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우리 경제가 상당한 충격을 받고 있다.

주가가 떨어지고 환율이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은 휘청거렸고,투자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실물경제도 흔들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이나 과거 미국에서 발생한 9·11테러 등은 경제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사건들이다.

그런데도 이런 일이 터지면 경제가 큰 충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은 이 문제에 대해 알아보자.

◆전쟁 가능성 높이는 지정학적 위험

북한의 핵실험과 같은 사건이 터지면 한반도의 전쟁 위험이 높아진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 자체가 위험인 것은 물론이고 미국 등이 북한을 강력하게 제재하면서 최악의 경우엔 물리적인 충돌 가능성도 전적으로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북한을 제재하겠다고 나서는 것만 봐도 이 사안이 한반도의 전쟁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전쟁이 나면 시장이 붕괴되기 때문에 주가나 환율의 움직임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요인은 사건의 예측 가능성 문제다.

모든 사람들이 예측하는 가운데 사건이 터지면 그 충격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반면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갑자기 생기면 사람들은 엄청난 혼란에 휩싸인다.

미국에서 2001년 9·11테러가 발생했을 때 주식시장을 휴장해야 할 정도로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휩싸인 이유 중 하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실험도 마찬가지다.

북한 정부가 핵실험을 강행하겠다는 선언을 했지만 실제로는 엄포에 그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한국 정부마저 북한이 핵실험 사실을 발표하기 직전까지도 "핵실험의 징후가 포착되지 않았다"고 말할 정도로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었다.

◆단기적으로는 금융시장에 충격

특정한 사건이 미치는 영향이 가장 빨리 나타나는 곳은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다.

모든 호재와 악재가 곧바로 반영되는 주식시장에서 북한의 핵실험은 메가톤급 악재였다.

주가는 급락했다.

핵실험 사실이 발표된 지난 9일 코스피지수는 32.6포인트(2.41%) 하락했고 코스닥지수는 48.22포인트(8.21%)나 떨어졌다.

외환딜러들은 북한의 핵실험과 같은 사건이 발생하면 먼저 매매주문을 넣느라 분주한 움직임을 보인다.

은행 등에서 대규모로 거래하는 외환시장의 특성상 1초라도 늦게 주문을 내면 수억원 또는 수십억원의 손해를 보는 경우도 생긴다.

9일 원·달러 환율이 14원80전이나 급등한 것은 원화의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얘기인데,외환딜러들이 원화를 정신없이 팔아치우면서 달러를 사들였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국고채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채권시장은 두 가지 측면이 공존한다.

전쟁과 같은 커다란 위기가 발생하면 채권시장도 붕괴될 수 있어 채권금리가 폭등(채권값 폭락)하겠지만,위기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을 경우에는 주식이나 외환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시장이라는 측면이 부각돼 사람들이 채권시장으로 몰려들게 된다.

악재의 크기에 따라 채권금리는 올라갈 수도,내려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되기도

금융시장의 충격은 사건이 터진 뒤 하루 또는 이틀 정도 지나면 대부분 안정된다.

핵실험 다음날 코스피지수는 8.97포인트 올랐고 환율도 4원40전 떨어지는 안정세를 보였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사건 다음날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면 첫날부터 이를 감안해 적당한 수준까지만 주가가 떨어지고 환율도 적당하게 올라야 하는 것 아닌가.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특정한 사건을 제때 적정하게 반영해야지,그 다음날에야 진정을 되찾는 이유는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로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사건이 터진 당일에는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도 모른다.

예컨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미국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 짐작하기가 어렵다.

중국과 일본 정부가 어떤 입장을 보일지도 불확실하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면 불확실한 요인들이 어느 정도 제거된다.

두 번째 이유는 대부분의 외환딜러나 펀드매니저들이 대세의 흐름에 따라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쏠림현상이라 불리는 군집행동(herd behavior)을 하게 되면 실패하더라도 다수에 묻혀서 가기 때문에 큰 비난을 받지 않는다.

잘못된 결정을 비판하는 사람에게 "그때 상황은 그게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소신을 갖고 다수의 행동과는 정반대로 움직였는데 그 결과가 실패로 판명날 경우 그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평균치에도 못 미치는 바보같은 행동을 했다는 비판을 받게 되는 것이다.

현승윤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hyunsy@hankyung.com


< 금융시장 충격 장기화되면 불황 >

금융시장의 불안은 심리적인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심리적인 위축이 지속되면 실물경제가 나빠질 수밖에 없다.

경제는 어느 정도 심리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우선 설비투자와 소비심리가 냉각되는 것이 큰 문제다.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고 가계가 소비를 줄이면 경제는 나빠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하지 않거나 이미 투자한 돈을 빼가는 자본 이탈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전쟁이 일어날 경우 매입 주문의 납기를 맞추지 못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외국인 바이어들의 심리적인 위축으로 인해 수출마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대외신인도가 하락하면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 어려워지고,일부에서는 내국인의 자본 유출 현상도 나타난다.

이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려면 북핵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

불행하게도 북한의 핵실험 문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넘어갈 공산이 크기 때문에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의 단기적인 불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물부문까지도 휘청거릴 수 있다는 얘기다.

내년 국내 경기가 매우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