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신문10월16일자 1면

정부는 유엔이 채택한 대북 결의안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이들 사업을 지속해 나가기로 방침을 정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15일 "대량살상무기(WMD)와 직접적인 연루 증거가 없는 한 규제 대상이 안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사업의 계속 추진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도 "결의안과 경협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한국시간으로 이날 새벽 군사조치 가능성은 배제하되 강력한 경제적·외교적 제재를 가하는 대북 제재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결의안은 모든 회원국에 북한의 불법적인 거래를 막기 위해 북한을 출입하는 화물 검색을 포함한 협력적 조치를 국제법,국내 권한 및 법에 따라 실시하도록 명시했다.


하영춘 한국경제신문 뉴욕특파원 hayoung@hankyung.com

정지영 한국경제신문 정치부 기자 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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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로 읽는 경제학]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어떻게 대응할까
북한 핵실험과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사상 처음으로 유엔 헌장 7장을 원용해 만장일치로 대북 제재를 결의했다.

안보리가 한국전쟁(1950년),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선언(1994년),그리고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2006년 7월) 이후 북한에 대한 촉구 또는 비난 결의를 한 적은 있으나 제재를 결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사회가 북한 핵실험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안보리의 결의안 채택에도 불구하고 유엔 회원국들에 북한과의 무기거래를 금지하고,그와 관련된 금융거래를 동결하며,무기 밀매 등을 막기 위한 화물검색 등을 요구한 8조의 해석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일본과 중국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제재 범위와 수준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가 하면,국내에서도 경제적 제재를 골자로 한 안보리의 대북 결의 내용을 놓고 정부 여당과 야당이 아전인수격 해석을 하고 있다.


○정부·여당측,"평화적 목적 남북교류사업 추진돼야"

통일부에서는 결의안의 자금과 금융자산 동결은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에 관련된 것으로,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사업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당 또한 안보리가 무력제재를 배제한 만큼 핵무기 개발과 관련없는 평화적 목적의 남북교류사업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에 대해서도 정부는 무기를 실은 북한 선박이 우리 해역을 지나갈 때 남북해운합의서에 따라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안보리 결의 조항과 PSI는 직접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여당은 또 무력사용을 초래할 수 있는 어떤 제재도 반대한다고 주장한다.

진보진영에서는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예민해진 북한에 대해 우리쪽에서 문제의 빌미를 제공함으로써 감당못할 사태를 초래해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북한의 핵폐기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는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지만 물리적 힘만으로는 이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야당측,"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이행에 동참해야"

이에 대해 야당인 한나라당에서는 "유엔 결의안은 모든 국가가 공통으로 이행해야 할 최소한의 조치를 담고 있다"며 "정부는 북핵이 폐기될 때까지 이를 이행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북에 남한의 현금이 유입되는 통로인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은 무조건 일단 중지하는 게 안보리 결정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희생과 갈등을 감수해야 한다며 북한과의 국지전을 감수하고서라도 PSI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수진영도 이들 사업을 통해 북한에 들어가는 현찰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사용됐다고 보고 있는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결정을 내리는 게 정도임에도 정부가 미리 '사업을 지속한다'고 선언한 것은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안보리 결의 틀 안에서 대북정책 결정돼야

대북 제재의 강도와 범위를 놓고 논란도 없지는 않지만 그 수위는 갈수록 높아질 게 틀림없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 나가느냐 하는 점이다.

이미 우리 정부도 국제사회와의 조율된 대응을 강조해온 만큼 안보리 결의의 틀 안에서 철저하고 냉정한 대처방안을 세우지 않으면 안된다.

같은 맥락에서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사업 등의 정책방향도 결정돼야 한다.

모든 대북정책은 앞으로 구체화될 국제사회의 제재방식과 수준에 맞춰 결정되고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북의 핵 위협으로 안보위기가 현실이 된 상황에서 우리와 동맹관계에 있는 미국과의 협력체제를 더욱 다지는 것이 시급한 실정이다.

정치권을 비롯 정부 등은 우리 안보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사실을 깊이 새겨야 할 때다.

한편 생글생글의 홈페이지 생글생글i(www.sgsgi.com) 찬반토론방에선 "북 핵실험 후 대북 포용정책 을 그대로 유지해도 될까"라는 질문에 반대가 66.7%로 찬성 의견(33.3%)의 두 배에 달했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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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

◆유엔헌장 7장='평화에 대한 위협,평화의 파괴 및 침략행위에 관한 행동'을 규정하고 있으며 구체적 대응 조치는 41조와 42조에 명시돼 있다.

41조는 안보리가 자체 결정을 집행하기 위해 병력사용을 수반하지 않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인지를 규정하고 있으며,42조는 41조에 정한 조치로는 불충분할 경우 군사적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엔 결의안 8조=안보리 결의의 핵심조항으로 유엔 회원국이 취해야 할 각종 조치를 담고 있다.

사치품의 북한 제공 판매 이전금지,북핵 등과 관련한 사람들의 입국 금지,북한 대량 살상무기와 관련한 자금과 경제지원 동결,북한으로부터의 화물검색 등을 담고 있다.

◆남북해운합의서=2001년 6월 북한 상선 3척의 제주해협을 무단 통과로 남북 간 해운협력문제가 쟁점으로 등장한 뒤 3년여간의 협의를 거쳐 2005년 8월 발효됐다.

남북은 상대측 해역을 항행할 때 무기를 수송하지 말아야 하며,상대측 선박이 통신검색에 응하지 않을 경우 선박을 정지시킨 뒤 승선 검색을 할 수 있다.

합의서 위반사실이 확인된 경우 시정조치를 할 수 있는 것 등이 주요 내용이다.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Weapons of Mass Destruction 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대량살상무기(WMD)의 국제적 확산을 막기 위해 2003년 6월 미국 주도로 발족한 국제 협력체제로,WMD 확산방지구상 또는 PSI로 불린다.

◆핵확산금지조약(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어떤 나라가 새로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과 보유국이 핵무기를 양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으로,1969년 6월 체결됐다.

북한은 1985년에 가입했다가 1993년 탈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