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음력으로 치면 8월15일이다.

이 날은 중추절 또는 한가위라고도 한다.

'한'이라는 말은 '크다'는 뜻이고 '가위'는 '가운데'라는 뜻의 옛말이다.

8월의 한가운데에 있는 큰 날이라는 뜻이다.

추석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 가운데 약주는 어느 지방에서든 빠지지 않는다.

'약주(藥酒)'는 '맑은 술'의 다른 말이기도 하고 일반적으로 술을 점잖게 부르는 말이기도 하다.

'맑은 술'이란 다름 아닌 '청주(淸酒)'를 가리킨다.

그런데 요즘도 이 청주를 가리켜 '정종'이라 부르는 사람이 있다.

'정종(正宗)'은 일제 강점기 때 들어온 일본의 청주 상표 중 하나가 널리 쓰여 일반 명칭처럼 잘못 굳어진 것이다.

이 말은 일본 전국시대를 누볐던 다테 마사무네(伊達正宗)라는 사람에서 유래했다.

다테 마사무네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잇는 유명한 사람인데 그의 가문에서 자랑하는 두 가지가 있었다고 한다.

하나는 바로 정교하고 예리한 칼이고,다른 하나는 쌀과 국화로 빚은 청주였다.

옛날 일본 사람들은 청주를 빚으면서 가문의 이름을 붙였는데 이 술맛이 너무나 좋아 사람들이 이를 가리켜 '국정종(菊正宗)'이라고 불렀다는 것.

따라서 우리가 알고 있는 '정종'이란 말은 일본말 마사무네(正宗)를 우리 음으로 읽은 것이고 이는 옛날 일본의 수많은 청주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예부터 써오던 일반 명칭은 '청주'이다.

청주보다 훨씬 독한 술에 빼갈 또는 빼주라는 게 있다.

이는 수수를 원료로 만든,알코올 농도 60% 내외의 중국 특산 소주(燒酒)로 고량주(高粱酒)를 이르는 말이다.

백주(白酒)라고도 한다.

'빼갈'은 고량주를 달리 부르는 말로서 '배갈'이라 적어야 바른 표기다.

중국에선 '바이간얼(白干兒)'이라 하는데,이 말이 한국에서 '배갈'로 정착된 것이다.

흔히 '빼갈'이라고 부르는 말은 소주를 '쏘주'라 하듯이 배갈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된소리화한 것이다.

하지만 쓸 때는 반드시 '배갈'이라 적어야 한다.

'빼주' 역시 '배갈'의 잘못이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셔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고주망태가 됐다"고 한다.

이는 '술에 취해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의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에 비해 '모주망태'라 하면 '술을 늘 대중없이 많이 마시는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다.

'모주꾼'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고주망태와 모주망태는 서로 다른 말이므로 구별해 써야 한다.

'모주(母酒)'는 '약주를 뜨고 난 찌끼술'을 가리킨다.

'고주망태'이든 '모주망태'이든 두 말에 들어 있는 '망태'의 어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