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어법 오류가 1000건 이상 있는데 알고 있습니까?편수담당자는 슈퍼맨인가요?한 사람이 한두달 사이에 교과서 38권을 검수할 수 있나요?"

2002년 국정감사에서 L의원이 교육 부총리를 상대로 매서운 질문을 던졌다.

1997년 개편된 제7차 교육과정은 그 내용이 2001~2004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반영됐다.

L의원은 한글맞춤법(1988년 공포)과 이를 토대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1999년 국립국어원 刊)에 비춰볼 때 당시 처음 나온 교과서에서 표기·표현상의 오류가 1000곳 이상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지난 18일 교육인적자원부와 국립국어원이 교과용 도서의 표기를 표준국어대사전에 맞추기로 하는 업무협정을 체결했다.

교과서의 표기가 표준국어대사전과 다른 대표적인 부분은 띄어쓰기와 사이시옷의 처리다.

'이두 박근 삼두 박근,염라 대왕,백발 백중,등장 인물,이 쪽 저 쪽,초등 학교,왜냐 하면.' 띄어쓰기가 이 정도면 누구든지 어색함을 느낄 터이지만 실제로 교과서(2002년 중학교 1,2학년 국어 교과서 기준)는 이렇게 가르쳤다.

교육부에서 책을 만들면서 맞춤법의 띄어쓰기 규정을 지나치게 기계적으로 적용했기 때문이다.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는 게 한글맞춤법의 총칙 규정이다.

하지만 하위규정에는 원칙을 벗어나는 여러 세칙들이 있다.

가령 고유명사나 전문용어의 경우 하나의 의미단위로 인식되면 붙여 쓸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여의도 고등 학교,만성 골수성 백혈병'은 '여의도고등학교,만성골수성백혈병'과 같이 한 단어처럼 붙여 쓰는 게 자연스러운 어법이다.

단음절로 된 단어가 연이어 나타날 때도 붙여 쓸 수 있다.

'그때 그곳'이니 '좀더 큰것'처럼 쓴다.

교과서에는 이런 경우까지 모두 '그 때 그 곳''좀 더 큰 것'처럼 적었으나 앞으로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맞춰 통일성을 기할 수 있을 것이다.

사이시옷도 마찬가지다. '노래말,혼자말,치마 자락,모기 소리,꼭지점,등교길,하교길'처럼 교과서에서 사이시옷을 쓰지 않은 표기들이 앞으로는 모두 한 단어(합성어)로 처리돼 사이시옷을 붙이게 된다.

합성어에서 사이시옷을 넣는 이유는 뒷말이 된소리로 발음되거나 무언가 덧붙는 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노랫말'에서는 'ㄴ'이 덧붙어 [노랜말]로 발음되고 '치맛자락'에서는 [치마짜락]으로 된소리 발음이 난다.

반면에 교과서에서는 '하룻동안'처럼 합성어가 아닌 곳에 오히려 사이시옷을 붙인 경우도 있다.

'오랫동안'은 한 단어이지만 '하룻동안'이란 단어는 없으므로 '하루 동안'으로 띄어 써야 한다.

그 이유는 이런 종류를 단어로 처리하자면 '이틀동안,사흘동안,나흘동안…' 식으로 단어 수가 무한정 늘어나기 때문에 '하루 동안'은 단어가 될 수 없는 것이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