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에 전라북도 군산의 한 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의 폭행 동영상이 공개된 후 체벌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현장을 지나가던 한 학부형이 촬영한 이 폭행 영상은 교사가 학생의 뺨을 때리고 책을 집어던지는 모습이 담겨 있다. 교사의 폭행은 심심찮게 발생한다.

수원에서는 중학교의 한 체육교사가 학생의 태도가 불량하다며 학생들의 뺨을 때렸고 그 결과 몇몇 학생의 고막이 파열했다.

전라북도 익산시의 한 특성화고교 교장은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의 머리를 주먹으로 때려 여학생이 병원에서 뇌진탕 판정을 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체벌 사고가 잇따라 터지자 교사의 체벌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체벌 목적이 아무리 교육적이라고 하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인격적인 모멸감을 느낄 수 있고 자칫 사고도 발생할 수 있다고 체벌 금지론자들은 주장한다. 반면 가뜩이나 교권이 땅에 떨어져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체벌마저 금지한다면 교사의 입지가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10명 중 8명,'올해 맞은 적 있다'=학교에서 매를 맞은 경험은 한국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 대부분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빈도는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최근 한국사회조사연구소가 전국 272개 초·중·고교생 81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9.6%가 '올해 교사에게 체벌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15.8%는 자주 체벌을 당했다고 답했다.

'체벌 경험 비율'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1998년 93.7% △2000년 85.0% △2003년 86.3% △2004년 79.6%로 학내의 체벌 문화가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에게 맞은 학생들의 반응은 어떨까.

교사에게 받은 체벌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57.1%가 '내가 잘못했으므로 당연한 일'이라고 답해 가장 많았으며 '부당하다'는 응답을 두 배 이상 앞질렀다.

○체벌 찬반론 팽팽=체벌을 바라보는 교육계의 시각은 크게 두 가지다.

체벌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 직후인 만큼 아무리 교육적인 목적이 있다고 해도 절대 체벌은 안 된다는 시각이 일단은 우세하다.

때리는 쪽이 아무리 '교육적 체벌' 혹은 '사랑의 매'라고 주장하더라고 맞는 학생들이 심한 모멸감과 적대감만 느낀다면 그것은 전혀 교육적이지 않다는 게 체벌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체벌이 교육적으로 효과가 있는지 여부는 때리는 쪽에서 결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체벌 사고 사례처럼 감정이 섞인 체벌은 문제가 있지만 체벌 금지를 법제화하거나 원칙적으로 금지할 경우 가뜩이나 위협받고 있는 교권이 땅에 떨어질 것이라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서울 서초구의 한 중학교 교사는 "경미한 교육적 체벌에도 교사를 고소·고발부터 하거나 수업시간 중에 찾아와 교사를 폭행까지 하는 학부모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체벌 금지를 법제화할 경우 문제 학생을 선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에 보도된 일부 사례가 모든 학교에서 이뤄지는 체벌의 실태인 것처럼 일반화해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모호한 체벌 관련 법규정=체벌과 관련한 법조항은 모호하게 돼 있다.

가급적 때리지 않는 게 좋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초중등교육법 18조 1항에서는 '학교의 장은 학생을 징계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지도할 수 있다'고 했고 시행령 31조 7항은 '학교의 장은 학생을 지도할 때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신체적 고통을 가하지 아니하는 훈육,훈계 등의 방법으로 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헌법재판소도 2000년 제한적으로 체벌을 허용하는 내용의 판결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올해 초 민주노동당의 최순영 의원이 체벌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체벌 금지를 위한 법제화 노력이 이뤄지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체벌의 대안을 찾으려고 노력해야=사람은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에 교육적인 목적이라 하더라도 경우에 따라 폭력으로 변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교육당국과 교사들이 체벌을 대체할 만한,학생들이 굴욕감을 덜 느낄 만한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급식을 맨 마지막으로 며칠간 받게 하거나 혼자만의 숙제를 시키는 것이 많은 교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대안 체벌'이다.

인천시 교육청도 '체벌 대신 줄 만한 벌 10가지'라는 제목의 매뉴얼을 배포하고 있다.

매뉴얼에는 △싸운 학생에게 교실 뒤편에서 5분 동안 슈퍼맨 자세 시키기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는 학생에게는 종이에 일정한 간격으로 줄을 긋게 하기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체벌의 법제화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사의 교육 방식"이라며 "체벌의 불가피함을 주장하기보다 대안이 없는지를 먼저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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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일본 금지…미국은 州별로 달라

체벌 논란의 역사는 교육의 역사만큼이나 길다.

서양의 경우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체벌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플라톤은 체벌을 옹호한 반면 코메니우스,루소 등은 반대했다.

하지만 교육적 효과가 있을 경우 체벌은 정당하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았다.

20세기 들어 교육적 효과보다는 부작용에 대한 반론들이 제기되면서 법률적으로 체벌을 금지하는 나라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영국 프랑스 독일 스웨덴 스페인 룩셈부르크 등 대부분 유럽 국가들은 집단 체벌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체벌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로 체벌을 금하는 나라로 분류된다.

미국은 27개주가 체벌을 금지하고 있고 나머지 23개주는 허용하는 등 주에 따라 체벌 허용 여부가 갈린다.

반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교육적으로 필요하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제한된 범위에서 체벌을 허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