

국무총리 소속으로 14명의 민간 위원과 정통부 장관,방송위원장을 비롯한 6명의 당연직 위원 등 20명으로 구성돼 있다.

2007년 말까지 활동하도록 규정돼 있다.

◆IPTV=Internet Protocol Television의 머리글자에서 따 온 것으로 인터넷 TV로 통한다.

초고속 인터넷망을 이용해 제공되는 쌍방향 텔레비전 서비스를 말한다.

인터넷과 텔레비전의 융합이라는 점에서 디지털 컨버전스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컴퓨터 모니터 대신 텔레비전 수상기를 이용하고 마우스 대신 리모컨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기존 인터넷 TV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