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 IQ는 135" 그 시절엔 IQ검사 없었는데…

어림수를 사용하는 이유는 어떤 것에 관한 숫자를 여러 가지 한계 때문에 정확하게 계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땅에서 솟아난 듯 근거가 전혀 없이 어림수를 만들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1994년도 경찰청 통계연보에 나타난 터무니없는 어림수의 예를 들어보자(조선일보,1994.10.20,1면,만물상).통계 연보에 따르면 각종 범죄로 인해 발생하는 재산피해가 1백13조6000여억원에 달한다.

당시 우리나라 한 해 예산보다 큰 액수다.

사람들이 그 엄청난 피해의 크기에 놀라자 경찰청에서는 피해규모를 4조5000억원으로 수정했다.

컴퓨터 입력과정에서 착오가 빚어졌다는 변명이었다.

주먹구구식으로 통계를 만들면 통계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을 해소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다음은 한 스포츠 일간지의 성(性) 칼럼에서 인용한 글이다. (일간 스포츠,1995.7.13,21면,Sex & Beauty 칼럼)

성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남성의 발기시간이 20세에는 43분,25세까지는 54분,30세까지는 47분,40세까지는 41분,45세까지는 31분,50세까지는 29분,55세까지는 27분,60세까지는 22분,65세까지는 19분,70세까지는 7분이라는 말도 있다.

연령별 지속시간이 분(分)까지 자세히 나와 있지만 역시 이런 수치가 어떻게 해서 계산이 되었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초(秒)까지 정확하게 제시하지 않은 양심(?)에 감사해야 할 정도다.

가장 터무니없는 숫자를 조작해낸 사람으론 아무래도 독일인 바이루스(Weirus)를 빼놓을 수 없다.(Campbell,Stephen K.Flaws and Falllacies in Statistical Thinking,New Jersey; Prentice-Hall Inc.,1974,4쪽)

바이루스는 16세기 후반에 살았던 의사였다. 13,14세기의 중세 유럽에서 마술은 하나의 뛰어난 능력으로 대우를 받았다고 한다.

그것이 15세기로 내려오며 마술은 이단(異端)과 배교(背敎)란 이름 아래 재판받기에 이르렀으며 '마녀사냥'이 시작되었다.

바이루스가 살았던 16세기에는 마녀사냥이 한창인 때였다.

어떤 지방에서는 두 개 마을의 여성이 몽땅 처형되기도 했고,하루에 133명을 처형한 마을도 있었으며,1년에 5000명 이상을 화형에 처한 도시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루스는 지구상에 살고 있는 악마(demons)의 숫자가 정확히 740만5926명이라고 계산했다.

더욱이 그는 한술 더 떠서 이 악마들은 72개의 대대(大隊)로 나누어져 있고,각각의 대대는 왕자가 지휘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도깨비,몽달귀신,달걀귀신,빗자루 귀신,그리고 기타 수많은 산신령들도 하나도 빼먹지 않고 어림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하여튼 그 정확함에는 귀신도 기가 막혔을 성 싶다.


다음은 지능지수(IQ)에 관한 신문 칼럼의 일부다. (조선일보,1994.10.20,1면,만물상)

"보통 사람이 못하는 일을 해내는 사람은 천재다. 모차르트의 지능지수는 150이었다. 프랑스의 여류소설가 조르지 상드가 150이었고 볼테르가 170,괴테는 186로 되어 있다. (…) 그러나 꼭 150이 천재의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닌 듯 하다. 갈릴레오는 145였고 다윈,베토벤,레오나르도 다빈치 등도 135였다. 그런가 하면 렘브란트,코페르니쿠스 등은 110밖에는 되지 않았다."

심리학자들이 인간의 지능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 지능검사(IQ 테스트)를 개발한 것은 20세기 초의 일이다.

코페르니쿠스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살았던 시대에는 IQ 테스트가 없었음이 확실하다.

죽은 사람들의 혼을 불러다 지능검사를 한 것은 아닐 테고 어떻게 그들의 지능지수를 측정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우리 사회에 민주화의 열기가 대단했을 시절에는 전국에서 많은 시위가 있었다.

그러나 시위에 참가한 군중의 수에 대한 추산은 경찰과 주최측이 언제나 크게 달랐다.

어느 숫자가 맞는지 판단할 방법이 없는 언론에서는 언제나 경찰이 추산한 숫자와 주최측이 추산한 숫자를 함께 발표했다.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의 숫자를 놓고 벌이는 실랑이는 꼭 한국에만 한정된 일이 아니다.

최근 미국 워싱턴에서 열렸던 '100만 흑인남성 대행진'의 참가자 수를 놓고 흑인과 경찰당국의 설전이 뜨겁다고 한다.

집회가 끝난 뒤 경찰은 참가자 수가 40만명 정도라고 공식발표했다.

그러자 참가자 수가 100만명을 넘었다고 주장하는 흑인회교지도자인 패러칸은 경찰에 재집계를 요구하고 신속한 답변이 없을 경우 법원에 재집계를 위한 소송까지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참가자 수를 놓고 이렇게 실랑이를 벌이는 이유는 뭘까?아마도 그들의 정치적인 영향력을 축소하거나 과시하려는 의도 때문일 것이다.

지난 63년에 워싱턴의 같은 장소에서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는 20만명이 모였다.

그 집회에서 킹 목사는 "나에겐 꿈이 있다(I have a dream)"라는 유명한 연설을 함으로써 흑인민권운동을 한 단계 발전시킨 적이 있다.

흑인지도자를 꿈꾸는 패러칸은 그의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참가자 수를 늘리려는 것이고,경찰측에서는 과격한 노선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패러칸의 영향력을 축소하기 위해 숫자를 줄이려는 것이다.

시위참가자 숫자와 마찬가지로 그 크기가 논란이 되는 것이 있다.

바로 화재 피해액 추산이다.

경찰과 피해당사자의 피해액 추산은 항상 큰 차이가 있는데 화재보험 보상과 관련된 피해당사자의 추산이 소방경찰의 추산보다 언제나 훨씬 크다.

그렇지만 그 차이가 너무 클 때는 당황하게 된다.

예전에 광주에 있는 금호타이어 공장에 큰 화재가 있었다.

그런데 소방당국과 화사측이 추산한 피해액이 무려 100배의 차이가 나서 논란이 됐다.

회사측은 피해액이 총 185억원에 이른다고 하고 소방당국은 피해액을 1억8000여만원으로 집계했다.

세계 인구는 분명 늘어나고 있는데 반대로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 궤변은 이렇다.

사람마다 2명의 부모가 있고 부모는 또 각각 2명의 부모가 있다.

즉 한 사람에게는 4명의 조부모가 있다.

그런데 그 조부모들에게는 또 각각 2명의 부모가 있다.

이렇게 조상의 수는 한 세대를 올라갈수록 두 배씩 늘어난다.

이런 식으로 중세까지만 올라가도 한 사람의 조상 수는 100만명이 넘으니까 중세시대의 인구는 오늘날의 100만 배가 넘는다는 주장이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바로 조상이 이중계산 된 것이다.

내 동생의 모든 조상들과 나의 모든 조상이 같은 사람인데 그들이 다른 사람으로 계산된 것이다.

이런 이중 계산방식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자동차·조선·중공업 회사가 파업을 할 때면 그 파업으로 인한 손실이 하루에 수백억원이나 된다고 언론에서 발표한다.

자동차 공장이 파업하는 경우 피해액은 공장에서 생산되어야 할 자동차값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여기에다가 부품회사 손실 등이 덧붙여진다.

하지만 자동차 값에 이미 부품 값과 부품회사의 마진이 다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파업으로 인한 국가의 손실을 막기 위해 파업은 빨리 해결돼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이중계산으로 부풀려서는 곤란하다.

김진호 교수 jhkim@kndu.ac.kr

[ 약력 ]

△서울대 경영대 졸업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 석·박사

△(전)KBS 선거예측조사 자문위원

△(현)국방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