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필요에 따라 특정 사업부를 떼내 신설회사를 만든다.

사업부 덩치가 커져 거대한 기업의 우산 아래 두는 것보다 별도로 분리하는 게 경영 효율성 측면에서 낫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를 '기업분할'(스핀오프·spin off)이라고 한다.

기업분할과 반대로 외부에 있는 기업을 흡수해 내부의 유사 사업부와 통합하는 것을 '기업합병'(merger)이라고 한다.

최근 들어 증시에서는 기업 분할 및 합병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기업 분할·합병 관련주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테마를 형성할 정도다. 기업 분할·합병은 해당 기업의 주가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도 중요한 이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만 기업 분할 및 합병은 모두 28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75.0% 급증했다.

최근의 기업 분할 및 합병은 과거처럼 부실사업 정리보다는 대부분 주력사업 집중을 통한 시너지 증대나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기업 분할·합병이 반드시 주가에 긍정적이진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잇따르는 기업 분할 및 합병

대표 음식료기업인 CJ는 올 들어 4개 계열사를 합병했다. 지난 1월 영화 배급 및 투자회사인 CJ엔터테인먼트를 흡수 합병한 데 이어 해찬들,모닝웰,한일약품 등을 모두 본사 연관 사업부와 합쳤다. 사업 집중을 통한 효율성 증대와 시너지 효과를 노리기 위한 것이다. 가령 CJ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영화 제작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만 혼자 힘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때문에 과거에는 CJ가 공동으로 투자해 영화를 만들었지만,이는 투자 효율성 측면에서 뒤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일약품도 마찬가지다. 신약 개발에 엄청난 돈이 필요한 데,한일약품 규모로는 투자에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CJ 내부에도 별도의 제약사업부가 있어 효율성 측면에서 둘을 합치기로 한 것이다.

SK케미칼이 계열사인 동신제약을 합병한 것도 비슷한 이유다. 이 밖에 코오롱정보통신이 코오롱인터내셔널을 합병했으며,수도약품이 닥터즈메디코아를,프라임엔터가 엘제이필름을 각각 합병했다.

기업을 쪼개는 분할 사례도 많다. 화장품업체인 태평양은 지난 3월 경영 효율성을 위해 아모레퍼시픽과 분할했다. 태평양은 순수 지주회사로 남고,기존 화장품사업을 별도 사업체로 떼내 아모레퍼시픽을 신설한 것이다. 하이트맥주가 생수사업을 떼내 퓨리스를 설립했고,LG상사는 패션사업 부문을,금호산업은 터미널사업 부문을 각각 분할했다. 또 대우차판매도 자동차 직영판매사업 부문을 분할했고,대상도 건설사업 부문을 따로 떼냈다. 코스닥에서도 팬텀이 엔터테인먼트와 골프사업 부문을 분할하는 등 여러 건의 분할 사례가 잇따랐다.

○분할·합병과 주가는 별개

통상 기업 분할이나 합병을 통해 핵심역량을 효율적으로 조정하면 당연히 기업가치가 높아져 주가도 상승할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그러나 실상은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올 들어 기업 분할 및 합병을 결의한 기업들의 주가가 대부분 약세를 보이고 있다. CJ의 경우 CJ엔터테인먼트 합병 공시 이후 주가는 29.7% 하락한 상태이며,다른 자회사 합병도 주가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 아모레퍼시픽을 별도 사업자회사로 떨어낸 태평양도 6월29일 분할 재상장 이후 주가가 31.1% 급락했다. 평화산업을 자회사로 분할한 평화홀딩스 주가도 31.9% 하락했다. 패션사업 부문을 분사하기로 한 LG상사도 약세다.

물론 예외도 있다. 터미널사업 부문을 분할한 금호산업은 공시 이후 주가가 4.4% 올랐고,자회사 동신제약을 흡수합병한 SK케미칼도 2.4% 상승했다.

노루표페인트를 분할한 디피아이도 최근까지 5.9%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분할·합병은 단기적으로 주가에 반짝 호재가 될 수 있지만 분할이나 합병을 결의한 목적이 무엇인지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코스닥시장의 경우 우회상장한 후 주가 띄우기 차원에서 기업 분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 중 상당수는 사업다각화 차원이라기보다 돈 안 되는 사업을 다시 떼내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종태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jtchung@hankyung.com


■ 기업분할의 두 종류

기업분할에는 물적분할과 인적분할이 있다.

상법에 따르면 물적분할은 기존 회사에서 분리해 신설된 자회사 주식을 모회사가 전부 소유하는 기업분할 방식이며 기존 회사가 분할될 사업부를 자회사 형태로 보유하므로 자회사에 대한 지배권을 계속 유지하는 방식이라고 설명돼 있다.

예를 들어보자.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인 대우차판매는 지난 8월18일 자동차판매 사업 중 직영판매 사업을 별도로 분리해 신설회사를 설립하는 기업분할을 결의했다. 신설회사인 디더불유앤직영판매(가칭)의 지분 100%를 대우차판매가 소유하는 형태로 물적분할하는 것이다. 당연히 자본금도 둘로 쪼개진다.

종전 대우차판매 자본금은 1564억원이었지만 이 가운데 1554억원이 존속회사(모회사)인 대우차판매에 남고,직영판매사업부문 가치만큼으로 산정된 나머지 10억원은 떼내 자회사 자본금이 된다.

이에 비해 인적분할은 존속회사 주주들이 지분율 만큼 신설법인 주식을 나눠갖는 형태를 말한다. 가령 과거 무역이 주력업종이던 LG상사의 경우 지난달 11일 이사회를 열어 사업별 전문성 강화를 위해 패션부문을 분할키로 결의했다.

6월 말 순자산액 기준으로 무역부문 57%, 패션부문 43% 비율로 인적분할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기존에 LG상사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주주들은 인적분할 후 비율 만큼 두 회사 주식으로 나눠갖게 된다. 다시 말해 LG상사 주식 1주당 존속법인(LG상사) 주식 0.57주,신설법인(LG패션) 주식 0.43주를 배정받는 식이다.

인적분할의 경우 자본금은 분할 비율대로 쪼개진다. 무역사업을 맡을 LG상사는 자본금 1938억원,새로 설립되는 LG패션은 자본금 1462억원이 된다. 인적분할이 되면 주식 매매는 일정기간 정지된 후 재상장 절차를 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