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앞서 '무엇을 담을까'를 궁리한다면 여러분은 글의 내용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런 다음 '어떻게 표현할까'를 고민한다면 그것은 글의 형식에 관한 것입니다. 글의 내용과 형식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습니다. 어느 하나라도 부실하면 좋은 글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죠. 이 코너는 그 가운데 형식에 관한 얘기를 다룰 것입니다.
운동 경기에 나서는 선수에게 룰(rule)에 대한 숙지는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사항입니다. 말을 하고 글을 쓰는 데도 규칙이 있습니다.
글쓰기를 포함한 일상적인 언어생활에서 필요한 어문 규정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한글맞춤법,표준어 규정,외래어 표기법입니다. (어문 규범에는 이 밖에도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 있으나 이는 일반적인 글쓰기에서 거의 쓸 일이 없는 데다 내용도 제법 전문적인 것이라 아예 '모르는 게 약'일 수도 있습니다)
이들 세 규정은 명문화돼 있는,일종의 성문법 같은 것으로서 모두 올바른 적기(철자)를 위한 도구입니다. 이들은 바른 글쓰기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문법은 의미에 맞는 적절한 단어의 선택,그리고 이들 단어들을 엮어 만드는 문장의 정교함 따위를 다루는 것으로서 이는 일종의 불문법 같은 것입니다.
어법이란 바로 생각을 드러내기 위해 단어를 고르고,문장을 구성할 때 가장 '자연스럽게' 느끼는 방식들을 모아 정해놓은 약속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맞춤법 등 철자 표기에서부터 단어의 선택,문장의 구성이 바르고 짜임새 있게 이뤄지고 나면 우리는 좋은 글을 위한 절반의 요건을 갖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이런 글쓰기의 기본 도구들과 단어,문장의 관계 등에 관한 얘기를 다룰 예정입니다.
한글 맞춤법이 어렵다는 말을 많이들 한다. 이는 맞는 말이다. 일단 양이 만만치 않다. 1988년 개정 고시된 현행 맞춤법은 모두 57항으로 돼 있는데 여기에 각 항마다 붙임과 단서조항이 있다. 게다가 부록으로 문장부호 용법까지 포함하고 있어 웬만한 책 한 권 분량이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일관된 원칙이 있다. 수많은 단어들을 일일이 외운다는 것은 불가능할 뿐더러 비효율적인 일이다.(모르면 사전 찾아 보면 되니까) 따라서 우리는 이 원칙만 이해하면 나머지는 전부 응용해 적을 수 있다.
다음 네 개의 단어 가운데 틀린 말은 어떤 것인가.
(가)등쌀 (나)눈곱 (다)눈살 (라)일쑤 (마)짭잘하다
답은 (마)'짭잘하다'이다. '짭짤하다'가 맞는 말이다.
그렇다고 이를 무작정 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네 낱말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원칙을 찾아야 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것은 우리말을 적는 기본 원칙 중의 하나인 '소리 나는 대로 적기'다. 다른 말로 하면 된소리를 적는 방식이다.
맞춤법에서는 이를 '한 단어 안에서 뚜렷한 까닭 없이 나는 된소리는 된소리로 적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쉽게 말하면 '소리나는 대로 적으면 된다'는 것이다. 이 규정만 알고 있으면 '산뜻하다/산듯하다,일쑤/일수,등쌀/등살,팔짱/팔장,혼쭐/혼줄,잔뜩/잔득,물씬/물신'(모두 앞의 말이 맞는 말임) 따위를 쉽게 구별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눈곱과 (다)눈살은 어떻게 된 걸까. 우리가 외워두어야 할 최소한의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소리는 된소리로 나는데 된소리로 적지 않는 경우',이것만 알고 있으면 나머지는 다 된소리로 적으면 된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기자 hymt4@hankyung.com
운동 경기에 나서는 선수에게 룰(rule)에 대한 숙지는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사항입니다. 말을 하고 글을 쓰는 데도 규칙이 있습니다.
글쓰기를 포함한 일상적인 언어생활에서 필요한 어문 규정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한글맞춤법,표준어 규정,외래어 표기법입니다. (어문 규범에는 이 밖에도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 있으나 이는 일반적인 글쓰기에서 거의 쓸 일이 없는 데다 내용도 제법 전문적인 것이라 아예 '모르는 게 약'일 수도 있습니다)
이들 세 규정은 명문화돼 있는,일종의 성문법 같은 것으로서 모두 올바른 적기(철자)를 위한 도구입니다. 이들은 바른 글쓰기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문법은 의미에 맞는 적절한 단어의 선택,그리고 이들 단어들을 엮어 만드는 문장의 정교함 따위를 다루는 것으로서 이는 일종의 불문법 같은 것입니다.
어법이란 바로 생각을 드러내기 위해 단어를 고르고,문장을 구성할 때 가장 '자연스럽게' 느끼는 방식들을 모아 정해놓은 약속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맞춤법 등 철자 표기에서부터 단어의 선택,문장의 구성이 바르고 짜임새 있게 이뤄지고 나면 우리는 좋은 글을 위한 절반의 요건을 갖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이런 글쓰기의 기본 도구들과 단어,문장의 관계 등에 관한 얘기를 다룰 예정입니다.
한글 맞춤법이 어렵다는 말을 많이들 한다. 이는 맞는 말이다. 일단 양이 만만치 않다. 1988년 개정 고시된 현행 맞춤법은 모두 57항으로 돼 있는데 여기에 각 항마다 붙임과 단서조항이 있다. 게다가 부록으로 문장부호 용법까지 포함하고 있어 웬만한 책 한 권 분량이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일관된 원칙이 있다. 수많은 단어들을 일일이 외운다는 것은 불가능할 뿐더러 비효율적인 일이다.(모르면 사전 찾아 보면 되니까) 따라서 우리는 이 원칙만 이해하면 나머지는 전부 응용해 적을 수 있다.
다음 네 개의 단어 가운데 틀린 말은 어떤 것인가.
(가)등쌀 (나)눈곱 (다)눈살 (라)일쑤 (마)짭잘하다
답은 (마)'짭잘하다'이다. '짭짤하다'가 맞는 말이다.
그렇다고 이를 무작정 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네 낱말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원칙을 찾아야 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것은 우리말을 적는 기본 원칙 중의 하나인 '소리 나는 대로 적기'다. 다른 말로 하면 된소리를 적는 방식이다.
맞춤법에서는 이를 '한 단어 안에서 뚜렷한 까닭 없이 나는 된소리는 된소리로 적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쉽게 말하면 '소리나는 대로 적으면 된다'는 것이다. 이 규정만 알고 있으면 '산뜻하다/산듯하다,일쑤/일수,등쌀/등살,팔짱/팔장,혼쭐/혼줄,잔뜩/잔득,물씬/물신'(모두 앞의 말이 맞는 말임) 따위를 쉽게 구별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눈곱과 (다)눈살은 어떻게 된 걸까. 우리가 외워두어야 할 최소한의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소리는 된소리로 나는데 된소리로 적지 않는 경우',이것만 알고 있으면 나머지는 다 된소리로 적으면 된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