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은 비교적 많은 자금을 한꺼번에 조달하기 위해 정부 기업 등이 발행하는 유가증권을 말한다.

누가 발행하느냐에 따라 채권은 국고채 통안채 지방채 특수채 회사채 등으로 나뉜다.

국고채는 정부가 주로 세금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발행하고,통안채(통화안정채권)는 한국은행이 통화량을 조절하기 위해 시중에 내놓는다.

특수채는 한국전력 등 공기업이,회사채는 일반 회사가 투자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국고채 통안채 지방채 등 정부 한국은행 지자체가 발행하는 채권을 회사채와 구별해 국채(또는 공채)라고 부른다.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 채권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채권은 회사채였다.

하지만 외환위기 후 회사채시장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는 반면,국고채 통안채 등 국채 비중은 급증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인상하면서 채권수익률이 일제히 오르고 있어 채권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채권시장은 어떻게 움직이는 걸까?

○과반수를 넘은 국채 비중

지난달 26일 현재 우리나라의 채권발행 잔액은 모두 783조7500억원이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채권은 국고채.국고채 발행잔액은 250조4170억원으로,전체의 31.95%를 차지한다.(국고채가 이처럼 많이 거래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국고채 유통수익률을 보고 채권시장의 변화를 파악한다. 신문에도 국고채 수익률이 표시된다.)

다음으로 비중이 큰 채권은 통안채로 발행잔액이 158조3600억원(20.01%)이다.

국고채와 통안채를 합친 국채 비중이 52.07%로 절반을 넘고 있는 것이다.

이어 은행채가 139조2460억원(17.77%)으로 뒤를 잇고,회사채는 69조370억원(8.82%)으로 10%에도 못 미쳤다.

채권시장은 1998년 말만 해도 상황이 딴판이었다.

당시 채권 발행 총액은 351조2950억원으로 현재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하지만 회사채는 115조3012억원으로 지금보다 많았다.

회사채 비중도 전체의 32.82%로 국고채 40조2812억원(11.47%),통안채 47조761억원(13.40%)보다 훨씬 높았다.

○대기업 회사채 발행 감소

회사채 발행 비중이 줄어든 것은 무엇보다 우량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최근 수년 동안 꾸준히 줄여온 때문이다.

특히 우량기업 회사채는 SK그룹의 분식회계 사건 이후 회사채시장이 냉각됐던 2003년 3월부터 빠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10대그룹(현대차 삼성 LG SK 한진 현대중공업 두산 롯데 금호 동부그룹)의 계열사들이 발행한 회사채는 현재 40조2150억원으로 2003년 3월 말 53조6420억원보다 무려 13조4270억원 급감했다.

삼성그룹의 경우 같은 기간 회사채 발행잔액이 16조2790억원에서 6조2380억원으로 10조원 넘게 줄었다.

특히 삼성전자는 총 1조원 규모의 회사채를 전액 상환해 현재 해외에서 발행한 1000억원 정도의 회사채가 남아있을 뿐이다.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현대기업금융 등의 현대중공업그룹도 2003년 3월 채권발행잔액이 2조2650억원에 달했지만, 현재는 1억원으로 줄어들어 사실상 무차입경영 상태다.

LG그룹은 7조2250억원에서 5조4370억원으로,SK그룹은 9조5850억원에서 8조4230억원으로 각각 감소했다.

○회사채는 줄고 국채는 느는 이유

그렇다면 왜 기업들은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는 것일까.

무엇보다 기업들이 1997년 외환위기,1999년 대우그룹 사태,2003년 SK글로벌사건과 카드사 신용위기 등을 거치면서 부채비율을 낮추는 데 주력해온 점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최근 3~4년 동안은 전자 자동차 건설 철강 화학 조선업종 등의 호황으로 현금유입이 크게 늘어났다. 반면 설비투자는 이보다 훨씬 적어 기업들은 회사채를 만기에 대거 상환할 수 있었다.

이와 달리 국고채 발행은 급증했다. 복지 국방 분야의 정부지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02년 말 134조원이던 국가채무는 작년 말 248조원으로 3년 새 2배 가까이 급증했다. 또 수출 호조로 벌어들인 달러가 원화로 바뀌는 과정에서 늘어난 통화량을 흡수하기 위해 한국은행은 통안채 발행을 크게 늘리고 있다.

선진국일수록 나라살림이 커져 국채를 많이 발행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처럼 회사채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고 국채만 급증하는 것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회사채 발행이 줄어드는 것은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말이고,이는 국가의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채권 투자자들이 다양한 채권을 선택할 수 없어 장기적으로 채권시장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회사채는 국채보다 금리가 높은데 최근에는 회사채에 투자하고 싶어도 발행 물량이 없어 투자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회사채 발행이 늘어날 수 있도록 발행제도를 개선하는 등 제도적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 것은 물론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각종 정부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상열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mustaf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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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마다 구조 달라...우리는 일본과 비슷 ]

다른 나라의 채권시장 구조는 어떨까.

전문가들은 우리 채권시장이 선진국 중에서 미국보다는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화증권에 따르면 2003년 현재 일본 채권시장에서 국채가 78.7%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회사채(9.4%) 정부보증채(4.5%) 금융채(4.6%) 지방채(2.8%) 등은 10% 이하 수준이다. 일본 기업들은 자금을 조달할 때 채권을 발행하기보다 은행 대출을 이용하는 경향이 강해 회사채시장이 상대적으로 발달하지 못했다. 반면 일본 정부는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를 대거 발행하는 추세다.

반면 미국은 이와 다르다.

2003년 현재 미국 채권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자산담보부증권(ABS)인 주택저당채권(MBS)이 26.8%로 비중이 가장 높다.

이어 △회사채 22.7% △국채(재무부채권) 18.1% △지방채 9.8% △정부기관채 13.8% △기타 ABS 8% 등이다. 채권 종류별로 고르게 분포된 셈이다.

금융 및 채권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일본보다 미국 형태의 채권시장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발행 채권이 다양할수록 채권 발행자와 매입자 간 다양한 수요를 원활히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