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0일 콜금리 목표치를 연 4.50%로 0.25%포인트 올렸다.
경기가 후퇴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전격 단행한 콜금리 인상은 채권 금리 등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시장,주식시장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은행 대출이나 투자 같은 경제활동이 위축되기 때문에 경기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반면 금리가 오르는 만큼 돈값이 비싸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물가를 안정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금리는 경기에는 부정적,물가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얘기다.
이 같은 관점에서 봤을 때 지난 10일의 콜금리 인상은 올바른 판단이었을까.
금통위 내부에서도 물가와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놓고 찬반 논쟁이 치열했다고 한다.
오늘은 콜금리 인상 여부에 대한 상반된 주장의 근거를 알아보자.
올 들어 7월까지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 올랐다.
주부들의 장바구니 물가로 불리는 생활물가는 3.1% 올랐고 공공요금은 3.7% 상승했다.
공업 제품은 3.0% 오르는 데 그쳐 한국은행이 정책목표로 제시한 3% 선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물가는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많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선행지표 성격을 지닌 '원재료 및 중간재' 물가는 지난 7월 한 달 동안 1.2%(전월 대비)나 올랐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6.9%나 오른 것이다.
기업들이 경영 합리화 등을 통해 원재료와 중간재 가격 상승분을 흡수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올 하반기에는 최종 소비재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일부 소비자물가는 상당히 올랐다.
올 들어 7월까지 석유제품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평균 9.8% 상승했다.
도시가스요금도 10.8% 올랐고 택시료는 11.6% 상승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물가 오름세가 확산될 여지가 크다.
한국은행은 이 같은 물가 불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콜금리를 인상했다고 밝혔다.
콜금리 인상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경기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나빠지고 있다고 말한다.
심리지표뿐만 아니라 실물지표까지도 하강하는 마당에 금리를 올려야 했느냐는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지난 7월 소비자 기대지수는 6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18개월 만에 최저치로 낮아졌다.
고소득층의 소비심리마저 기준치 밑으로 떨어져 소비 위축이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5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 경기 침체를 예고하고 있다.
지표로 확인할 수 있는 실물경기도 좋지 않다.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5분기 만에 최저 수준인 0.8%로 낮아졌다.
사실 경기 상황을 보면 불안한 측면이 적지 않다.
수출은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교역조건이 8분기 연속 악화하는 등 채산성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반도체와 휴대폰 등 주력 수출품의 가격은 계속 떨어지는 반면 석유와 원자재 등 수입품의 가격은 계속 올라 국내 기업과 가계가 손에 쥐는 소득은 늘어나지 않고 있다.
수출 증가가 '빛 좋은 개살구'라는 얘기다.
여기에다 기업들의 설비투자 부진과 세계경제 둔화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경제가 침체에 빠질 위험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때는 현재의 금리 수준뿐만 아니라 타이밍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현재의 금리가 매우 낮기 때문에 금리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는 판단이 옳다고 하더라도 경기가 후퇴하는 국면에서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시장은 "앞으로 계속 금리가 올라가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적정한 금리 인상폭뿐만 아니라 향후 통화정책의 방향성까지 고려하는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점에서 보면 한국은행이 경기가 좋아질 때는 가만히 있다가 경기가 후퇴하는 국면에서 금리를 올리는 '뒷북치기'를 한 것은 분명하다.
국내 경기는 지난해 1분기 저점을 통과한 뒤 2분기부터 상승세로 돌아서 3분기에는 꼭지점(전분기 대비 1.6% 성장)을 쳤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지난해 4분기에 접어들어서야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불행하게도 경기는 올 들어 하강하기 시작했고 2분기에는 성장률이 0.8%로 떨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지난 6월 콜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데 이어 이번에도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금리 인상의 타이밍을 놓쳐 밀린 숙제를 처리하느라 경기가 나빠지는데도 콜금리를 올리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한국은행은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던 2003년 콜금리를 연 4.25%에서 3.75%로 내렸고 또 다시 집값이 올랐던 2004년에도 3.75%인 콜금리를 3.25%포인트로 낮췄다.
작년 상반기에도 부동산은 큰 폭으로 올랐으나 3.25%의 사상 최저 수준 금리를 계속 유지했다.
부동산 가격 급등은 사실상 한은이 키운 셈이다.
지금은 서울 강남 등 인기 지역에서 고가 아파트 매물이 쌓일 만큼 부동산 경기가 썰렁해졌다.
콜금리 인상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연착륙보다는 급냉각시키는 경착륙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작년 10월 이후의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 증가 속도를 둔화시키는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부동산 경기를 더욱 급랭시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번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에 대한 비판은 콜금리 연 4.5% 수준이 경기를 망칠 정도로 높다기보다는 경기 후퇴기에 금리를 올렸다는 사실에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무슨 일을 하든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면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현승윤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hyunsy@hankyung.com
경기가 후퇴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전격 단행한 콜금리 인상은 채권 금리 등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시장,주식시장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은행 대출이나 투자 같은 경제활동이 위축되기 때문에 경기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반면 금리가 오르는 만큼 돈값이 비싸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물가를 안정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금리는 경기에는 부정적,물가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얘기다.
이 같은 관점에서 봤을 때 지난 10일의 콜금리 인상은 올바른 판단이었을까.
금통위 내부에서도 물가와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놓고 찬반 논쟁이 치열했다고 한다.
오늘은 콜금리 인상 여부에 대한 상반된 주장의 근거를 알아보자.
올 들어 7월까지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 올랐다.
주부들의 장바구니 물가로 불리는 생활물가는 3.1% 올랐고 공공요금은 3.7% 상승했다.
공업 제품은 3.0% 오르는 데 그쳐 한국은행이 정책목표로 제시한 3% 선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물가는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많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선행지표 성격을 지닌 '원재료 및 중간재' 물가는 지난 7월 한 달 동안 1.2%(전월 대비)나 올랐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6.9%나 오른 것이다.
기업들이 경영 합리화 등을 통해 원재료와 중간재 가격 상승분을 흡수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올 하반기에는 최종 소비재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일부 소비자물가는 상당히 올랐다.
올 들어 7월까지 석유제품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평균 9.8% 상승했다.
도시가스요금도 10.8% 올랐고 택시료는 11.6% 상승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물가 오름세가 확산될 여지가 크다.
한국은행은 이 같은 물가 불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콜금리를 인상했다고 밝혔다.
콜금리 인상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경기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나빠지고 있다고 말한다.
심리지표뿐만 아니라 실물지표까지도 하강하는 마당에 금리를 올려야 했느냐는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지난 7월 소비자 기대지수는 6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18개월 만에 최저치로 낮아졌다.
고소득층의 소비심리마저 기준치 밑으로 떨어져 소비 위축이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5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 경기 침체를 예고하고 있다.
지표로 확인할 수 있는 실물경기도 좋지 않다.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5분기 만에 최저 수준인 0.8%로 낮아졌다.
사실 경기 상황을 보면 불안한 측면이 적지 않다.
수출은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교역조건이 8분기 연속 악화하는 등 채산성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반도체와 휴대폰 등 주력 수출품의 가격은 계속 떨어지는 반면 석유와 원자재 등 수입품의 가격은 계속 올라 국내 기업과 가계가 손에 쥐는 소득은 늘어나지 않고 있다.
수출 증가가 '빛 좋은 개살구'라는 얘기다.
여기에다 기업들의 설비투자 부진과 세계경제 둔화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경제가 침체에 빠질 위험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때는 현재의 금리 수준뿐만 아니라 타이밍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현재의 금리가 매우 낮기 때문에 금리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는 판단이 옳다고 하더라도 경기가 후퇴하는 국면에서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시장은 "앞으로 계속 금리가 올라가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적정한 금리 인상폭뿐만 아니라 향후 통화정책의 방향성까지 고려하는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점에서 보면 한국은행이 경기가 좋아질 때는 가만히 있다가 경기가 후퇴하는 국면에서 금리를 올리는 '뒷북치기'를 한 것은 분명하다.
국내 경기는 지난해 1분기 저점을 통과한 뒤 2분기부터 상승세로 돌아서 3분기에는 꼭지점(전분기 대비 1.6% 성장)을 쳤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지난해 4분기에 접어들어서야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불행하게도 경기는 올 들어 하강하기 시작했고 2분기에는 성장률이 0.8%로 떨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지난 6월 콜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데 이어 이번에도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금리 인상의 타이밍을 놓쳐 밀린 숙제를 처리하느라 경기가 나빠지는데도 콜금리를 올리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한국은행은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던 2003년 콜금리를 연 4.25%에서 3.75%로 내렸고 또 다시 집값이 올랐던 2004년에도 3.75%인 콜금리를 3.25%포인트로 낮췄다.
작년 상반기에도 부동산은 큰 폭으로 올랐으나 3.25%의 사상 최저 수준 금리를 계속 유지했다.
부동산 가격 급등은 사실상 한은이 키운 셈이다.
지금은 서울 강남 등 인기 지역에서 고가 아파트 매물이 쌓일 만큼 부동산 경기가 썰렁해졌다.
콜금리 인상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연착륙보다는 급냉각시키는 경착륙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작년 10월 이후의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 증가 속도를 둔화시키는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부동산 경기를 더욱 급랭시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번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에 대한 비판은 콜금리 연 4.5% 수준이 경기를 망칠 정도로 높다기보다는 경기 후퇴기에 금리를 올렸다는 사실에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무슨 일을 하든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면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현승윤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