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신문8월11일자 A11면

노무현 대통령이 9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전시 작전통제권(작통권) 환수에 대한 견해와 관련,역대 국방장관과 군 원로들이 "노 대통령은 누구로부터 안보,국방에 대해 보좌받기에 국가 안보문제를 가볍게 여기는지 참담할 뿐"이라며 노 대통령의 국가안보관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역대 국방장관과 군 원로들은 10일 서울 대한민국재향군인회관에서 모임을 갖고 역대 국방장관단 명의의 성명서에서 이같이 주장하고 "전시 작통권 환수는 언제라도 좋다고 밝힌 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하며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날 노 대통령의 작통권 환수 관련 발언을 계기로 청와대까지 '전선'이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이 문제(전시 작통권 환수)는 당장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돼 국민에게 엄청난 재정적 부담을 줄 뿐 아니라 우리 국민의 생존과 국가의 존망이 걸린 중대 안보사안이므로 당연히 전 국민의 의사를 묻고 국회의 동의절차를 거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수찬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ksch@hankyung.com

--------------------------------------------------------------

전시 작전통제권(작통권) 환수 여부와 시기를 놓고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작통권을 2012년에 환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2009년이라도 상관없으며,지금 환수하더라도 작통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직 국방장관 등 군 원로들은 작통권 조기 이양을 반대하는 성명을 내고 환수 논의를 보류해야 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국가 안보와 관련한 문제를 심의·조정해야 할 국회 또한 정당별로 찬반이 갈라져있는가 하면,보수단체가 정부를 공격하고 진보진영은 정부를 편드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작통권 환수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과 미국 간 갈등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 사회의 내부 분열까지 일어나는 등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자중지란이 일어나고 있는 형국이다.

한·미 양국이 이미 오래 전부터 공식 협의를 계속해 온 작통권 이양ㆍ환수 문제를 놓고 왜 이처럼 난리법석을 떨고 있는가.

작통권을 조기에 환수해야 한다는 논리는 무엇이며 과연 타당한 것일까.

작통권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작통권 조기 환수로 자주국 위상 세워야

대통령을 비롯 국방부 등은 전시 작통권을 조기에 환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 대통령은 우리의 방위력이 지속적으로 증강되고 있으므로 작통권을 2009년에서 2012년 사이 어느 때 환수하더라도 상관이 없으며,작통권이 지금 환수되더라도 괜찮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또 작전권 환수 시기를 앞당겨도 국가 안보에 아무 문제가 없으며 한국군의 역량도 충분하고 한·미동맹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미연합사가 해체된 후에도 유사시 미군의 추가 증원 전력이 한반도에 배치될 것이며 주한 미군은 계속해서 주둔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은 자국 군대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갖지 않은 유일한 나라라며 지금이 바로 자주국가로서의 위상을 세워야 할 때라는 것이다.

아울러 실리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면 어느 정도 비용을 지불하고라도 작전권은 꼭 갖춰야 할 기본 요건이라고 밝혔다.

2020년까지 621조원이 들어가는 국방예산은 국방개혁과 군 구조개혁을 위한 것이지 작전권 환수로 인한 것은 아주 적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자주국방은 주권 국가의 꽃이며 작통권은 자주국방의 핵심인 만큼 작통권을 환수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안보와 한·미군사동맹 흔드는 위험한 발상

이에 대해 작통권 조기 환수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전직 국방장관을 비롯한 군 원로와 한나라당 등에서는 시대착오적 자주국방론과 작통권 조기 환수 추진이 안보와 한·미 군사동맹을 흔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와 같은 한·미연합사 체제에서도 핵심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 이것이 해체되면 어떻게 전시에 대비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이들은 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도 공격을 받을 경우 작통권을 나토 사령관에게 넘기도록 돼 있다며 '전작권이 없는 유일한 국가가 한국'이라는 언급은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한국은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200만 병력이 대치하고 있는 분단국가일 뿐 아니라 핵과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앞세운 북한으로부터 안보를 위협받고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국방부 국방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군의 전력은 북한군에 비해 육군이 80%,해군은 90%로 열세며 공군만 103%로 백중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미국에서는 주한 미군 전면 철수론이 의회 등에서 거론되고 있으며 국방부로부터 추가 철군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환수 둘러싼 대립 갈등 국익에 전혀 도움 안돼

작통권 환수는 우리나라의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고 보면 정부와 여야,시민단체들이 이 문제를 둘러싸고 대립과 갈등을 빚는 것은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정부 당국은 한국군의 자주국방 능력,한·미 동맹의 현주소,30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작통권 환수비용 등을 국민에게 설명하는 절차를 거쳤어야 한다.

한마디로 환수 문제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이데올로기적 측면에서 접근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정부 당국은 우리의 안보 현실을 냉정하게 검토하고 한·미 양국 간 충분한 협의를 거친 다음 환수 시기 등을 결정해야 할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작통권 환수에 따른 안보 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보·작전 능력을 제고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hankyung.com


[ 용어 풀이 ]

◆작전통제권=관련 부대를 배치하고 전술적 통제를 하거나 위임하는 권한으로,평시와 전시 작전통제권으로 나뉘어져 있다.

작전권은 해당 국가의 군 통수권자에게 있는 것이 원칙이지만 한국은 1950년 국제연합 사령관에게 작전지휘권(operational commands)이 이양됐으며 작전지휘권은 1954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작전통제권(operational control)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작통권은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가 창설되면서 다시 미군 4성 장군인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위임됐다.

평시 작통권이 1994년 12월1일 한국군에 환수되면서 한국군의 평시 부대이동,합동전술훈련 등의 권한은 한국군 합참의장에게 넘어왔지만 전시 작통권은 여전히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이관돼 있다.

◆데프콘(Defense Readiness Condition)=정규전에 대비해 발령하는 전투준비태세를 말하며 방어준비태세라고도 한다.

5단계로 나뉘어져 있으며 숫자가 낮을수록 전쟁 발발 가능성이 크다.

중대하고 불리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긴장상태가 전개되거나 군사 개입 가능성이 있는 데프콘3가 발령되면 전시상태에 들어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