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갯소리로 "로미오는 읽었는데 줄리엣은 아직 못 봤다"라고 하면 '무언가 들은 건 있어서 풍월은 읊는데 정확히 모르고 있는 경우'를 빗대 하는 말이다. 우리말 표현 중에도 이처럼 의미를 정확히 이해 못해 잘못 표기하거나 말을 엉뚱한 데서 끊어 읽는 경우가 있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생각으로 노사(勞使)가 함께 법정관리 조기 졸업에 전력을 투구하자." 여기에 나오는 '전력을 투구하자'가 일상에서 무심코 쓰기 쉬운 말이면서도 잘못 쓰이는 표현이다.
'전력투구(全力投球)'는 각각 독립된 단어 '전력'과 '투구'로 이뤄진 합성어다. 직역하면 '모든 힘을 다해 공을 던지다'란 말로,본래 야구용어이지만 지금은 그 의미가 확대 전이돼 '(어떤 일에) 온힘을 기울이다'를 뜻하는 말로 더 많이 쓰인다. 이때 '전력'과 '투구'의 관계는 '온힘'과 '공을 던짐'이란 의미가 합쳐진 것이므로 굳이 나누려면 '~으로'로 연결된다는 게 드러난다. 이를 '전력을 투구하다'라 하면 '온힘을 공을 던짐'이 돼 문장이 성립하지 않는다.
'전력투구'를 동사로 써야 할 때는 접미사 '~하다'를 붙여 '전력투구하다'라고 해 한 단어로 쓰면 된다. 이를 변형시키고 싶으면 '전력으로 투구하다' 또는 '전력을 다하다' 식으로 바꿀 수 있고 이보다는 고유어 표현인 '온힘을 기울이다(쏟다,다하다)' 등으로 하면 더 자연스럽다.
좀 멋들어진 비유를 한다고 혹여 '화무는 십일홍이라…'라고 하면 이 역시 안 하느니만 못한 경우다.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뜻으로 '한번 성하면 반드시 쇠퇴하는 때가 온다'는 말인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은 한 덩어리로 이뤄진 단어이므로 끊어서 쓸 필요가 없는 말이다. 이를 구태여 나눈다면 '화는 무 십일홍이라…'라고 해야 바른 표현이다.
한자 성어에 이 같은 경우가 많은 것은 우리가 단어의 의미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잘못된 언어습관에 따라 말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을 뜻한다.
'월인천강 지곡''월인천 강지곡'. 조선 세종이 지은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도 일부 사람에 따라 엉뚱하게 읽힌다. '월인천강'은 직역하면 '달이 천개의 강을 비춘다'란 뜻으로 부처(月)의 교화가 온 세상(千江)에 가득함을 비유한 것이다. '월인천강지곡'에서 '지'는 우리말 조사 '~의'에 해당하므로 띄어 읽으려면 '월인 천강지 곡'이라 해야 맞는다.
형설지공(螢雪之功) 관포지교(管鮑之交) 반포지효(反哺之孝) 파죽지세(破竹之勢) 화중지병(畵中之餠) 등도 같은 유형의 말이다. 이들은 모두 '형(반딧불=개똥벌레)과 설(눈)의 공적'과 같은 구성이므로 띄어서 말할 때는 '형설-지공''관포-지교' 등이 아니라 '형설지-공''관포지-교'식으로 해야 한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기자 hymt4@hankyung.com
"'위기는 곧 기회'라는 생각으로 노사(勞使)가 함께 법정관리 조기 졸업에 전력을 투구하자." 여기에 나오는 '전력을 투구하자'가 일상에서 무심코 쓰기 쉬운 말이면서도 잘못 쓰이는 표현이다.
'전력투구(全力投球)'는 각각 독립된 단어 '전력'과 '투구'로 이뤄진 합성어다. 직역하면 '모든 힘을 다해 공을 던지다'란 말로,본래 야구용어이지만 지금은 그 의미가 확대 전이돼 '(어떤 일에) 온힘을 기울이다'를 뜻하는 말로 더 많이 쓰인다. 이때 '전력'과 '투구'의 관계는 '온힘'과 '공을 던짐'이란 의미가 합쳐진 것이므로 굳이 나누려면 '~으로'로 연결된다는 게 드러난다. 이를 '전력을 투구하다'라 하면 '온힘을 공을 던짐'이 돼 문장이 성립하지 않는다.
'전력투구'를 동사로 써야 할 때는 접미사 '~하다'를 붙여 '전력투구하다'라고 해 한 단어로 쓰면 된다. 이를 변형시키고 싶으면 '전력으로 투구하다' 또는 '전력을 다하다' 식으로 바꿀 수 있고 이보다는 고유어 표현인 '온힘을 기울이다(쏟다,다하다)' 등으로 하면 더 자연스럽다.
좀 멋들어진 비유를 한다고 혹여 '화무는 십일홍이라…'라고 하면 이 역시 안 하느니만 못한 경우다.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뜻으로 '한번 성하면 반드시 쇠퇴하는 때가 온다'는 말인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은 한 덩어리로 이뤄진 단어이므로 끊어서 쓸 필요가 없는 말이다. 이를 구태여 나눈다면 '화는 무 십일홍이라…'라고 해야 바른 표현이다.
한자 성어에 이 같은 경우가 많은 것은 우리가 단어의 의미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잘못된 언어습관에 따라 말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을 뜻한다.
'월인천강 지곡''월인천 강지곡'. 조선 세종이 지은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도 일부 사람에 따라 엉뚱하게 읽힌다. '월인천강'은 직역하면 '달이 천개의 강을 비춘다'란 뜻으로 부처(月)의 교화가 온 세상(千江)에 가득함을 비유한 것이다. '월인천강지곡'에서 '지'는 우리말 조사 '~의'에 해당하므로 띄어 읽으려면 '월인 천강지 곡'이라 해야 맞는다.
형설지공(螢雪之功) 관포지교(管鮑之交) 반포지효(反哺之孝) 파죽지세(破竹之勢) 화중지병(畵中之餠) 등도 같은 유형의 말이다. 이들은 모두 '형(반딧불=개똥벌레)과 설(눈)의 공적'과 같은 구성이므로 띄어서 말할 때는 '형설-지공''관포-지교' 등이 아니라 '형설지-공''관포지-교'식으로 해야 한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