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5월3일자 A8면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은 2일 "신문 보도에 따르면 종합부동산세가 8배 올랐다며 '세금 폭탄'이라고 하는데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날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출범 3주년 기념 심포지엄 특강에서 이같이 말하고 부동산 대책의 효과에 대해서도 "8·31 부동산 대책도 시행되지 않은 상태로 종부세의 경우 2009,2010년이 돼야 제대로 된 고지서를 받게 되니 아직은 시작도 안 했는데 '약발이 다됐다'는 주장은 어이가 없다"고 반박했다.

김 실장은 보유세 부과 전망치를 예로 들면서 "정부가 디자인한 게 2%이므로 2009년 가면 25억원짜리 집에 사는 분은 종부세만 연간 5000만원을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정치부 기자 huhws@hankyung.com


부동산 세금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서울 강남을 비롯한 목동 이촌동과 수도권의 분당 등 일부 지역 납세자들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55평의 경우 공시 가격이 12억8000만원에서 17억2000만원으로 높아지면서 보유세(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합친 것)가 지난해 562만8000원에서 올해 1563만원으로 170% 증가한다.

이 가운데 종합부동산세(종부세)액은 지난해 95만원에서 올해 790만원으로 무려 8.3배까지 늘어난다.

올해부터 종부세를 내게 되는 공시가격 6억원 초과~9억원 이하 주택은 보유세 부담이 지난해에 비해 평균 1.2배 정도 증가한다.

종부세 대상자도 지난해(7만4212명)보다 6배 가까이 늘어난 4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한마디로 부동산에 대한 세금 폭탄이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열린 한 심포지엄 특강에서 "신문이 종합부동산세가 8배 올랐다며 '세금 폭탄'이라고 하는데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디자인한 게 2%(집값의 2%에 해당하는 보유세)이므로 2009년에 가면 25억원짜리 집에 사는 분은 종부세만 연간 5000만원을 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정경제부도 중(重)과세에 초점을 맞춘 8·31 부동산 종합대책을 '초정밀 유도탄'이라고 설명했다.

○'보유세 인상,거래세 인하'가 정부 정책의 방향

정부 부동산 정책의 큰 줄기는 집이나 땅에 매기는 세금(보유세)을 올리고 대신 사고 팔 때 적용하는 세금(거래세)은 줄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부동산을 보유하는 데 따른 세금이 낮다 보니 집을 여러 채 사 두는 투기가 일어나고 이로 인해 결국 집값이 뛴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부동산 매매시 부담하는 거래세율(취득액의 5.8%)이 높기 때문에 주택 거래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종부세를 도입해 세금을 제대로 매기면 투기가 사라지고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재산세와 종합토지세가 지방세이기 때문에 발생하게 되는 지자체 간 세수 차이를 없애기 위해서도 종부세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와 강원도의 시·군이 거둘 수 있는 세금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현재는 지자체별로 세금을 일정 한도 내에서 올리거나 깎아줄 수 있게 돼 있다.

중앙정부가 부동산 관련 세금을 현실에 맞게 인상하더라도 지방 의회가 세금을 깎아 주면 효과가 없게 된다.

따라서 지자체가 끼어들지 못하는 국세인 종부세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측 주장이다.

보유세제 개편은 참여정부가 출범 이래 일관되게 추진해 온 총선 공약이기도 하다.

○종부세 도입,부동산 경기침체 유발할 수도

이에 대한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종부세는 지방 분권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해당 지역에 있는 부동산에 대한 세금은 지자체가 거둬 쓰는 게 일반적이고 보면 중앙정부가 재원을 거둬 지자체에 나눠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종부세 도입으로 집값이 떨어진다고 장담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세금 부담이 늘어나면 부동산을 사겠다는 사람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형편이고 보면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고 주택 공급이 줄어들면서 집값이 오히려 상승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과도한 보유세 부담으로 인한 납세자들의 조세 저항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집값이 크게 오른 지역에 집 한 채를 소유하고 있거나 은퇴한 노인들에게 종부세는 엄청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양도소득세와 거래세까지 크게 늘어 주택 소유자들은 이사 가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일시에 세부담 급증하지 않도록 운용의 묘 살려야

지난번 재산세 파동에서 알 수 있듯이 조세부담 증가는 아무리 당위성이 있더라도 납세자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시행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종부세 과표가 되는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에다 과표 적용률 인상,'개인별' 합산에서 '가구별' 합산으로의 부과기준 변경 등으로 인해 2009년까지 보유세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 당국은 향후 세율과 과표 구간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세 부담이 급격히 증가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은 물론 거래세를 서둘러 인하하는 등 운용의 묘를 살릴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동일 부동산에 대한 종부세 이중과세 문제 등도 사전에 철저히 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hankyung.com


< 용어풀이 >

◆종합부동산세=지방자치단체가 토지를 대상으로 부과하는 종합토지세와는 별도로 국세청이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토지와 주택 소유자에 대해 누진세율을 적용해 부과하는 국세.

◆종합토지세=모든 토지를 대상으로 하며 토지 소유자에게 부과되는 지방세.전국의 모든 토지를 소유자별로 합산한 다음 그 토지가액에 누진세율을 적용하여 산출된다.

◆거래세(transfer tax)=재화나 용역,유가증권의 거래에 부과되는 것으로 취득세·등록세·인지세·증권거래세 등을 꼽을 수 있다.

물건 등을 사고 파는 데 부과된다는 점에서 집이나 땅에 매기는 보유세와 다르다.

◆기준 시가=국세청이 지정한 부동산 투기 우려지역 내에서 토지나 건물 등 부동산과 골프 회원권 등을 팔거나 상속·증여할 때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이 되는 가격으로 시가의 70~80% 수준이다.

◆공시지가(公示地價)=건설교통부 장관이 조사·평가하여 공시한 표준지의 단위면적(㎡)당 가격으로 '지가 공시 및 토지 등의 평가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산정하여 공시된다.

◆과세시가표준액=지방세 부과 기준이 되는 토지 및 건물 가격으로 과표(課標)라고도 한다.