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산칼럼 양봉진 한국경제신문 비상임논설위원 · YSK 대표 >
☞ 한국경제신문 2006년 5월15일 A39면
지방선거 열기가 뜨겁다.
후보들 모두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일자리 문제보다 더 중요한 국민적 의제가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어떻게(How to)'는 찾기 어렵다.
대부분 '청년실업 퇴치'라는 더 까다로운 공약까지 내걸고 있지만 제한된 정책수단밖에 없는 지방정부들이 '준비 안 된' 청년들의 실업까지 해결할 수 있으리라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더욱이 일자리 없는 세상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의 종말(End of Work)'을 쓴 제러미 리프킨은 기계가 사람보다 양의 털을 더 정교하게 잘 깎는 '농부 없는 농장(farmerless farm)'시대를 묘사하고 있을 정도다.
건설근로자와 중장비,의사들과 자기공명촬영(MRI)장치,자동차 조립 라인의 숙련공과 로봇들은 이제 '귀한 몸'이 되어버린 '노동시간'을 놓고 경쟁하는 숙명적 라이벌들이다.
"그 운명적 대결구도의 승자는 기술과 기계일 수밖에 없다"는 게 리프킨의 주장이다.
특히 청년실업은 중앙정부의 인력수급 및 교육정책과 맞물려 있는 사안이다.
요즘엔 지방대 의대 들어가기가 상위권 전공의 서울대 들어가기보다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의대 쏠림 현상'은 '의사보다 똑똑한' 의료기구들의 출현과 '공급과잉'으로 머지않은 장래에 의사들을 거리의 실업자로 내몰지 모른다.
캐롤린 우 미국 노트르담대 경영대학장은 "미국 교육시장에서 경영학 박사학위 소지자 공급은 2006년 현재 1200여명이 모자라고 2012년에는 2400여명이 모자랄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경영학 박사학위 소지자 신규공급 부족으로 새로 재무관리 박사학위를 받은 '병아리' 교수의 연봉수준은 2003년 기준 10만2400달러에 달해 조교수(9만3300달러)는 물론 부교수(9만7400달러)보다 높고 일부 대학에서는 정교수보다도 더 많이 받는 경우가 많다"고 우 교수는 덧붙였다.
'새 경영학박사 값은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다.
사람 값이야말로 수요-공급법칙에 따라 그 값이 오르내리는 시장임을 잘 설명하는 보고자료가 아닐 수 없다.
인력수급 및 교육 등은 중앙정부 몫이라고 해서 지방정부들이 일자리를 만들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예외는 얼마든지 있다.
미국 앨라배마 주지사는 일자리를 만든 대표적인 '지방정부' 지도자다.
앨라배마 주지사가 한 일은 현대자동차를 끌어들인 것이다.
단순하게 보이지만 이보다 더 빛나는 일자리 창출은 없다.
이에 자극 받은 옆동네 조지아 주는 기아자동차 끌어들이기에 바빴다.
"앨라배마 주보다 더 잘해 줄테니 우리 주로 오라"는 게 조지아 주의 얘기였을 것이다.
최근 완공된 파주시의 LG필립스 또한 일자리 만들기에 성공한 사례이기는 마찬가지다.
'무상(無償)에 가까운 땅,노동조합 없는 싼 노동력,파격적인 세금 깎아주기,드넓은 미 자동차 시장'에 흥미를 느끼지 않을 기업은 아마 없을 것이다.
특히 살인적인 땅값,툭하면 공장 멈추는 노조와의 투쟁,세금 때문에 교도소를 내 집 드나들 듯 해야 하는 한국기업으로선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라는 탄성이 저절로 튀어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앨라배마 주지사,조지아 주지사,경기지사,파주시장 모두 '직접' 일자리를 만든 사람들은 아니다.
이들은 기업의 흥미를 자극하고 '기업 스스로'가 일자리를 만들게 도와준 사람들일 뿐이다.
아마도 지방정부가 '직접' 만들 수 있는 일자리는 '관료 늘리기'일 것이다.
그러나 유권자 어느 누구도 지방정부의 관료 늘리기를 바라지 않는다.
'큰 지방정부'는 주민들이 내야 할 세금을 늘릴 뿐이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의 일자리 늘리기는 스스로의 역할을 '산파역'으로 제한할 때에만 그 공약의 실효성과 진실성이 배가될 수 있을 것이다.
bjyang@leeinternational.com
< "일자리 만들겠다" 한목소리 … 헛된 약속 많아 >
방송을 필두로 월드컵 열풍 몰이가 한창인 가운데 5·31 지방선거는 사회적 관심권에서 저만치 밀려나 있는 분위기다.
18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한 각 정당의 후보들은 갖가지 공약과 정책을 쏟아내며 표심을 따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정책이 실현 가능성이나 구체적 방법론이 뒷받침되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대표적인 게 '일자리 만들기'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경우 올해 일자리 35만~40만개를 만들겠다는 공약으로 지방선거에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정부 지출을 통한 일자리 창출 지원 등이 담겨 있다.
한나라당도 '일자리 창출'과 '청년실업 해결'을 강조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양봉진 한국경제신문 비상임논설위원은 칼럼에서 '어떻게(How to)'가 없는 일자리 창출 공언은 무의미하다고 비판한다.
지방정부가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자 한다면 '일자리 창출'의 실질적 주체인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더 할 수 있도록 충실히 도와야 한다는 게 주된 주장이다.
필자의 주장과 논리의 흐름을 한번 분석해보자.
(서론)지방선거 운동이 한창인 가운데 후보들은 '일자리 창출'을 주된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겠다는 구체적인 방법론이 제시되고 있지 않다.
(본론)기술·기계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일자리 감소는 세계적인 추세다.
청년실업은 중앙정부의 인력수급 및 교육정책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미국 앨라배마주 정부나 한국 경기도 등은 기업에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제공해 기업을 유치하고 결과적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데 성공했다.
(결론)지방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방안은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활성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필자는 이 같은 논지를 뒷받침하기 위해 미국과 한국에서 지방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실증적 사례를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다양한 사례는 주장에 생명력을 불어넣고,보다 확고한 객관성을 담보하는 좋은 방법이다.
생글 독자 여러분도 '지방선거 후보들이 할 일'을 주제로 자신만의 주장을 논술해보자.
김혜수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dearsoo@hankyung.com
☞ 한국경제신문 2006년 5월15일 A39면
지방선거 열기가 뜨겁다.
후보들 모두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일자리 문제보다 더 중요한 국민적 의제가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어떻게(How to)'는 찾기 어렵다.
대부분 '청년실업 퇴치'라는 더 까다로운 공약까지 내걸고 있지만 제한된 정책수단밖에 없는 지방정부들이 '준비 안 된' 청년들의 실업까지 해결할 수 있으리라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더욱이 일자리 없는 세상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의 종말(End of Work)'을 쓴 제러미 리프킨은 기계가 사람보다 양의 털을 더 정교하게 잘 깎는 '농부 없는 농장(farmerless farm)'시대를 묘사하고 있을 정도다.
건설근로자와 중장비,의사들과 자기공명촬영(MRI)장치,자동차 조립 라인의 숙련공과 로봇들은 이제 '귀한 몸'이 되어버린 '노동시간'을 놓고 경쟁하는 숙명적 라이벌들이다.
"그 운명적 대결구도의 승자는 기술과 기계일 수밖에 없다"는 게 리프킨의 주장이다.
특히 청년실업은 중앙정부의 인력수급 및 교육정책과 맞물려 있는 사안이다.
요즘엔 지방대 의대 들어가기가 상위권 전공의 서울대 들어가기보다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의대 쏠림 현상'은 '의사보다 똑똑한' 의료기구들의 출현과 '공급과잉'으로 머지않은 장래에 의사들을 거리의 실업자로 내몰지 모른다.
캐롤린 우 미국 노트르담대 경영대학장은 "미국 교육시장에서 경영학 박사학위 소지자 공급은 2006년 현재 1200여명이 모자라고 2012년에는 2400여명이 모자랄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경영학 박사학위 소지자 신규공급 부족으로 새로 재무관리 박사학위를 받은 '병아리' 교수의 연봉수준은 2003년 기준 10만2400달러에 달해 조교수(9만3300달러)는 물론 부교수(9만7400달러)보다 높고 일부 대학에서는 정교수보다도 더 많이 받는 경우가 많다"고 우 교수는 덧붙였다.
'새 경영학박사 값은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다.
사람 값이야말로 수요-공급법칙에 따라 그 값이 오르내리는 시장임을 잘 설명하는 보고자료가 아닐 수 없다.
인력수급 및 교육 등은 중앙정부 몫이라고 해서 지방정부들이 일자리를 만들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예외는 얼마든지 있다.
미국 앨라배마 주지사는 일자리를 만든 대표적인 '지방정부' 지도자다.
앨라배마 주지사가 한 일은 현대자동차를 끌어들인 것이다.
단순하게 보이지만 이보다 더 빛나는 일자리 창출은 없다.
이에 자극 받은 옆동네 조지아 주는 기아자동차 끌어들이기에 바빴다.
"앨라배마 주보다 더 잘해 줄테니 우리 주로 오라"는 게 조지아 주의 얘기였을 것이다.
최근 완공된 파주시의 LG필립스 또한 일자리 만들기에 성공한 사례이기는 마찬가지다.
'무상(無償)에 가까운 땅,노동조합 없는 싼 노동력,파격적인 세금 깎아주기,드넓은 미 자동차 시장'에 흥미를 느끼지 않을 기업은 아마 없을 것이다.
특히 살인적인 땅값,툭하면 공장 멈추는 노조와의 투쟁,세금 때문에 교도소를 내 집 드나들 듯 해야 하는 한국기업으로선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라는 탄성이 저절로 튀어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앨라배마 주지사,조지아 주지사,경기지사,파주시장 모두 '직접' 일자리를 만든 사람들은 아니다.
이들은 기업의 흥미를 자극하고 '기업 스스로'가 일자리를 만들게 도와준 사람들일 뿐이다.
아마도 지방정부가 '직접' 만들 수 있는 일자리는 '관료 늘리기'일 것이다.
그러나 유권자 어느 누구도 지방정부의 관료 늘리기를 바라지 않는다.
'큰 지방정부'는 주민들이 내야 할 세금을 늘릴 뿐이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의 일자리 늘리기는 스스로의 역할을 '산파역'으로 제한할 때에만 그 공약의 실효성과 진실성이 배가될 수 있을 것이다.
bjyang@leeinternational.com
< "일자리 만들겠다" 한목소리 … 헛된 약속 많아 >
방송을 필두로 월드컵 열풍 몰이가 한창인 가운데 5·31 지방선거는 사회적 관심권에서 저만치 밀려나 있는 분위기다.
18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한 각 정당의 후보들은 갖가지 공약과 정책을 쏟아내며 표심을 따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정책이 실현 가능성이나 구체적 방법론이 뒷받침되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대표적인 게 '일자리 만들기'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경우 올해 일자리 35만~40만개를 만들겠다는 공약으로 지방선거에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정부 지출을 통한 일자리 창출 지원 등이 담겨 있다.
한나라당도 '일자리 창출'과 '청년실업 해결'을 강조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양봉진 한국경제신문 비상임논설위원은 칼럼에서 '어떻게(How to)'가 없는 일자리 창출 공언은 무의미하다고 비판한다.
지방정부가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자 한다면 '일자리 창출'의 실질적 주체인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더 할 수 있도록 충실히 도와야 한다는 게 주된 주장이다.
필자의 주장과 논리의 흐름을 한번 분석해보자.
(서론)지방선거 운동이 한창인 가운데 후보들은 '일자리 창출'을 주된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겠다는 구체적인 방법론이 제시되고 있지 않다.
(본론)기술·기계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일자리 감소는 세계적인 추세다.
청년실업은 중앙정부의 인력수급 및 교육정책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미국 앨라배마주 정부나 한국 경기도 등은 기업에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제공해 기업을 유치하고 결과적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데 성공했다.
(결론)지방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방안은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활성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필자는 이 같은 논지를 뒷받침하기 위해 미국과 한국에서 지방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실증적 사례를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다양한 사례는 주장에 생명력을 불어넣고,보다 확고한 객관성을 담보하는 좋은 방법이다.
생글 독자 여러분도 '지방선거 후보들이 할 일'을 주제로 자신만의 주장을 논술해보자.
김혜수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