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인적자원부는 '학교 내 체벌 금지'를 골자로 한 '학생인권 보호 종합대책'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한 선생님이 지각한 학생을 200대 때린 사건이 발생한 직후 나온 대책이다. 그런데 이 발표에는 체벌 문제의 배경인 인권을 배제한 채 체벌자체만 다루고 있어 학생들의 인권이 보호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학생들의 인권은 체벌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두발 자유화'에 대한 논의도 그 중 한 사례다. 두발 자유화는 몇 년 사이에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대두하였고 학생 인권의 진일보에 불을 붙이는 역할을 했다.

그것은 개성을 존중해 달라는 학생들의 최소한의 요구였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학교에서는 거론조차 되지 않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고질적인 문제로 학생 회의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학생들의 회의'가 되어야 할 공론의 장이 몇몇 학생 회의에 참관한 선생님의 감시 아래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 대표들은 자신의 의견을 마음대로 발언하기 어렵다.

오인환군(미래산업과학고 2학년)은 "의견을 게시판에 개진하기도 전에 선생님의 판단에 따라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삭제된다"고 했다. 학생들이 학교에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기회가 사전에 차단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학교는 학생의,학생을 위한,학생에 의한 '배움의 터'이기보다는 선생님과 학교 당국의 입맛에 맞춘 '인재훈련소'에 불과하다. 현실적인 어려움은 학생들에게 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는다. 무엇보다도 학생과 학교 당국 사이에 불화가 생기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니 오해는 갈수록 늘어난다.

이번에 발생한 '체벌 200대' 사건이 사회적인 이슈가 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학생들의 현실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그리고 벌어질 수 있는 일이 수면 위로 떠올랐기에 교육계가 술렁거리고 교육부가 법안까지 제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보면 교육부의 지금의 행동은 미봉책에 불과할 수 있다. 만약 학생들의 인권이 진실로 보호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학생들에게 설문지를 돌려 의견을 묻는 것이 순서다.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철두철미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사건이 있은 직후 뜬 구름식의 발언으로 체벌을 제한하느냐 마느냐의 협의적인 논쟁으로 끝내서는 안 될 문제다.

이정현 생글기자(청원고 2년) hyun955@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