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살펴본 '환율과 주가'의 관계처럼 '금리와 주가' 또한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다.

금리 인상이 때로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반대로 금리 인상이 악재요인으로 작용해 주가가 곤두박질치기도 한다.

최근 주식시장에서도 그러한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 5월12일부터 보름간 코스피지수(종합주가지수)는 무려 180포인트나 폭락했다.

이번 증시의 급조정은 물가상승 우려에서 촉발됐지만 실제 주범은 미국의 금리인상이었다.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미국이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면서 그동안 한국 등 신흥시장 증시에 유입됐던 외국인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5조원 이상 팔아치우며 주가 급락을 주도했다.

그러나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상황은 정반대였다.

미국 금리인상 뉴스가 나와도 주가 상승세는 멈추질 않았다.

시장에서는 금리인상이 미국 경제의 자신감을 반영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오히려 좋은 뉴스로 해석했다.

똑같은 경제현상을 두고 시장은 이처럼 달리 반응하고 있다.

○금리와 주가

사실 금리와 주가의 상관관계는 대학원 석·박사 논문의 소재가 될 정도로 워낙 복잡해 한마디로 규정 짓기가 쉽지 않다.

금리와 주가를 설명하는 이론 중 '자산평가이론'에 따르면 금리와 주가는 역(逆)의 관계다.

금리가 하락하면 주가는 상승하고,금리가 상승하면 반대로 주가는 하락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이렇다.

먼저 금리가 하락하면 기업들은 저금리로 자금을 빌려,투자를 늘린다.

동시에 부채를 많이 안고 있는 기업들은 금리가 낮아짐에 따라 금융비용(이자비용)도 줄어든다.

당연히 기업 이익은 늘어나고 재무구조가 튼튼해져 기업 가치가 높아진다.

주식을 사려는 수요가 늘어나고,주가는 상승하게 된다.

반대로 금리가 상승하면 기업들이 투자하는 데 필요한 돈을 빌리기 어렵기 때문에 투자가 감소해 기업의 성장은 둔화된다.

빌린 돈에 대한 이자비용도 늘어나게 된다.

기업은 이익이 줄어들고 주가는 하락하게 된다.

실제 2006년 3월 말 기준 국내 상장사들의 부채는 무려 327조원에 달해 금리가 0.1%만 오르더라도 이자 부담은 3조원 이상 늘어나게 된다.

금리와 주가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관계는 투자자 입장에서 봐도 성립된다.

금리가 상승하면 주식 투자하는 사람들 중 특히 위험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은행에 돈을 맡기려고 한다.

은행에 넣어두면 원금손실 우려 없이 매년 안정적인 이자수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손실 위험을 무릅쓰고 주식투자를 할 필요가 줄어들고 주가는 하락하게 된다.

반대로 금리가 하락하면 대체 투자수단인 주식과 부동산으로 돈이 몰려들게 마련이다.

주식시장은 넘쳐나는 돈의 힘으로 상승하게 된다.

최근 2년간 우리나라 증시뿐 아니라 세계 신흥국 증시가 동반 상승한 것도 낮은 금리 덕분이 컸다.

미국의 저금리 상태가 지속되자 낮은 금리로 대출받은 달러자금이 고수익을 노리고 대거 신흥국 증시로 유입되며 주가를 밀어올린 것이다.

○금리의 이중성

그러나 금리와 주가의 상관관계는 앞서 말했듯이 결코 단순한 것이 아니다.

이론적으로 보면 분명히 역의 관계이지만 실제로는 항상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과거 역사를 돌이켜 보면 금리와 주가는 오히려 정(正)의 관계를 보인 적이 많았다.

미국의 경우 2002년 6월 이후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해오는 동안 주가는 5년래 최고치 행진을 이어왔다.

미국 금리를 결정짓는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한 차례씩 금리를 올릴 때마다 단기적으로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은 적도 있지만,전반적인 추세는 주가가 금리와 함께 상승하는 구도로 진행돼왔다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도 마찬가지다.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 당시 금리가 폭등할 때를 제외하곤 대부분 금리와 주가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왔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에 대해 금리 상승이 기업들의 자신감 회복 국면에서 주로 나타났기 때문으로 본다.

다시 말해 경기가 눈에 띄게 좋아지자 오히려 정부가 과열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금리 상승 조치를 선제적으로 단행했고,이는 결과적으로 경기 호조세를 더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데 긍정적인 작용을 했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유럽 등도 기업체감지수와 장기 금리 상승 국면은 대체로 동행했다.

결론적으로 금리와 주가의 상관관계는 당시 시장이 처해진 상황이나 다양한 변수들에 따라 정의 관계 또는 역의 관계로 나타나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

정종태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jtchung@hankyung.com


[ 중국 금리 금융시장 새 변수 ]

국내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금리 변수는 주로 미국 금리다.

국내 금리의 미묘한 변동은 사실 주가에 별다른 힘을 갖지 못한다.

과거 몇 차례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올린 경우도 주식시장은 무반응에 가까웠다.

국내 증시가 미국 금리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세계 경기 흐름이나 글로벌 투자자금 움직임을 결정하는 최대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내 증시에는 중국 금리가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지난 4월28일 중국 정부가 기업 대출금리 인상을 단행하자 국내 증시는 물론 세계 주요국 증시가 동반 급락세를 연출했다.

중국 대출금리 인상이 곧 강한 긴축 정책의 일환으로 해석되면서 세계 최대 원자재 수요국인 중국의 기업투자 감소→수요 둔화→원자재 가격 하락→세계 경기 침체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시장흐름을 제대로 읽으려면 미국 금리뿐 아니라 중국 금리 동향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물론 미국 금리와 중국 금리가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은 다르다.

가령 미국 금리 인상은 주로 글로벌 유동성에 영향을 미쳐,외국인 자금의 유출로 나타나는 데 비해 중국 금리는 중국 내 수요가 많은 원자재 관련주에 직격탄을 날리는 식으로 증시에 영향력을 행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