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에서 예금에 가입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내년부터 보험사 지점에서 보험도 들고 예금에도 가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보험사들로 하여금 은행상품인 예금과 적금을 판매할 수 있도록 보험업법을 고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3년 9월 은행에서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Bankasurance:bank(은행)와 assurance(보험)의 합성어)가 국내에 시행된 지 3년여 만에 이제는 그와 반대로 보험사에서 은행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보험사에도 은행의 고유업무인 지급결제(자금이체,수표발행,지로결제 등) 업무를 허용한다는 방침이어서 조만간 '어슈어뱅킹(assurebanking:assurance와 bank의 합성어)'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어슈어뱅킹은 방카슈랑스에 상대되는 개념으로 보험회사가 은행의 영역인 지급결제 업무를 하거나 은행을 자회사로 두어 간접적으로 은행업을 겸하는 경우를 말한다.
보험사는 또 내년부터 증권·자산운용사의 고유영역인 투자자문업과 투자일임업까지 할 수 있게 된다.
고객의 돈을 모아 수수료를 받고 투자 조언을 해주거나 투자자금을 직접 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보험사의 업무영역이 이처럼 넓어지면 보험사도 종합금융회사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사의 업무영역 확대에 대해 경쟁관계에 놓이게 될 은행과 증권업계는 마뜩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은행들은 "보험사에 예금 판매업무를 허용하면 전반적인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해칠 위험이 있다"는 그럴 듯한 이유를 대고 있다.
하지만 불만의 진짜 이유는 자신들의 영역을 보험사가 침범해온다는 점이다.
물론 은행과 증권사들이 반발하더라도 금융권 간 업무장벽 철폐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실제로 정부는 이번 보험업법 개정보다 더 강력한 매머드급 법률 제정작업을 진행 중이다.
증권 자산운용 선물 투자자문 신탁업 등 자본시장과 관련된 모든 금융업을 운용할 수 있는 '금융투자회사' 설립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금융투자업과 자본시장에 관한 법률(통칭 자본시장통합법)'이 재정경제부 주관으로 올해 말까지 만들어진다.
이제까지는 증권사 자산운용사 선물회사 투자자문회사 간 업무영역이 엄격히 구분돼 있었지만,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이러한 칸막이가 없어지고 모든 업무를 할 수 있는 거대 규모의 종합 금융회사가 탄생할 수 있다.
재경부는 올해 안에 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며 국회에서 법률안이 통과되면 1년 동안의 유예기간을 거쳐 2008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자본시장통합법의 실무 책임을 맡고 있는 김석동 재경부 차관보는 "이 법이 가져올 변화는 1986년 영국 금융시장 빅뱅의 10배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정말 어마어마한 금융권 재편의 신호탄이 올라간 셈이다.
그렇다면 금융권 간 업무영역 칸막이를 왜 없애는 걸까.
김우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객들로 하여금 한 금융회사에서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대형 금융회사를 육성해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금융그룹인 미국 씨티그룹이 탄생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도 금융권 업무영역 철폐에 따른 인수합병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1998년 4월 미국 최대 은행인 시티코프와 보험·증권그룹인 트레블러스가 전격 합병을 발표해 전 세계 금융인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당시 트레블러스는 보험 증권 투자은행 업무를 하는 이른바 2금융권이었으며,시티코프는 전통적인 은행업무와 신용카드업무를 하는 대표적 1금융권이었다.
트레블러스로선 시티코프와 한 몸이 돼 덩치를 키우는 것이 최적의 전략이었다.
시티코프의 카드 고객에게 보험연금상품과 자회사인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사)의 뮤추얼펀드를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시티코프로서도 구미가 당기는 합병이었다.
시티코프는 트레블러스가 보유한 주식 브로커와 보험 에이전트를 통해 비자카드 및 결제계좌를 대폭 늘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게다가 시티코프가 확보하고 있는 기업 고객들에 대해서도 트레블러스의 자회사 살로먼스미스바니를 통해 주식·채권 발행과 인수합병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상생의 확장전략을 펼 수 있는 절묘한 조합이었던 것이다 .
당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은행·보험·증권업 간의 장벽을 없애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그린스펀 의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양사는 합병 논의 2개월에 전격 합병을 선언했다.
그때부터 씨티그룹은 승승장구하기 시작해 은행 보험 증권 투자은행 등 전 금융부문을 통틀어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세계 최대의 금융재벌로 변신하게 된 것이다.
장진모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jang@hankyung.com
정부가 보험사들로 하여금 은행상품인 예금과 적금을 판매할 수 있도록 보험업법을 고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3년 9월 은행에서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Bankasurance:bank(은행)와 assurance(보험)의 합성어)가 국내에 시행된 지 3년여 만에 이제는 그와 반대로 보험사에서 은행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보험사에도 은행의 고유업무인 지급결제(자금이체,수표발행,지로결제 등) 업무를 허용한다는 방침이어서 조만간 '어슈어뱅킹(assurebanking:assurance와 bank의 합성어)'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어슈어뱅킹은 방카슈랑스에 상대되는 개념으로 보험회사가 은행의 영역인 지급결제 업무를 하거나 은행을 자회사로 두어 간접적으로 은행업을 겸하는 경우를 말한다.
보험사는 또 내년부터 증권·자산운용사의 고유영역인 투자자문업과 투자일임업까지 할 수 있게 된다.
고객의 돈을 모아 수수료를 받고 투자 조언을 해주거나 투자자금을 직접 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보험사의 업무영역이 이처럼 넓어지면 보험사도 종합금융회사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사의 업무영역 확대에 대해 경쟁관계에 놓이게 될 은행과 증권업계는 마뜩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은행들은 "보험사에 예금 판매업무를 허용하면 전반적인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해칠 위험이 있다"는 그럴 듯한 이유를 대고 있다.
하지만 불만의 진짜 이유는 자신들의 영역을 보험사가 침범해온다는 점이다.
물론 은행과 증권사들이 반발하더라도 금융권 간 업무장벽 철폐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실제로 정부는 이번 보험업법 개정보다 더 강력한 매머드급 법률 제정작업을 진행 중이다.
증권 자산운용 선물 투자자문 신탁업 등 자본시장과 관련된 모든 금융업을 운용할 수 있는 '금융투자회사' 설립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금융투자업과 자본시장에 관한 법률(통칭 자본시장통합법)'이 재정경제부 주관으로 올해 말까지 만들어진다.
이제까지는 증권사 자산운용사 선물회사 투자자문회사 간 업무영역이 엄격히 구분돼 있었지만,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이러한 칸막이가 없어지고 모든 업무를 할 수 있는 거대 규모의 종합 금융회사가 탄생할 수 있다.
재경부는 올해 안에 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며 국회에서 법률안이 통과되면 1년 동안의 유예기간을 거쳐 2008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자본시장통합법의 실무 책임을 맡고 있는 김석동 재경부 차관보는 "이 법이 가져올 변화는 1986년 영국 금융시장 빅뱅의 10배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정말 어마어마한 금융권 재편의 신호탄이 올라간 셈이다.
그렇다면 금융권 간 업무영역 칸막이를 왜 없애는 걸까.
김우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객들로 하여금 한 금융회사에서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대형 금융회사를 육성해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금융그룹인 미국 씨티그룹이 탄생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도 금융권 업무영역 철폐에 따른 인수합병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1998년 4월 미국 최대 은행인 시티코프와 보험·증권그룹인 트레블러스가 전격 합병을 발표해 전 세계 금융인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당시 트레블러스는 보험 증권 투자은행 업무를 하는 이른바 2금융권이었으며,시티코프는 전통적인 은행업무와 신용카드업무를 하는 대표적 1금융권이었다.
트레블러스로선 시티코프와 한 몸이 돼 덩치를 키우는 것이 최적의 전략이었다.
시티코프의 카드 고객에게 보험연금상품과 자회사인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사)의 뮤추얼펀드를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시티코프로서도 구미가 당기는 합병이었다.
시티코프는 트레블러스가 보유한 주식 브로커와 보험 에이전트를 통해 비자카드 및 결제계좌를 대폭 늘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게다가 시티코프가 확보하고 있는 기업 고객들에 대해서도 트레블러스의 자회사 살로먼스미스바니를 통해 주식·채권 발행과 인수합병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상생의 확장전략을 펼 수 있는 절묘한 조합이었던 것이다 .
당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은행·보험·증권업 간의 장벽을 없애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그린스펀 의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양사는 합병 논의 2개월에 전격 합병을 선언했다.
그때부터 씨티그룹은 승승장구하기 시작해 은행 보험 증권 투자은행 등 전 금융부문을 통틀어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세계 최대의 금융재벌로 변신하게 된 것이다.
장진모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