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6월20일자 A11면
정부가 주도하는 엘리트 학교인 공영형 혁신학교(가칭)가 내년부터 시범 운영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학교 운영비 등을 지원하고 민간단체 등이 운영을 맡는 공영형 혁신학교를 만들어 운영한다고 19일 발표했다. 공영형 혁신학교는 교육과정,교수·학습 방법 등 고교 운영을 혁신해 수업료는 기존 공립학교 수준이면서도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 만족도는 높일 수 있는 교육을 구현한다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공영형 혁신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국·공립학교의 운영을 교육,문화,예술,경제 부문의 민간단체나 대학 등에 개방한다는 것.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은 운영 주체에서 제외된다.
학생 모집은 평준화 지역에서는 현행 학군 내에서 '선지원 후배정'에 의해 모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학군이 지나치게 넓을 경우 교육감과 학교장의 협약에 따라 기초자치단체 내로 제한이 가능하도록 했다.
송형석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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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운영을 민간에 개방하고 교육과정이 대폭 자율화된 '공영형 혁신학교'의 시범 운영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공영형 혁신학교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비를 지원하고 교육 문화 예술 종교 등 민간단체와 대학,공모 교장 등 운영주체와 협약을 맺어 학교운영을 위탁하는 방식이다.
정부쪽에서는 공영형 혁신학교가 교육과정과 교수학습법의 자율운영을 통한 자기주도적 교육,토론식 교육으로 대안 교육과 입시교육을 동시에 성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혁신학교에서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우수 대학 입학이 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교원 단체나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전학모) 등 학부모 단체의 반응은 영 딴판이다. 대학이 서열화돼 있고 공교육이 부실화돼 있는 우리의 상황에서는 공영형 혁신학교 운영이 또 다시 입시경쟁만 유발하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외국어고를 비롯해 예술고,과학고,자립형사립고 등 특수목적고와 마찬가지로 공영형 혁신학교 도입 또한 '위험한 실험'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국 등 공립학교 운영 민간개방 통해 혁신 도모
물론 공영형 혁신학교는 선진국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운영돼 왔다. 미국 영국 등은 이미 1990년대부터 공립학교 혁신에 온 힘을 쏟아왔다. 관료화하고 무기력한 공립학교의 운영구조를 민간에 개방하고 자율성을 확대함으로써 단위학교의 자발적인 혁신을 도모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대표적 사례인 미국의 차터스쿨은 모든 학생들에 수준 높은 교육과 학습기회를 제공하는 등 공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1992년 도입된 것으로,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되,협약에 따라 자율권을 가진 민간에 의해 운영된다. 2002년에 중등교육 혁신을 위한 '학교 다양성' 정책에 따라 도입된 영국의 아카데미스쿨 또한 외부 민간기관에 운영권이 위탁돼 있다.
◆공립학교 혁신모델로 자리잡는 게 성공의 관건
우리나라에서 공영형 혁신학교가 성공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선 외국 사례가 보여주는 것처럼 공립학교 혁신의 모델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기존학교 체제의 혁신을 촉진해야 할 것임은 말할 것도 없고 기존 공립학교에까지 혁신의식을 유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탈(脫)규제화'를 통해 학교운영의 자율성을 획기적으로 확대,관료적 통제의 폐해를 없애고 획일적인 학교시스템과 운영방식을 다양화함으로써 공립학교의 새로운 혁신모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공영형 혁신학교는 지식기반사회가 필요로 하는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는 학교운영 시스템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더욱이 특목고 등 기존의 다양한 학교 체제들이 대부분 대입기관화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자사고도 우수학생 선발과 비싼 등록금으로 인해 귀족학교란 지적을 받고 있으며,대안학교 또한 전체 학교로 일반화하는 데는 무리가 있는 실정이고 보면 공영형 혁신학교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
◆취약점 보완하면서 단계적·점진적으로 도입해야
문제는 공영형 혁신학교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혁신학교라는 개념자체가 모호한 데다 지자체에 재정지원을 요구하면서 직접 운영은 금지하는 등 규제를 받기 때문에 교육 수요가 많은 대도시 이외 지역에 설립될 가능성이 큰 만큼 효과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어떠한 제도도 입시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으므로 결국 자사고나 외고처럼 돼버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세계적 추세와는 동떨어진 평준화교육의 틀을 무리하게 고집하면서 대증요법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공영형 혁신학교는 시범운영 과정을 거쳐 제도의 결함이나 취약점 등을 보완하면서 단계적·점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새로운 제도도입이 학교현장에 몰고 올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도 힘을 쏟아야 할것이다. 무엇보다도 학교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경쟁을 통해 다양화·특성화·차별화하는 게 근본 해법임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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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 풀이]
◆공영형 혁신학교
정부와 지자체가 운영비를 지원하되,운영권을 위탁받은 주체가 포괄적인 자율권을 갖고 혁신적으로 운영하는 학교. 오는 8월 전국에서 시범학교 5~10곳이 선정되며 내년 3월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간다.
2010년 공영형 혁신학교 시범운영에 대한 평가를 거쳐 2011년부터 확대 시행된다.
◆특수목적고등학교(특수목적고)
특수한 목적에 따라 인재를 양성하는 학교. 예술을 가르치기 위한 예술고등학교(예고),이공계 과학인재 양성을 위한 과학고등학교(과학고),외국어 인재 양성을 위한 외국어고등학교(외고) 등이 대표적 사례다.
◆자립형 사립고(자사고)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고 학교가 교과과정을 운영하며,학생과 교사 선발,교육비 책정 등에 대해서도 정부 간섭을 받지 않는 학교. 평준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2001년에 도입돼 현재 민족사관고,광양제철고,포항제철고,해운대고,현대청운고,상산고 등 6개 학교가 설립돼 있다.
◆차터스쿨(Charter school)
교사 학부모 지역인사들이 합의해 구체적 교육목표와 성취 방법을 명시한 학교헌장(차터)을 제정하고 관할 교육당국의 허가를 얻어 학교를 운영한 다음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공립학교.
정부가 주도하는 엘리트 학교인 공영형 혁신학교(가칭)가 내년부터 시범 운영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학교 운영비 등을 지원하고 민간단체 등이 운영을 맡는 공영형 혁신학교를 만들어 운영한다고 19일 발표했다. 공영형 혁신학교는 교육과정,교수·학습 방법 등 고교 운영을 혁신해 수업료는 기존 공립학교 수준이면서도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 만족도는 높일 수 있는 교육을 구현한다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공영형 혁신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국·공립학교의 운영을 교육,문화,예술,경제 부문의 민간단체나 대학 등에 개방한다는 것.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은 운영 주체에서 제외된다.
학생 모집은 평준화 지역에서는 현행 학군 내에서 '선지원 후배정'에 의해 모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학군이 지나치게 넓을 경우 교육감과 학교장의 협약에 따라 기초자치단체 내로 제한이 가능하도록 했다.
송형석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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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운영을 민간에 개방하고 교육과정이 대폭 자율화된 '공영형 혁신학교'의 시범 운영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공영형 혁신학교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비를 지원하고 교육 문화 예술 종교 등 민간단체와 대학,공모 교장 등 운영주체와 협약을 맺어 학교운영을 위탁하는 방식이다.
정부쪽에서는 공영형 혁신학교가 교육과정과 교수학습법의 자율운영을 통한 자기주도적 교육,토론식 교육으로 대안 교육과 입시교육을 동시에 성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혁신학교에서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우수 대학 입학이 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교원 단체나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전학모) 등 학부모 단체의 반응은 영 딴판이다. 대학이 서열화돼 있고 공교육이 부실화돼 있는 우리의 상황에서는 공영형 혁신학교 운영이 또 다시 입시경쟁만 유발하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외국어고를 비롯해 예술고,과학고,자립형사립고 등 특수목적고와 마찬가지로 공영형 혁신학교 도입 또한 '위험한 실험'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국 등 공립학교 운영 민간개방 통해 혁신 도모
물론 공영형 혁신학교는 선진국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운영돼 왔다. 미국 영국 등은 이미 1990년대부터 공립학교 혁신에 온 힘을 쏟아왔다. 관료화하고 무기력한 공립학교의 운영구조를 민간에 개방하고 자율성을 확대함으로써 단위학교의 자발적인 혁신을 도모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대표적 사례인 미국의 차터스쿨은 모든 학생들에 수준 높은 교육과 학습기회를 제공하는 등 공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1992년 도입된 것으로,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되,협약에 따라 자율권을 가진 민간에 의해 운영된다. 2002년에 중등교육 혁신을 위한 '학교 다양성' 정책에 따라 도입된 영국의 아카데미스쿨 또한 외부 민간기관에 운영권이 위탁돼 있다.
◆공립학교 혁신모델로 자리잡는 게 성공의 관건
우리나라에서 공영형 혁신학교가 성공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선 외국 사례가 보여주는 것처럼 공립학교 혁신의 모델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기존학교 체제의 혁신을 촉진해야 할 것임은 말할 것도 없고 기존 공립학교에까지 혁신의식을 유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탈(脫)규제화'를 통해 학교운영의 자율성을 획기적으로 확대,관료적 통제의 폐해를 없애고 획일적인 학교시스템과 운영방식을 다양화함으로써 공립학교의 새로운 혁신모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공영형 혁신학교는 지식기반사회가 필요로 하는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는 학교운영 시스템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더욱이 특목고 등 기존의 다양한 학교 체제들이 대부분 대입기관화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자사고도 우수학생 선발과 비싼 등록금으로 인해 귀족학교란 지적을 받고 있으며,대안학교 또한 전체 학교로 일반화하는 데는 무리가 있는 실정이고 보면 공영형 혁신학교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
◆취약점 보완하면서 단계적·점진적으로 도입해야
문제는 공영형 혁신학교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혁신학교라는 개념자체가 모호한 데다 지자체에 재정지원을 요구하면서 직접 운영은 금지하는 등 규제를 받기 때문에 교육 수요가 많은 대도시 이외 지역에 설립될 가능성이 큰 만큼 효과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어떠한 제도도 입시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으므로 결국 자사고나 외고처럼 돼버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세계적 추세와는 동떨어진 평준화교육의 틀을 무리하게 고집하면서 대증요법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공영형 혁신학교는 시범운영 과정을 거쳐 제도의 결함이나 취약점 등을 보완하면서 단계적·점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새로운 제도도입이 학교현장에 몰고 올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도 힘을 쏟아야 할것이다. 무엇보다도 학교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경쟁을 통해 다양화·특성화·차별화하는 게 근본 해법임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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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 풀이]
◆공영형 혁신학교
정부와 지자체가 운영비를 지원하되,운영권을 위탁받은 주체가 포괄적인 자율권을 갖고 혁신적으로 운영하는 학교. 오는 8월 전국에서 시범학교 5~10곳이 선정되며 내년 3월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간다.
2010년 공영형 혁신학교 시범운영에 대한 평가를 거쳐 2011년부터 확대 시행된다.
◆특수목적고등학교(특수목적고)
특수한 목적에 따라 인재를 양성하는 학교. 예술을 가르치기 위한 예술고등학교(예고),이공계 과학인재 양성을 위한 과학고등학교(과학고),외국어 인재 양성을 위한 외국어고등학교(외고) 등이 대표적 사례다.
◆자립형 사립고(자사고)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고 학교가 교과과정을 운영하며,학생과 교사 선발,교육비 책정 등에 대해서도 정부 간섭을 받지 않는 학교. 평준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2001년에 도입돼 현재 민족사관고,광양제철고,포항제철고,해운대고,현대청운고,상산고 등 6개 학교가 설립돼 있다.
◆차터스쿨(Charter school)
교사 학부모 지역인사들이 합의해 구체적 교육목표와 성취 방법을 명시한 학교헌장(차터)을 제정하고 관할 교육당국의 허가를 얻어 학교를 운영한 다음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공립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