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없어요. 사람이 충격을 받으면 그냥 담담해지잖아요. 그런 거죠." 수해지역의 이재민들과 이야기를 해 보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자원봉사자 길정이씨(파주거주·농업)는 이재민들이 너무 망연자실해 모두 넋을 놓고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길씨는 몇년 전 수해를 입었을 때 받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잊지 못해 이번에 평창군 진부면 호명리로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길씨처럼 강원도에는 수해 후 지난 몇주 동안 자원봉사자들의 행렬이 끓이지 않았다. 밭인지 개울인지 구분이 불가능한 곳에서 망가진 배추를 걷어내고 이재민들을 위로하는 봉사자들이 있는가 하면,직접 찾지 못 할지라도 계속해서 사랑의 의연품을 보내는 이들도 상당수였다. 강원도청을 비롯한 관련 기관들도 수해복구대책 마련을 위해 민간인들과 함께 많은 노력을 했다. 통계적으로 한때 예년 관광객의 18%만이 강원도를 방문했으나 요즘은 평균 관광객 수를 거의 회복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수해복구에 참가했던 자원봉사자들은 대부분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체계적인 활용 대책이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인제군을 다녀온 한 자원봉사자는 "자원봉사 관련 문의를 하면 자기 관할이 아니라면서 전화를 돌리는 공무원도 있었고,아직 상황파악이 안돼 우리를 정확히 어디에 배치해야 할지 몰라 못 마땅하게 전화를 받고 성의 없는 대답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허천 한나라당 재해대책위원장은 "보내온 라면박스들 중에는 배송에 문제가 있었는지 빈 박스도 있었고 중장비기계들이 들어가야 할 곳에 자원봉사자들만 몰려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했다"며 "정작 일손이 필요한 곳에 방문하지 못한 자원봉사자들은 그냥 되돌아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강원도는 '여름휴가 3·1·2운동'을 통해 여름휴가 3일 중 △1일은 수해복구 △2일은 마음껏 휴가를 즐기자는 모토를 내걸었지만 정작 자원봉사를 진두지휘할 기관은 어디에도 없었다고 한다. 봉사단체의 한 관계자는 "단체들 간에 연락할 길이 없고 그저 배정해준 곳으로 가다보니 특정지역에만 봉사자들이 몰리는가 하면,다른 생필품은 오지 않고 라면만 가득 지원된 지역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수해지역의 방문부터 어떤 일손이 필요한가에 대한 조사까지 자원봉사자들에게 미루어 아쉬었다"며 "봉사단체들과 지자체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합동 복구 작업을 펼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원도는 요즘 정부의 눈가림식 지원마저도 거의 끝을 보이면서 이재민들의 힘겨운 홀로서기만이 남아있는 실정이다. 매년 상습적인 수해로 고통받아온 인제군 한계리나 덕정리 주민들은 피해가 심각해 마을 전체의 이주를 건의한 상태지만 재정 문제에 부딪쳐있다. 봉사자의 손길이 체계적으로 전달될 수 있기를 봉사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강원도청 자치지원과 자원 봉사자팀 관계자는 "갑작스런 수해로 한꺼번에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몰려 관리가 어려워진 측면이 컸다"며 "현재 별도의 대책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새롬 생글기자(춘천여고 1년) a_bomb9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