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신문 7월15일자 A1면,5일자 A12면

정보통신부 정책자문기구인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는 14일 회의를 열어 동기식 IMT-2000(3세대 영상이동통신) 허가 조건을 위반한 LG텔레콤에 대해 허가를 취소하되 남용 사장 퇴진 문제는 배려해줄 것을 요청했다.

강대영 정통부 통신전파방송정책본부장은 회의가 끝난 뒤 "LG텔레콤의 사업 허가를 취소하되 남 사장 퇴진과 관련해서는 산업 발전에 기여한 점을 들어 (장관이) 배려해야 한다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LG텔레콤은 새로운 주파수를 이용한 동기식 3세대 영상이동통신(IMT-2000) 사업 추진을 중단했다.

그 대신 오는 11월 해외 자동 로밍이 가능한 휴대폰을 내놓고,12월엔 현행 PCS 주파수 대역에서 3세대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했다.

남용 LG텔레콤 사장은 지난 4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창사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동기식 IMT-2000 사업용으로 할당받은 2㎓ 주파수를 당분간 사용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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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동기식' 고집 LG텔레콤에 사업권
세계 흐름 '非동기식'으로 바뀌어 사업 포기


LG텔레콤의 IMT2000 동기식 사업허가 취소에 따른 파문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LG텔레콤은 동기식 사업 포기로 인해 정보통신부로부터 대표이사 퇴진이라는 강력한 제재를 받았다.

임원의 결격 사유를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 제6조에 의해 대표이사가 물러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2㎓ 대역의 3세대(3G) 주파수를 회수당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주파수 할당 대가 미납금 1035억원까지 납부하게 됐다.

이처럼 동기식 사업이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정통부는 2001년 동기식 IMT2000 사업권 선정 당시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종주국'이란 위상을 이어가기 위해 글로벌 통신시장에서 '외톨이'나 다름없는 동기식을 고집했다.

이동통신사들이 동기식은 사업성이 없다며 참여를 거부하자 정부는 후발 주자인 LG텔레콤에 출연금 감면 등을 제시하며 동기식 사업권 허가를 내줬다.

하지만 세계 통신업계는 이미 2002년부터 비동기식으로 방향을 틀었을 뿐 아니라 동기식 원천기술을 보유한 퀄컴사마저 기술투자를 중단함으로써 동기식 사업에 대한 투자가 불가능한 상황이 돼 버렸다.

정부가 세계적인 기술흐름과 시장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CDMA 성공신화'에 집착한 게 화근이 된 셈이다.

비동기식 사업 포기 원인은 기술문제

LG텔레콤은 2001년 세계적 기술 추세에 따라 비동기 방식의 IMT2000사업을 신청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대신 정부의 정책에 따라 동기식 사업권을 따냈다.

하지만 원천기술 보유업체,장비·단말기 업체들이 관련 기술 개발을 기피함으로써 3G시장에서 고립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정통부가 상용서비스 시한을 올 6월30일까지 2년간 연장해줬지만 LG텔레콤은 동기식 IMT2000사업을 포기하고 말았다.

남은 것은 LG텔레콤이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포기하느냐는 문제뿐이었다.

상용화 시한 이전에 주파수를 반납해 주파수 할당 대가인 1조1500억원을 내든지,아니면 시한을 넘겨 강제적으로 사업허가 취소를 당하면서 주파수 점유 기간에 따라 961억원을 지불하고 CEO가 물러나든지 선택을 해야 할 상황에 몰린 것이다.

결국 사장은 회사 재산 1조원을 절감하는 대신 자신이 물러나는 길을 골랐다.

물론 LG측에도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비록 시장 상황이 변했다고는 하더라도 대안도 마련하지 않은 채 소중한 국가 자원인 주파수를 낭비한 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동기식 IMT2000사업의 관리 감독에 허점

사실 시장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쉽지 않으며,기술 변화가 빠른 이동통신시장의 특성을 감안하면 5년 전의 정책 결정을 무조건 잘못됐다고 몰아붙이기도 어렵다.

하지만 정책 결정 이후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도 관련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LG텔레콤측에서는 올 들어서도 동기식 IMT2000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그동안 정부 당국에 회사 입장을 전달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상용화 시점 연기 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업 포기사태가 예견됐음에도 정부가 대응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서비스 제공 마감 시한을 넘기자 기다렸다는 듯 사업권을 취소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정부와 사업추진업체 책임 회피해선 안돼

이번 사태로 인해 국내 통신시장이 혼란에 빠지게 됐음은 물론 정부의 통신산업발전계획 또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통부쪽에서는 "동기식 사업허가 취소는 정책의 실패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장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사후 관리를 소홀히 한 데 대해선 책임질 게 없다는 논리다.

LG텔레콤측도 정통부의 동기식 3세대 사업 허용 방침에 따라 기존 PCS주파수 대역(1.8㎓)에서의 '리비전A' 서비스 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별도의 투자 없이 기존 주파수 대역에서 3세대 서비스를 허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경쟁사들이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가열될 조짐이다.

동기식 사업이 표류하고 있는 데 대해 정부는 물론 업체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국내 통신시장이 정부의 무리한 투자 요구에다 서비스 상품의 남발 등으로 인해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정보기술(IT) 강국'의 미래가 참으로 걱정이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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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 풀이 ]

◆IMT(International Mobile Telecommunication)2000

국제통신기구(ITU)가 제안한 표준기술이 채택된 차세대 이동통신 단말기를 통한 통신서비스를 말한다.

전화나 ISDN과 같은 고정 통신망 서비스에 무선 링크를 사용,접속토록 하는 이동통신시스템.지구 어디로든지 다양한 정보를 빠른 속도로 주고받을 수 있다.


◆동기식과 비동기식

IMT2000에서 송신기와 수신기 사이에 주파수 정보를 일치시킬 때 GPS를 이용하는 경우를 동기식(CDMA2000)이라 부르며 위성을 이용하지 않고 단말기에서 주파수 정보를 일치시키는 방식을 비동기식(W-CDMA)이라고 한다.


CDMA방식

Code Division Multiple Access에서 따온 것으로 '부호분할다중접속'으로 번역된다.

미국 퀄컴이 개발한 확산대역(spread-spectrum) 기술을 채택한 디지털이동통신 방식.사용자가 시간과 주파수를 공유하면서 신호를 송수신하기 때문에 종전 아날로그 방식(AMPS)보다 수용 용량이 10배가 넘으며 통화품질도 우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