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최근 4% 가까이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정부의 고위 정책당국자가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4% 초반'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잠재성장률은 물가상승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모든 생산자원을 동원해 달성 가능한 최고의 성장률을 말한다. 미국의 잠재성장률이 3~4%라는 점을 감안하면 4% 초반의 잠재성장률은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국가로서 지나치게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그동안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향후 5년간 4.8%로 추정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금융연구원 주최 조찬회에서 "국내 경제는 연율 기준으로 4% 정도 성장하고 있는데,단기적으로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 보다는 성장잠재력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며 성장잠재력 하락을 언급했다.

이 총재는 잠재성장률이 떨어진 이유로 기업들의 설비투자 부진을 꼽았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은 위험을 회피했고,금융회사들은 가계대출만 늘려 금융중개기능이 떨어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이 장기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제한돼 있다"며 "투자와 소비는 기업과 가계가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는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 의장 등 열린우리당에서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경기부양적인 재정·통화정책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물가에 대해 "일반인들이 느끼는 것과 한국은행이 느끼는 것에는 6개월 정도의 시차가 있다"며 "올해 말과 내년 초에는 물가가 3% 정도로 높이 올라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잠재성장률의 개념을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한국은행 총재가 왜 이 같은 말을 했을까요. 얼마 전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강봉균 정책위 의장이 침체되고 있는 경기를 정부가 나서 부양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실을 염두에 두고 생각해 보세요. 한국은행과 재정경제부는 경기 부양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커버스토리와 연결시켜 토론해 보기 바랍니다.

현승윤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