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코엘요'도 아니고 '쿠엘류'도 아닙니다. 제 이름은 '꿸류'인데요."

2003년 초부터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포르투갈 출신 감독 '움베르투 코엘류(Humberto Coelho)'가 한국에 들어와서 한 말이다.

그가 처음 감독으로 내정됐을 때 한국에선 그의 이름을 어떻게 적을지를 두고 많은 혼선이 빚어졌다.

'움베르토/움베르투''코엘요/코엘유/코엘뇨/쿠엘류' 등 여러 표기가 나왔다.

혼선의 1차적 원인은 당시만 해도 우리 외래어표기법에 포르투갈어에 대한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기준이 없다 보니 처음에 축구협회에선 알파벳 표기에 따라 대충 '움베르토 코엘요'로 읽었는데,그를 직접 만나 이름을 물어보니 '꿸류'라고 했다는 것.그런데 축구협회에선 '꿸'이라는 글자가 이상하니까 이를 '꾸엘류'로 제시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외래어 표기에는 된소리를 쓰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타협을 본 이름이 '쿠엘류'다.

이에 따라 축구협회에서는 '움베르토 쿠엘류'를 공식 표기로 정해 보도자료를 돌렸다.

하지만 이번엔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에서 정확한 표기를 제시한다며 뒤늦게 나섰다.

여기서 나온 이름이 '움베르투 코엘류'다.

우선 '움베르토'가 '움베르투'로 바뀐 것은 같은 포르투갈어 권인 브라질의 'Ronaldo'를 '호나우두'로,'Rio de Janeiro'를 '리우데자네이루'(이것도 원래는 '히우데자네이루'로 해야 하지만 관용을 인정해 '리우데자네이루'로 적는다)로 표기하는 이치와 같다.

또 'Coelho'에서 첫소리와 끝소리는 각각 '코''류'가 실제 발음에 가깝다는 게 근거였다.

이처럼 외래 인명이나 지명의 표기는 현지 발음에 맞게 적는 게 원칙이지만 실제론 음운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 글자로 정확하게 옮기는 일은 매우 어렵다.

다만 실제 발음에 최대한 가깝게 적을 수 있을 뿐이다.

축구 국가대표팀의 이영표 선수가 소속돼 있는 잉글랜드의 프로축구 팀 'Tottenham'을 적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토튼햄'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토트넘'이 실제 발음에 가깝기 때문에 '토트넘'으로 적는다.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에서 지난해 8월(65차 회의) 결정한 사항이다.

당시 영국의 프리미어리그 팀들에 대한 표기 심의가 있었는데 'Fullham'이 '풀햄'이 아니라 '풀럼'으로 정해진 것도 이때다.

이들은 영국 웨스트미들랜즈 주의 주도인 'Birmingham'을 '버밍엄'으로 적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브라질의 호나우딩요/호나우디뇨로 섞여 쓰이던 이름은 2002년 한일월드컵 대회를 앞두고 열린 45차 회의에서 '호나우디뉴'로 정했었다.

그러나 이후 2005년 말 포르투갈어 표기법이 고시됨에 따라 최종적으로 '호나우지뉴'가 바른 표기로 확정됐다.

우리가 흔히 쓰는 일반 단어 중에선 '플랭카드(플래카드),바리케이트(바리케이드),스치로폴(스티로폼),타킷(타깃)' 등이 잘못된 표기 습관으로 인해 실제 발음과 다르게 적기 쉬운 말들이다.

(괄호 안이 맞는 표기) 외래어 표기법도 어문규범 중의 하나이므로 마땅히 지켜 써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