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7월 14일자 A1면

국내 생명보험회사들은 상호회사가 아닌 주식회사며 보험계약자들은 주주가 아닌 채권자의 지위를 갖고 있다는 생보사 상장자문위원회의 잠정 결론이 나왔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보험계약자들은 이들 회사가 상장하더라도 주식을 배분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생보사 상장자문위원회(위원장 나동민)는 13일 증권선물거래소에서 생명보험회사 상장 방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자문위원회는 "과거의 보험 관련 법규 및 감독정책,국내 생보사의 운영 방식,외국 사례 등을 검토한 결과 생보사들의 주식회사 속성을 부인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자산재평가 차익 중 자본계정에 있는 내부유보액(삼성 878억원,교보 662억원)에 대해 자문위원회는 "궁극적으로 계약자 배당에 사용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회사에 유보된 계약자 몫"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이 내부유보액은 '자기자본이 아닌 부채적 성격'이라고 해석했다.

이성태 한국경제신문 금융부 기자
steel@hankyung.com


생명보험사 상장 자문위원회가 발표한 생보사 상장 초안을 놓고 다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생명보험회사들은 상호회사가 아닌 주식회사이며 보험계약자들은 주주가 아닌 채권자의 지위를 갖고 있다는 게 이번 자문위원회 발표의 골자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와 경실련 등 시민단체와 일부 보험학자들은 상장 초안이 소비자 권익을 무시하고 생명보험업계의 의견을 전적으로 반영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생보사 상장문제는 계약자 몫을 얼마로 볼 것이냐를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지난 17년동안 논란을 거듭해 온 해묵은 과제의 하나다.

실제로 자문위원회는 1999년과 2003년에도 가동됐으나 이해관계자간 대립으로 상장 방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1999년엔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상장시 가입자 기여도를 인정해 최소 30%이상의 주식을 배분할 것을 권고했지만 업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2003년에는 생보사가 주식회사인 점을 인정하되 자산재평가 차익중 내부 유보액이 상장이익의 배분근거가 될 수 있다고 해석하고 계약자와 주주간 의견조율에 나섰으나 또 다시 실패했다.

이처럼 생보사의 성격을 놓고 논란을 빚어온 이유는 간단하다.

상호회사일 경우 유가증권 상장규정 35조에 따라 기업공개 자체가 어려울 뿐더러 상장을 하더라도 막대한 재평가 차익을 계약자에게 돌려줘야 하지만 주식회사일 경우는 기업공개시 천문학적인 금액을 계약자나 사회에 환원해야 하는 책임이 면제되기 때문이다.

◆자문위,"생보사는 주식회사며 계약자는 채권자"

자문위원회가 생보사를 상호회사가 아닌 주식회사로 규정하게 된 근거는 무엇일까.

자문위는 유배당보험의 판매가 생보사 설립 형태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며,계약자들이 주주로서 경영위험을 부담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계약자들은 사전적으로 채권자로서의 위험만 부담했을 뿐이며 사후적으로는 채권자로서의 경영위험을 부담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그 동안의 보험관련 법규와 감독정책,국내 생보사의 운영방식,외국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때 우리의 생보사는 주식회사이며 계약자는 채권자의 지위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얘기다.

자문위는 또 자산재평가에 따른 생보사의 내부 유보액은 계약자에 대한 부채라고 주장했다.

계약자배당에 사용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회사에 유보된 계약자 몫이기는 하지만 '자기자본이 아닌 부채적 성격'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계약자들은 주식이 아니라 내부유보액과 여기에 일정 이자를 붙인 금액만 돌려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단체,"유보액 해당 주식은 계약자에 배분해야"

참여연대와 경실련 등은 이번 생보사 상장방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 참석도 거부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생보사 상장이 미뤄져온 것은 계약자 몫을 얼마로 볼 것인지를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한 탓이었는데 뒤늦게 자문위가 이같은 사정을 무시하고 업계쪽 입장만 받아들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1989~1990년의 생보사 자산재평가 때도 정부가 나서 재평가 차익의 70%를 계약자 몫으로 인정한 바 있으며,1999년과 2003년의 자문위 안은 생보사 자산에 주주 몫과 계약자 몫이 섞여있음을 분명히 했다.

시민단체는 그동안 내부유보액을 '계약자 몫의 자본'으로 보고 생보사가 상장할 때 유보액에 해당하는 주식(액면가 기준)을 계약자에게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시민단체는 특히 분석방법에 따라 평가가 다를 수 밖에 없는 데도 자문위가 구체적인 설명도 없이 생보사의 이익 배당이 적절히 이뤄져왔다고 발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생보사 상장기회 무산되지 않도록 지혜모아야

재경부가 생보사 상장 확정안을 만들 때까지는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수 밖에 없는 실정이고 보면 생보사가 주식회사 혹은 상호회사 어느 쪽으로 기울지 속단하긴 아직 이르다.

하지만 국내 보험사는 은행 증권 등 다른 금융산업에 비해 크게 낙후돼 있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은행들은 대규모 인수합병(M&A)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증권사들은 통합자본시장법에 따라 투자은행으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더욱이 한ㆍ미 FTA(자유무역협정)가 성사된다면 보험산업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게 불을 보듯 뻔한 형편이다.

뿐만 아니라 생보사 상장이 이뤄지면 정부는 대한생명에 대한 공적자금을 회수하고,은행들은 삼성자동차 지원자금으로 받은 삼성생명 주식을 현금화할 수 있는 등 갖가지 효과가 기대된다.

그런 점에서 지난 2003년에 이어 3년만에 찾아온 생보사 상장 기회가 또 다시 물거품으로 끝나지 않도록 정부를 비롯 업계 학계 시민단체 등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 용어 풀이 ]

◆보험회사(insurance company)=보험업법에 따라 정부의 허가를 얻어 보험사업을 하는 회사.보험기업이 회사형태를 갖춘 것은 1720년 영국의 런던보험회사와 로열보험회사가 처음이다.

취급하는 보험의 종목에 따라 손해보험 생명보험 겸영 등 세가지 형태로 나뉘어진다.

손해보험에는 화재·해상·특종·장기보험 등을 취급하는 일반손해보험회사와 자동차보험·보증보험·재보험만을 취급하는 특수손해보험회사가 있다.

◆상호회사=보험계약자가 보험계약의 체결과 동시에 그 회사의 주인이 되는 기업형태를 말한다.

보험회사는 상법에 의해 설립된 주식회사와 보험업법에 의해 설립된 상호회사만이 존재할 수 있다.

시민단체쪽에서는 우리 보험사의 경우 상호회사 성격이 강하다고 주장한다.

◆내부유보액=처분하지 않고 회사에 유보하고 있는 금액.내부유보액의 성격이 자기자본이냐 혹은 부채냐에 따라 계약자(혹은 주주)가 받을 돈의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