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노벨경제학상은 경제사를 전공한 시카고 대학의 로버트 포겔 교수와 워싱턴대(세인트 루이스)의 더글러스 노스 교수에게 수여되었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포겔 교수는 경제사 연구에 계량적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상을 수상했다.

오늘날 계량 경제학은 경제학 연구의 가장 핵심적인 방법론으로 자리 잡았다.

계량경제학은 통계적 추론 방법을 경제학 연구에 활용한 것으로 통계자료의 처리와 변수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추론을 그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경제사 연구는 기본적으로 과거의 통계자료를 가지고 경제 발전 과정에 대한 경제학적 해석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사에도 이 같은 계량경제학적 방법론이 많이 활용되기에 이른 것이다.

경제사 분석에서 계량경제학 방법론이 활용되는 예는 무수히 많다.

앞서 언급했지만 최근 들어 신 경제사학의 방법론에서는 거의 모든 경우에 계량경제학적 방법론을 이용하고 있다.

산업혁명기 영국의 경제 성장과 관련해서도 계량경제학적 논의가 매우 격렬하게 진행 중이다.

최근의 경제성장이론은 외생적 성장과 내생적 성장을 구분한다.

외생적 성장은 경제성장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인 기술 충격을 외부적 충격으로 간주하는 것이고,내생적 성장은 기술 변수도 경제의 변화 과정에서 발생하고 변화하는 이른바 내생적 변수로 간주하는 것이다.

이 같은 성장의 외생성 혹은 내생성을 둘러싼 논쟁이 산업혁명기의 영국 경제를 대상으로도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산업혁명 당시 영국 경제는 1760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혁명적 기술 진보에 따라 대량 생산체계를 갖추어 나간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기술 충격을 외부 충격으로 볼 것인가,아니면 내생변수로 취급할 것인가는 이후 경제 성장의 모습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술 충격이 경제 바깥에서 생겨나 경제에 영향을 주는 외생변수라고 한다면 그 효과는 일시적으로 끝날 것이며,시간이 흐를수록 그 영향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기술 진보를 경제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수로 생각한다면 그 영향은 경제 성장을 나타내는 변수에 지속적으로 반영되어 나타날 것이다.

즉 산업혁명 시기를 살펴볼 때 1760년 이후 급속하게 진행된 기술 발전이 이후의 성장 패턴에 어떤 형태로 나타났는가를 분석해 보면 성장의 내생성 혹은 외생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성장의 내생성 여부를 판단하는 계량경제학적 방법 가운데 하나는 성장을 나타내는 시계열 자료에 단위근이 존재하는가의 여부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성장을 나타내는 시계열자료에 단위근이 존재하면 성장은 내생적 성장,단위근이 존재하지 않으면 외생적 성장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산업혁명 당시 영국 경제의 성장이 내생적이었는지 외생적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정확한 계량경제학적 분석을 통해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좀더 필요하다.

내용이 다소 생소하고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경제학 분석,경제사 분석에 통계적 기법인 계량경제학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것만큼은 기억해 두자.

노택선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 tsroh@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