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가 집권여당의 대참패로 끝났다.
지역감정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서울에서조차 25개 구청장 중 단 한 자리도 건지지 못했으니 여당 입장에선 가히 '慘變'이라고 할 만하다.
後遺症은 컸다.
당수인 정동영 의장을 비롯한 열린우리당 지도부 대부분이 辭退했다.
소속 국회의원과 당원들은 자신들이 擁立했던 대통령에 대해서까지 막말을 불사한 원망을 쏟아내고 있다.
심지어 "이제 그만 당을 解體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여당이 받은 충격의 강도가 얼마나 처절한지 짐작할 만하다.
그동안 어떤 비판도 두려워하지 않고 강력하게 추진해온 정책들도 스스로 바꾸겠다고 하고 있다.
선거 직전까지만 해도 '집권 이후 최대 治績'이라고 자랑해왔던 부동산·세금대책을 이젠 선거 패배의 주범 중 하나로 꼽고 재검토한다고 야단법석이다.
도대체 선거가 무엇이길래 도도한 권력자들을 이토록 나약하게 만드는 것일까.
왜 집권여당은 선거와 정책을 연결시켜 생각하고,승패의 원인과 處方箋을 거기서 찾는 것일까.
◆선거는 권력을 만드는 시스템
우리나라는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대의민주주의란 직접민주주의와 대별되는 개념이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모든 국가적 결정에 일일이 참여하기 어려운 만큼 자신을 대신해줄 대표자를 뽑아 그들에게 權限을 委任하는 체제다.
대통령 국회의원 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 시·도의원 구의원 등이 모두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다.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選擧는 이런 대표자들을 뽑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장 등은 1위 득표자 한 사람만을 대표자로 선정하지만 중·대 선거구제 하의 국회의원·지방의원 선거 때는 복수의 當選者가 나오기도 한다.
대표자들에겐 任期가 있는 만큼 선거는 주기적으로 실시된다.
대통령 선거는 5년마다,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4년마다 한번씩이다.
선거에 당선되면 임기 동안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는다.
권력의 종류와 범위는 헌법과 법률의 규정에 따른다.
대통령은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하고 대내적으로는 국가 최고통치자로서 行政府를 지휘한다.
國會議員은 행정부를 감시·견제하면서 법률을 제·개정하며,지방자치단체장은 해당 지역의 자치행정을 총괄한다.
지방의원들은 지방정부를 감시하면서 조례 등 자치단체의 立法활동을 담당한다.
◆선거에서 이기려면
정치인에게 선거는 언제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정치인으로서 살아가려면 무조건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
아무리 능력있고 의욕이 넘쳐도 국민의 지지를 받는 데 실패하면 힘을 쓸 수 없다.
선거에서 당락을 결정하는 요소는 셀 수 없이 많다.
후보자의 용모,몸매,말투,출마 전에 했던 일,병역이나 재산관계 등 모든 것이 변수가 된다.
變數의 방향도 종잡기 어렵다.
잘 생기고 똑똑한 것이 강점이 될 때가 있는가 하면 못 생기고 단순 무식한 스타일이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한마디로 수많은 변수가 있고,변수의 방향을 종잡을 수 없는 '종합예술'이 바로 선거다.
많은 변수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을 꼽는다면 공약과 소속 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선거라는 것이 국민을 대신해 일해줄 사람을 뽑는 절차인 만큼 후보자 또는 후보자가 속한 정당이 무슨 일을 하겠다고 약속하는지가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결정적일 수밖에 없다.
소속 정당과 공약은 때에 따라 다른 모든 변수들을 압도해 버리기도 한다.
◆대중추수주의 위험
권력의 시작과 끝이 선거이고,선거 승리의 최대 변수가 소속 정당과 공약이라는 점에서 정치인들은 정책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행정·입법권을 쥐고 국가 운영의 책임을 지고 있는 집권여당은 부담이 크다.
야당은 주장하고 비판하는 데 그치지만 여당은 자신들의 정책이 실제로 현실화되고,국민으로부터 직접적인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이 지방선거 참패 이후 기존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즉시 고개를 숙인 것도 선거와 정책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 주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부동산·세금정책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었다는 게 상당수 여당 의원들의 주장이다.
이 정책들을 계속 밀고간다면 다음 선거에서도 패배가 불보듯 뻔하다는 생각이 들자 정책 수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불과 2년 후면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다.
도도한 권력자들을 단 한번의 심판으로 고개숙이게 하고,퇴출시킬 수도 있으니 선거는 민심을 표출하는 데 있어 참으로 유용한 절차다.
정치인을 긴장하게 만들고,게으르지 못하게 채찍질하는 훌륭한 연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부작용도 있다.
나라가 제대로 굴러가려면 때론 국민의 불만이 있더라도 강력하게 밀어붙여야 할 일들이 있게 마련인데 누구도 그런 위험을 감수하려 들지 않는다.
예를 들어 국가재정이 너무 많이 망가져 세금을 더 거둬들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상황인데도 정부와 여당이 표를 잃게 될까봐 그냥 방치하거나 오히려 세금을 줄여주는 背任 행위를 하는 사례가 바로 그런 경우다.
열린우리당이 선거 패배를 '민심의 흐름'이라 받아들이고 기존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한 것은 우선은 환영할 일이다.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한 정책이라면 '과연 올바른 것이었나'하고 돌아보는 게 정치인으로서 응당 보여야 할 자세다.
재검토 결과 "우리 생각이 틀렸다"는 결론이 내려졌을 때 눈치보지 않고 정책을 수정한다면 그 또한 칭찬받을 일이다.
그러나 그런 차원이 아니라 그저 당장의 인기만을 위해,원칙도 없이 대중의 일시적 욕망에만 충실한 것이라면 결코 이롭지 않다.
국민에게는 물론 그들 자신에게도 해악이 될 수 있는 '무원칙한 기회주의'일 뿐이기 때문이다.
김인식 한국경제신문 정치부 기자 sskiss@hankyung.com
■한자읽기
·慘變 (참변)
·後遺症 (후유증)
·辭退 (사퇴)
·擁立 (옹립)
·解體 (해체)
·治績 (치적)
·處方箋 (처방전)
·權限 (권한)
·委任 (위임)
·選擧 (선거)
·當選者 (당선자)
·任期 (임기)
·行政府 (행정부)
·國會議員 (국회의원)
·立法 (입법)
·變數 (변수)
·背任 (배임)
지역감정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서울에서조차 25개 구청장 중 단 한 자리도 건지지 못했으니 여당 입장에선 가히 '慘變'이라고 할 만하다.
後遺症은 컸다.
당수인 정동영 의장을 비롯한 열린우리당 지도부 대부분이 辭退했다.
소속 국회의원과 당원들은 자신들이 擁立했던 대통령에 대해서까지 막말을 불사한 원망을 쏟아내고 있다.
심지어 "이제 그만 당을 解體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여당이 받은 충격의 강도가 얼마나 처절한지 짐작할 만하다.
그동안 어떤 비판도 두려워하지 않고 강력하게 추진해온 정책들도 스스로 바꾸겠다고 하고 있다.
선거 직전까지만 해도 '집권 이후 최대 治績'이라고 자랑해왔던 부동산·세금대책을 이젠 선거 패배의 주범 중 하나로 꼽고 재검토한다고 야단법석이다.
도대체 선거가 무엇이길래 도도한 권력자들을 이토록 나약하게 만드는 것일까.
왜 집권여당은 선거와 정책을 연결시켜 생각하고,승패의 원인과 處方箋을 거기서 찾는 것일까.
◆선거는 권력을 만드는 시스템
우리나라는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대의민주주의란 직접민주주의와 대별되는 개념이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모든 국가적 결정에 일일이 참여하기 어려운 만큼 자신을 대신해줄 대표자를 뽑아 그들에게 權限을 委任하는 체제다.
대통령 국회의원 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 시·도의원 구의원 등이 모두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다.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選擧는 이런 대표자들을 뽑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장 등은 1위 득표자 한 사람만을 대표자로 선정하지만 중·대 선거구제 하의 국회의원·지방의원 선거 때는 복수의 當選者가 나오기도 한다.
대표자들에겐 任期가 있는 만큼 선거는 주기적으로 실시된다.
대통령 선거는 5년마다,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4년마다 한번씩이다.
선거에 당선되면 임기 동안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는다.
권력의 종류와 범위는 헌법과 법률의 규정에 따른다.
대통령은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하고 대내적으로는 국가 최고통치자로서 行政府를 지휘한다.
國會議員은 행정부를 감시·견제하면서 법률을 제·개정하며,지방자치단체장은 해당 지역의 자치행정을 총괄한다.
지방의원들은 지방정부를 감시하면서 조례 등 자치단체의 立法활동을 담당한다.
◆선거에서 이기려면
정치인에게 선거는 언제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정치인으로서 살아가려면 무조건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
아무리 능력있고 의욕이 넘쳐도 국민의 지지를 받는 데 실패하면 힘을 쓸 수 없다.
선거에서 당락을 결정하는 요소는 셀 수 없이 많다.
후보자의 용모,몸매,말투,출마 전에 했던 일,병역이나 재산관계 등 모든 것이 변수가 된다.
變數의 방향도 종잡기 어렵다.
잘 생기고 똑똑한 것이 강점이 될 때가 있는가 하면 못 생기고 단순 무식한 스타일이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한마디로 수많은 변수가 있고,변수의 방향을 종잡을 수 없는 '종합예술'이 바로 선거다.
많은 변수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을 꼽는다면 공약과 소속 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선거라는 것이 국민을 대신해 일해줄 사람을 뽑는 절차인 만큼 후보자 또는 후보자가 속한 정당이 무슨 일을 하겠다고 약속하는지가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결정적일 수밖에 없다.
소속 정당과 공약은 때에 따라 다른 모든 변수들을 압도해 버리기도 한다.
◆대중추수주의 위험
권력의 시작과 끝이 선거이고,선거 승리의 최대 변수가 소속 정당과 공약이라는 점에서 정치인들은 정책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행정·입법권을 쥐고 국가 운영의 책임을 지고 있는 집권여당은 부담이 크다.
야당은 주장하고 비판하는 데 그치지만 여당은 자신들의 정책이 실제로 현실화되고,국민으로부터 직접적인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이 지방선거 참패 이후 기존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즉시 고개를 숙인 것도 선거와 정책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 주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부동산·세금정책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었다는 게 상당수 여당 의원들의 주장이다.
이 정책들을 계속 밀고간다면 다음 선거에서도 패배가 불보듯 뻔하다는 생각이 들자 정책 수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불과 2년 후면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다.
도도한 권력자들을 단 한번의 심판으로 고개숙이게 하고,퇴출시킬 수도 있으니 선거는 민심을 표출하는 데 있어 참으로 유용한 절차다.
정치인을 긴장하게 만들고,게으르지 못하게 채찍질하는 훌륭한 연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부작용도 있다.
나라가 제대로 굴러가려면 때론 국민의 불만이 있더라도 강력하게 밀어붙여야 할 일들이 있게 마련인데 누구도 그런 위험을 감수하려 들지 않는다.
예를 들어 국가재정이 너무 많이 망가져 세금을 더 거둬들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상황인데도 정부와 여당이 표를 잃게 될까봐 그냥 방치하거나 오히려 세금을 줄여주는 背任 행위를 하는 사례가 바로 그런 경우다.
열린우리당이 선거 패배를 '민심의 흐름'이라 받아들이고 기존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한 것은 우선은 환영할 일이다.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한 정책이라면 '과연 올바른 것이었나'하고 돌아보는 게 정치인으로서 응당 보여야 할 자세다.
재검토 결과 "우리 생각이 틀렸다"는 결론이 내려졌을 때 눈치보지 않고 정책을 수정한다면 그 또한 칭찬받을 일이다.
그러나 그런 차원이 아니라 그저 당장의 인기만을 위해,원칙도 없이 대중의 일시적 욕망에만 충실한 것이라면 결코 이롭지 않다.
국민에게는 물론 그들 자신에게도 해악이 될 수 있는 '무원칙한 기회주의'일 뿐이기 때문이다.
김인식 한국경제신문 정치부 기자 sskiss@hankyung.com
■한자읽기
·慘變 (참변)
·後遺症 (후유증)
·辭退 (사퇴)
·擁立 (옹립)
·解體 (해체)
·治績 (치적)
·處方箋 (처방전)
·權限 (권한)
·委任 (위임)
·選擧 (선거)
·當選者 (당선자)
·任期 (임기)
·行政府 (행정부)
·國會議員 (국회의원)
·立法 (입법)
·變數 (변수)
·背任 (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