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실험 사태 여파로 정부가 당초 이달말 10억달러 규모로 추진했던 외화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해외 발행을 연기했다.

이에 따라 금년내 해외 차입을 추진했던 기업과 금융회사 등의 자금 조달에도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11일 재정경제부는 외평채 해외 발행을 위한 주간사단 회의를 소집, 당초 이달말 예정했던 10억달러 정도의 외평채 발행계획을 일단 11월 중순 이후로 넘겨 북핵 사태의 추이를 지켜본 뒤 발행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재경부는 지난달 바클레이즈캐피탈과 씨티그룹, 크레디스위스, 산업은행을 공동 주간사로 선정해 이달말께 10억달러 규모의 외평채를 뉴욕·런던·홍콩 시장 등에서 발행키로 했었다.

이번 외평채 발행은 2008년 30억달러의 외평채가 한꺼번에 만기도래하는 것에 대비해 신규 발행을 추진했던 것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번 외평채는 당장 돈이 필요해 발행하려 했던 게 아니다"며 "북한의 핵실험으로 외국투자자들의 한국 채권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굳이 불리하게 발행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핵 사태가 진정돼 상황이 호전되면 언제든지 다시 발행을 추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외평채 발행을 연기함에 따라 올 연말까지 외화차입을 추진했던 기업과 은행 등도 자금조달에 차질이 예상된다.

산업은행 15억달러를 비롯해 국민은행(3억~5억달러) 기업은행(3억달러) 현대캐피탈(3억달러) 철도공사(3억달러) 수자원공사(1억5000만달러) 등이 연내 외화차입을 계획했었다.

이들 기업들은 이달말 정부가 낮은 금리로 외평채를 발행하면 이를 바탕으로 유리한 조건의 해외차입을 시도한다는 전략이었다.

차병석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chabs@hankyung.com

-금융시장은 늘 예민한데 북한 핵실험과 같은 큰 사건이 터지면 더더욱 민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외평채는 정부가 해외에서 발행하는 국채인데, 외평채 금리는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내야 할 금리의 기준이 되므로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예정대로 10월 말에 외평채를 발행한다면 높은 금리를 지급해야 하고, 그러면 기업 금융기관의 해외 차입금리가 올라가 국가적으로 손해입니다.

따라서 사태 추이를 보면서 외평채 발행시기를 저울질하는 것은 당연한 대응입니다.

그만큼 북한 핵실험은 일파만파의 영향을 미치고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