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권시장에서 일명 '장하성펀드'(정식 명칭은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 Korea Corporate Governance Fund) 등장을 계기로 '자산주'로 불리는 주식들이 시세를 주도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장하성펀드가 공격대상으로 삼은 대한화섬이란 기업은 주식으로 따지면 그야말로 전형적인 자산주에 속하는데,이 기업의 주가가 오르자 덩달아 같은 부류의 자산주들도 뛰고 있는 것이다.

혹시나 장하성펀드의 제2,제3의 타깃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지난 9월21일자 한국경제신문 증권면에서는 이를 '자산주 테마'라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자산주란 무엇이고,왜 장하성펀드의 공격 대상이 됐을까.

또 자산주는 무조건 투자하기에 유망한가.

하나하나 짚어보도록 하자.

자산주는 시가총액<자산총액

쉽게 말해 기업의 주식가치에 비해 자산가치가 훨씬 높은 주식을 말한다.

여기서 주식가치는 시가총액(=주식수×주가)을 말하며,자산가치는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 다시 말해 보유주식과 현금 토지 건물 등 유·무형의 자산 총액을 말한다.

대한화섬을 예로 들어보자.이 회사의 재무제표에서 부채와 자산 상태를 보여주는 대차대조표를 보면 자산총액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3382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보유 유가증권(주식,채권 등)이 1610억원으로 가장 많고 토지 건물 등 유형자산이 1433억원으로 두 번째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통상적으로 기업의 자산가치를 따질 때는 전체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한다.

따라서 대한화섬의 경우 부채총계 556억원을 제외한 순자산총액은 2826억원이다.

이에 비해 대한화섬이 장하성펀드의 공격을 받기 전 시가총액은 불과 8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주식의 가치가 회사의 자산가치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칠 정도로 저평가되어 있었다는 뜻이다.

장하성펀드는 대한화섬의 주식이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이유를 대주주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때문이라고 봤고,지배구조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며 제 가치 찾기 운동에 나선 셈이다.

다시 말하면,대한화섬이 투자를 하지도 않으면서 엄청난 자산을 쌓아두고 있는 것은 기업의 효율성이 떨어뜨릴 뿐더러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는 게 장하성펀드 측 주장이다.

어쨌든 대한화섬은 장하성펀드의 공격을 받은 이후 주가가 주당 6000원대에서 불과 한 달여 만에 1만8000원대까지 3배 이상 치솟았다.

시가총액도 2500억원으로 순자산가치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라갔다.

자산주에도 옥석 가리기

자산주냐,아니냐를 구분하는 계량적 지표 중의 하나가 PBR이다.

PBR는 Price on Book-value Ratio의 약자로 우리말로는 주당순자산비율이라고 부른다.

기업의 주가를 주당순자산(BPS:Book-value Per Share)으로 나눈 값으로,주가가 그 기업의 가치를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PBR가 1배이면 주가가 순자산가치와 같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뜻이고, 1배 미만이면 순자산가치에 못 미치는 수준에서 낮게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PBR가 1배 미만인 종목들이 자산주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PBR가 1배 미만이라고 해서 모두 자산주는 아니다.

이유는 여러가지다.

가령 충청도 요지에 대규모 공장부지를 보유하고 있는 A라는 기업이 있다고 치자.그 기업은 공장부지 가치만 따져도 시가총액보다 많아 겉으로 보면 우량 자산주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만약 그 공장 부지가 용도변경이 불가능해 개발할 수 없다면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상장사들 가운데 흔히 자산주로 불리는 종목들에는 이런 경우가 적지 않다.

또 실제 자산가치가 우량한 회사라 하더라도 만약 주식의 유동성이 부족하다면, 즉 거래되는 주식의 물량이 적다면 우량 자산주로 볼 수 없다.

주식의 유동성이 떨어지면 소량의 매매에도 주가는 비정상적으로 널뛰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종태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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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65% 주가 회사 청산가치보다 낮은 가격 거래
■ PBR 1배 미만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종목 가운데 PBR가 1배 미만으로 주가가 주당 순자산가치(청산가치:당장 회사를 문 닫고 정리할 경우의 가치)보다 낮게 거래되는 기업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모두 337개사에 이른다.

이는 적자기업, 관리종목 등을 제외한 전체 상장사의 65.6%에 달한다.

상장사 10곳 중 6곳 이상이 주가가 회사의 청산가치에 미달할 만큼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PBR 1배 미만인 337개 기업의 주가가 모두 저평가됐다고는 보기 어렵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PBR가 1배 미만이라고 해서 모두 우량 자산주는 아니기 때문이다.

업종별로 보면 가스주와 철강주의 평균 PBR가 각각 0.57배,0.83배로 낮다.

섬유·의류주들도 평균 PBR가 0.71배로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가스 철강 의류 등의 업종에 저평가된 종목이 상대적으로 많다고 보면 된다.

반면 제약주나 전기·전자 업종의 평균 PBR는 각각 1.71배,1.68배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유통 업종도 평균 PBR가 1.76에 이른다.

그룹별로는 한진그룹의 PBR가 0.66배로 가장 낮고, 롯데그룹(0.80배) 한화그룹(0.97배)도 1배 미만이다.

이에 비해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을 거느리는 현대중공업그룹은 PBR가 2.05배로 주요 그룹 중에서는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거꾸로 얘기하면 그만큼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뜻이 된다.

삼성그룹과 SK그룹도 PBR가 각각 1.77배, 1.71배로 다른 그룹 평균에 비해 높게 나왔다.

개별 종목으로는 태창기업의 PBR가 불과 0.19배로 상장사 중 가장 낮았고, 동부제강(0.20배) 평화산업(0.21배) 일신방직(0.24배) 등도 아주 낮은 수준이었다.

반면 의류업체인 VGX인터내셔널의 PBR가 무려 11.14배로 상장사 중에서 가장 높았다.

IHQ와 현대오토넷도 각각 6.81배, 5.43배에 달했다.

이들 종목은 대체로 고평가됐다는 평가로 최근 주가가 대체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