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압구정동에 위치한 S·논술학원이 토론식 강의로 학원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1학기 대입 수시를 앞두고 학생들을 맹훈련시키고 있는 S·논술학원의 남태균 원장을 만나 논술공부 비법을 들었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학원사업에 뛰어든 남 원장은 "논술은 사고력을 테스트 하는 것이다. 사고력은 토론과 논쟁을 통해 키워지는 것"이라며 통합 교과형 논술시험에서는 더욱 토론식 수업이 각광받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S·논술의 토론식 수업이란 어떤 것인가?

"일반 학원들은 강사가 자신의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S·논술은 학생의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데 역점을 둔다. 그래서 토론과 논쟁 방식의 수업을 택하고 있다. 토론과 논쟁은 문제 해결 능력을 길러주는 검증된 방법이다. 대학의 논술시험도 결국 사고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다른 학원들은 어떤가?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시도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강사들이 예상되는 쟁점과 질문 등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의 학원에서는 감당하기 어렵다.

그러나 수업 효과는 월등하다. S·논술은 이런 점을 감안해 독창적인 강의 프로그램과 교재를 만들어 사용하고 명문대를 나온 강사를 중심으로 치열하게 사전 토론을 하고 있다."

▷수업 과정을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면.

"예를 들어 '이화여대 앞에서 여성 팬들을 위해 공연하고 있던 바바리맨을 체포하여 구치소에 구금한 경찰의 행위를 폭력이라 할 수 있는가?'라는 토론 주제가 나왔다고 하자. 일반 논술 학원 같으면 폭력의 정의,종류,한계 등을 이론적으로 먼저 설명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폭력의 구체적 경우를 일일이 따져가며 학생 스스로 폭력을 정의하고,정당화될 수 있는 폭력과 그 한계,그리고 폭력에 저항하는 폭력이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지 등을 차례로 토론한다. 물론 학생이 주도한다. 토론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이 점차 높은 사고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논술은 물론 구술 면접에도 절대 도움이 된다."

▷토론이 잘 진행되지 않을 때도 있을 텐데.

"그런 때는 논리 싸움을 붙인다. 한 반 정원이 8명인데 한 명이 발표를 하고 나머지 7명이 반박을 하도록 해 내공을 키워준다. 우리는 이를 '난장'이라고 부른다. 강사는 토론과 논쟁을 벌이는 판,즉 '난장판'을 조성해 주는 역할을 맡는다. 찬성이나 반대 한 방향으로 흐를 경우 강사 혼자서 상대 주장을 맡아 토론을 유도한다."

▷토론식 교육이 왜 더 효과적인가?

"17~18세기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의 여러 가톨릭 국가에서 발전한 미술 양식은 무엇인가?" 라는 문제의 답을 알아 맞히는 것은 말하자면 한물간 장학퀴즈 방식이다. 오늘날 이런 단편지식을 아는 것은 암기력 좋은 사람 이상을 의미하지 않는다. 바로크 양식은 인터넷으로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다. 그보다 왜 바로크 양식이 등장했는지,그리고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What보다 How나 Why에 답할 수 있는 능력이 오늘날 요구되는 지식관이다. 지식관은 변했고 이런 지식관에 맞춘 학습 방법론이 토론과 논쟁 중심의 사고훈련 학습이라고 본다. 교육학에서는 이를 구조주의 이론이라고 부른다."

▷토론 수업을 하면 학생 수가 적어 수입에 문제는 없나?

"그럴 수 있다. 그러나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아 장기 수강을 한다. 일반 학원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이런 관계로 우리는 수시나 정시의 파이널 강의 중심으로 운영하는 다른 학원과 달리 정규반 중심으로 운영한다. 강의 정원도 다른 곳보다 적은 8명이 원칙이다."

▷첨삭지도는 어떻게 하나?

"사실 첨삭은 논술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커리큘럼이다. 하지만 보통 학원에서는 첨삭 선생과 강의 선생이 다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는 강의자가 직접 첨삭지도를 한다. 토론과 논쟁 중심의 수업을 하기 때문이 아니라 강의강사가 직접 첨삭을 하기 때문에 소수정예라고 보는 것이 오히려 적절할 것이다."

▷강사들이 수업 준비를 많이 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나.

"50페이지 상당의 강의 교재를 직접 제작한다. 2인1조로 팀을 구성하여 소규모 스터디를 진행하고,전체 선생님들 앞에서 성과물을 공개한다. 그리고 강사들끼리 자존심을 건 토론과 논쟁,그리고 교재 비판과정을 거친다. 검증되지 않은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을 실험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집중적인 공동 학습을 통해 최적의 교재를 만들어 낸다. 한 개의 교재를 만드는 데 최소 5권 이상의 전공서적을 참조하고 있다."

▷기존 강의에 익숙한 강사들은 토론수업에 적응하기 쉽지 않을 텐데….

"그래서 새로 들어오는 선생님들은 모두 수습기간을 거친다. 다른 학원에서 대표강사로 인기를 얻었던 분들도 처음엔 기분 나빠하지만 곧 공감한다. 엄격한 수습과정과 강의준비 부담으로 입사 2~3개월이면 파김치가 되고 위염에 걸리는 분들도 있지만 교육 효과가 워낙 다르기 때문에 모두 보람을 느낀다."

▷강사 선생님의 면면을 소개한다면.

"체력이 좋아야 많은 서적을 읽을 수 있고,변화하는 입시제도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젊은 분들이다. 선생님들은 대부분 서울대를 졸업했고,연세대와 고려대를 졸업한 선생님들은 전공 석사학위 이상의 소지자들이다. 전공이 법학과 철학과 경제학과 등 사회과학 계열에 고루 퍼져 있어 깊이 있는 토론 쟁점을 구성할 때 서로 도움이 된다."

▷지금까지 학생들의 인기는 어느 정도인가.

"고3 정규반은 대기자가 항상 있기 때문에 사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수업 참여가 어려울 정도다. 서울 청담점의 경우 지하철에서 20분 정도 걸어야 하지만 학생들이 불편해 하지 않는다. 심지어 경상북도에서 4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와서 우리 강의만 수강하고 내려가는 학생도 있다. 학생들에게 시간낭비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책임감도 많이 생긴다."

남 원장은 서울대에서 법학을 전공했지만 고시보다 철학 역사 예술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특히 학생들과 지적 자극을 주고받는 일이 항상 즐겁다고 털어 놓았다. 논술시험을 잘 준비하는 방법에 대해 조언을 구하자 그는 "교과서를 보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 별다른 고민 없이 참고서나 강사의 설명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즐겨야 한다"며 항상 문제의식을 갖고 스스로 해결해 나가려는 자세를 주문했다.

박주병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jb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