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발렌베리 1세의 사촌형인 라울 발렌베리는 '스웨덴의 쉰들러'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로부터 헝가리에 있는 수많은 유대인들을 구해냈다.

1944년 부다페스트에선 유대인 대학살이 자행되자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중립국가인 스웨덴에 외교관을 파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6개 국어에 능통한 라울이 부다페스트 주재 스웨덴 대사관에 참사관으로 발령을 받게 됐다.

그는 유대인들에게 스웨덴의 비자를 내주고 가짜 서류를 발급하는 방법으로 2만명의 유대인들을 구하고 1만3000명을 은신처에 숨겨주는 등 많은 구조활동을 벌였다.

또 독일군 사령관인 슈미트 후버를 협박해 부다페스트의 유대인 거주지에 갇힌 7만명의 유대인을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고가지 못하도록 했다.

그의 이런 활동에도 불구하고 스웨덴과의 우호적인 외교관계를 깨고 싶지 않았던 독일은 라울을 건드리지 않았다.

그러나 1945년 부다페스트에 들어온 소련은 라울을 군사령관 본부로 불러들였고 그 후에 라울의 행방이 묘연해졌다.

소련은 라울의 행방에 대해 줄곧 모른다고 잡아떼다가 스탈린이 사망한 후 라울이 독일의 첩자였으며 1947년 7월17일에 자연사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소련 몰락 후 영국으로 망명한 KGB 요원에 의해 마침내 라울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가 밝혀졌다.

라울을 미국 첩자로 오해한 KGB가 그를 자기편 정보요원으로 포섭하려고 했으나 라울이 거절하자 모스크바로 끌고 가 모진 고문을 가하고 증거를 없애기 위해 그에게 심장병약이라고 속여 독약을 먹여 살해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