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신문 6월13일자 A3면 ]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다시 강조하고 나섰다.

이유는 지난 8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밝혔던 것과 마찬가지로 인플레에 대한 선제적 대응과 부동산 가격 안정이다.

이 총재는 12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창립 56주년 기념식에서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낮은 상승률을 보이는 소비자물가의 산출방식을 뜯어고쳐서라도 금리 인상의 정당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하반기 콜금리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장은 지난 금통위 이후 한은이 콜금리를 한 두 차례에 걸쳐 0.25~0.5%포인트 올릴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경기하강을 우려하는 재정경제부 등의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도 적지 않아 금리 인상이 제한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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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지난 8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를 연 4.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어 12일 열린 창립 56주년 기념식에서 이성태 총재는 금리인상 필요성을 다시 강조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하반기 금리는 상당한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콜(call)금리는 은행들이 법정지급준비율을 맞추기 위해 다른 은행에서 자금을 빌릴 때 적용되는 금리를 말한다.

법정지급준비율은 예금자들이 한꺼번에 자금을 찾을 경우 등에 대비해 예금액 중 중앙은행에 예치해 두어야 하는 자금의 비율을 말한다. 따라서 은행들은 매일매일 지급준비율을 확인하고 다른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빌리거나 빌려주게 된다. 이때 거래되는 자금을 빌려주는 은행에서는 콜론(call loan)이라 하고,빌리는 쪽에서는 콜머니(call money)라 부른다.

콜금리는 바로 은행 간 콜거래가 이뤄질 때 적용되는 금리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중앙은행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서 콜금리를 올리는 것일까? 또 어떤 과정을 거쳐 물가안정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일까?


○한국은행은 콜금리 목표치를 관리한다

흔히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올렸다고 이야기하는데 정확하게 말하면 이는 틀린 말이다. 콜금리 목표를 올렸다고 말해야 정확하다. 콜금리란 은행들끼리 자금을 빌리거나 빌릴 때 적용되는 금리다. 따라서 콜금리를 정하는 것은 결국 돈을 빌려주고 빌리는 은행들이지 한국은행이 아니다. 한국은행은 콜금리 목표를 정하고 금리가 이 목표금리에 도달하도록 시장을 조작한다. 이를 공개시장조작(open market operations)이라고 한다.

그러면 공개시장조작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방법은 간단하다. 한국은행은 국고채(우리나라의 경우 통화안정증권을 사용함)를 사고 팔아 통화량을 늘리거나 줄임으로써 콜금리를 조절한다. 예를 들어 이번에 콜금리 관리목표치를 연 4.25%로 제시했는데 만일 콜금리가 목표보다 높은 4.5%로 올라갔다면 한국은행은 시중 금융회사들로부터 국고채를 매입하게 된다. 그러면 한국은행에서 국고채 매입대가로 돈이 시중은행으로 나가게 되고 이는 화폐시장에서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와 금리는 하락한다. 반대로 콜금리가 4%로 떨어지면 국고채를 팔아 자금을 흡수해 금리를 끌어올린다.

이 같은 방식을 통해 한국은행은 콜금리를 목표치 수준에서 결정되도록 관리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콜거래는 금융회사들이 공동출자한 한국자금중개와 서울외국환중개 등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장기금리는 경기전망도 중요

콜금리는 보통 하루 단위로 바뀐다.

콜거래 자체가 하루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콜금리가 다른 금리에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3개월 정도의 단기자금 금리는 콜금리의 영향을 받아 바로 변하지만 3년 이상 장기 금리는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장기 금리는 오히려 경기 동향에 더 민감하다.

단기 자금 금리가 콜금리의 영향을 직접 받는 것은 금리차이가 커질 경우 차익거래(금리차이를 이용한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3개월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의 경우 콜금리 인하에 즉각 반응하는데,만일 콜금리가 떨어졌는 데도 3개월짜리 CD 금리(이 경우 수익률이라고도 한다)가 인하하지 않을 경우 콜금리로 돈을 빌려 수익률이 높은 CD를 매입하면 상당한 이자수입을 거둘 수 있다.

3개월 정도의 시장금리는 한국은행의 정책금리로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반면 3년짜리 회사채나 5년짜리 국고채 등의 장기채권은 콜금리 변동에 덜 민감하다. 콜금리에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이것이 장기금리를 변동시키는 유일한 요인은 아니다.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올리더라도 향후 경기상황이 매우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될 경우 장기금리는 오히려 떨어질 수도 있다.

왜냐하면 6개월 뒤 또는 1년 뒤 경기가 침체되면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다시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단기금리는 한국은행에 의해 좌우되지만 장기금리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경기전망 등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한국은행이 콜금리 목표치를 인상한다고 3년만기 회사채나 국고채 금리가 올라갈 것이라고 예단할 수 없다.


○경제는 언제나 선택의 문제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인상하는 이유는 물가 불안을 해소하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대가로 경기침체 효과를 감수해야 한다. 이자율이 올라가면 아무래도 투자와 소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경제정책은 언제나 선택의 문제다.

물가를 안정시키는 동시에 경기를 회복시키는 묘책이란 이 세상에 없다.

이 총재가 "물가상승 압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부동산 가격을 계속 지켜보겠다"고 말한 것은 경기부양보다 물가안정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말이다.

"환율이나 유가 상황이 현재보다 크게 악화되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는 상승 국면을 이어갈 것"이라고 판단한 것을 보면 경기부양의 필요성은 별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올해 하반기 경기는 정말로 괜찮을까.

현승윤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hyun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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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 풀이 ]

공개시장조작=한국은행이 금융회사에 국채를 매매하는 방식으로 시중 통화량을 조절하는 정책을 말한다.

국채를 팔면 통화량이 줄어들고 사면 그 반대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통화량 조절 수단으로 공개시장조작을 활용한다.

선제적 대응=금리를 올리거나 내릴 경우 그 효과는 보통 6개월 정도 뒤에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물가가 오르거나 경기가 침체되기 전에 미리 금리를 인상하거나 인하하는 것을 말한다.

양도성예금증서(CD)=은행의 정기예금에 양도성을 부여한 금융상품이다.

예금통장과는 달리 이름을 쓰지 않으며(무기명),중도해지는 불가능하지만 자유롭게 양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