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구려 역사를 소재로 한 사극 열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MBC의 '주몽',SBS의 '연개소문'은 안방극장에서 방영 초기부터 인기몰이를 하고 있고,KBS는 9월부터 발해사를 중심으로 한 '대조영'을 선보일 예정이다.

MBC에서 내년 초 방영 예정인 '태왕사신기' 역시 고구려의 광개토대왕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1998년 KBS의 '용의 눈물'을 시작으로 불기 시작한 사극 열풍은 그동안 고려나 조선사 중심이었다. 우리 역사의 뿌리인 고구려와 발해사는 사극에서 찬밥 신세였다. 외면받던 고구려 발해 사극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것은 자국의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 역사로 만들기 위한 이른바 중국의 '동북공정' 계획에 영향받은 듯하다.

그러나 TV 드라마들이 과연 국민들의 바람직한 역사의식을 형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방송사들은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고,그 인기에 힘입어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최대 목표이다. 또 '사극'은 말 그대로 '극'이다.

작가나 제작자의 의도가 개입되어 허구화할 수 있다. 그렇지만 시청자들은 '극화'한 역사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심지어 '역사 교육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까지 인식한다.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는 정부 차원에서 직접 발 벗고 나선 대대적인 역사 조작 계획이다.

이런 대대적인 '위협'에 초대형 스타와 천문학적 제작비만을 앞세운 드라마 몇 편이 과연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까? 고구려 및 발해 역사 드라마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자칫 냄비 근성과 일시적이고 감성적인 민족주의를 갖게 할 수 있다.

'민족주의'는 그 특성상 한 번 빠지면 광적으로 추종하고 맹신하게 되는 부정적인 면이 있음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다. 1930년대 독일의 나치즘과 이탈리아의 파시즘이 대표적인 사례다.

'동북공정을 앞세워 역사를 왜곡하려는 중국은 무조건 틀렸고,우리 주장이 맞다'는 식의 억지 세뇌교육은 고식지계적인 발상이다.

오히려 우리 역사를 과장하고 인물을 지나치게 영웅화하는 사극 열풍이 역사 왜곡을 자초하고 있는 듯하다.

윤선우 생글기자(대구 남산고 3년) swyoun_k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