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너도 대학 와 봐.그날 애들이랑 놀기 바쁘지….누가 해도 똑같은 게 정치 아닌가?"

올해 대학에 입학한 김민용씨(19)의 말이다.

얼마 전 5·31 지방선거 후 20대의 투표율을 보니 지역에 따라 20~30% 정도로 평균보다 크게 낮았다. 선거권을 만 19세로 낮췄음에도 19세와 20대의 투표율 또한 최대 30%를 넘지 못하는 등 5·31 지방선거는 젊은이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확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말았다.

대학 분위기를 살필 겸 지인들에게 전화를 하니 대학가는 모두 정치엔 관심없다는 분위기다.

경희대 언론정보학부의 이윤석씨(19·열린우리당 부대변인)는 "19세 유권자들은 자신이 투표권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이러한 정치적 무관심은 고교시절 제대로 된 정치교육을 받지 못한 게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현재 고교 정치교육은 1학년 때 일반사회 과목에서 경제,사회,문화 등과 함께 조금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2학년이 되면 이공계는 공부할 기회가 없고,인문계도 11개 사회탐구 과목 중 최대 4개만 선택하면 되므로 꼭 정치를 공부할 필요가 없다.

대학입시를 준비하느라 정치를 주제로 토론하기도 쉽지 않다.

이런 과정을 거쳐 대학에 들어간 대부분의 학생들은 '공부로부터의 해방감'과 함께 '정치·사회적 무관심'을 갖게 된다.

학생회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것 또한 20대의 정치 무관심을 낳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서울 S고 학생회장 조병준군(18)은 "학생회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웃 학교들을 봐도 신념과 봉사정신을 가지고 학생회의 임원이 되려는 학생보다 그저 대입 수시 전형에서 '리더십 전형' 한 번 노려 보려는 학생들이 많고,학생회가 왜 있는지조차 모르는 학생회 임원들과 학생회장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학생회의 설립 목적은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고,학생 자치활동으로 민주교육을 실현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

학생들은 학생회장을 선출하며 선거의 중요성을 몸소 배우고,학생회 활동에 참여하며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키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학생회는 선생님의 심부름꾼으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누가 학생회장이 되든지 생활에 변화는 없고,학생회가 추진하는 활동에 학생들이 의견을 표출하는 경우도 많이 줄었다.

이런 환경들을 고려해 보면,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20대의 유권자들이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당연하다.

정치의 '중요성'조차 교육받지 못했고,느끼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저 선거 날을 하루의 '휴일'로 인식하고,누가 당선하든지 똑같다는 냉소주의적 시각을 투표권을 얻자마자 가지는 것이다.

고교 교육 현장에서 이런 문제점들을 속히 해결하지 못한다면,앞으로도 20대의 저조한 투표율을 쉽게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정민 생글기자(강원 춘천고 3학년) c20228@a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