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성은 무엇이며 나이는 몇 살이뇨?" "성은 성(成)가이옵고 연세는 십육 세로소이다."

"허허 그 말 반갑도다. 네 연세 들어보니 나와 동갑 이팔이라."

춘향전의 한 대목이다. 여기 나오는 '이팔'은 '이팔청춘(二八靑春)'과 같은 말로 16세를 가리킨다. 이몽룡과 성춘향이 만나 사랑을 나눈 때가 16세니 여간 파격적인 애정행각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팔'이 어떻게 16을 가리키는 말이 됐을까.

옛날에는 지금보다 훨씬 이른 나이에 결혼하던 풍습이 있었음이 우리말 속에서도 엿보인다. '과년한 딸'이라고 하면 '나이가 보통의 혼기를 지난 딸'을 가리킨다. 한자로는 過年이다. 그런데 '과년'에는 또 다른 '과년(瓜年)'이 있다. 瓜年은 '여자가 혼기에 이른 나이'를 나타내며,이것이 바로 16세를 가리킨다. 옛날에는 이 시기가 결혼 적령기였던 셈이다. 瓜年은 '破瓜之年'에서 온 말로 '오이 과(瓜)'를 파자하면 '八'이 두 개 나오는데 여기서 '이팔'과 함께 '16세'란 의미가 만들어졌다.

우리말에는 이 같은 방식으로 나이나 때를 나타내는 별칭들이 있다. 사십구재(四十九齋;사람이 죽은 뒤 49일째에 드리는 재)를 칠칠재(七七齋)라고 하고,아이가 태어난 날부터 21일째 되는 날은 '세이레'라고 했다. '세이레'는 '세+이레'의 합성어인데 이를 '삼칠일'이라고도 한다.

이몽룡이 이팔청춘을 즐긴 한량(?)이었다면 공자는 15세에 학문에 뜻을 두어 지학(志學)이라고 했다. 이어 30에 이립(而立)하고 40에 불혹(不惑)하며,50에 지천명(知天命),60에 이순(耳順),70에 종심(從心)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 밖에도 나이를 가리키는 중요한 말로는 약관,방년,고희,희수,산수,미수,백수 등이 있다. 약관(弱冠)은 '예기(禮記)'에서 나온 말로,사람이 태어나서 20세가 되면 약(弱)이라 하며 비로소 갓을 쓴다는 데서 유래했다. 본래 20세를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최근엔 '20대의 젊은 나이'란 의미로 확대돼 쓰이기도 한다. '약관'이 남자에게 해당하는 것이라면 '방년(芳年)은 20세를 전후한 한창 나이의 여자를 나타낸다. '꽃다운(芳) 나이'라는 뜻이다. 두보(杜甫)의 시 '곡강(曲江)'의 구절 "人生七十古來稀(사람이 태어나 70세가 되기는 예로부터 드물다)"에서 유래한 '古稀'도 알아둬야 한다. 77세는 희수(喜壽;喜자를 초서로 쓸 때 '七十七'처럼 쓰는 데서 유래),80세는 산수(傘壽;傘자의 약자가 팔(八)과 십(十)을 아래위에 쓰는 것에서 유래),88세는 미수(米壽;米자를 파자하면 '八十八'이 되는 데서 유래)이다. 99세는 백수(白壽;百에서 일(一)을 빼면 白자가 되는 데서 유래)라 한다.

또 하늘이 준 인생을 모두 살았다고 하여 '천수(天壽)를 다했다'고 하며,한평생 살아 누린 나이라는 뜻인 '향년(享年)'은 '죽은 이의 나이'를 나타낸다.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